2020/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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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 시즌 1 | 모험심과 동심과 공상의 삼위일체

드라마 리뷰 황금나침반(His Dark Materials, 2019) S01 | 모험심과 동심과 공상의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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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His Dark Materials, 2019) 시즌 1 | 모험심과 동심과 공상의 삼위일체

드라마 리뷰 황금나침반(His Dark Materials, 2019) S01 | 모험심과 동심과 공상의 삼위일체
<한 살 차이나는 두 사람, 당연히 라라가 동생이다!>

BBC • HBO 합작 드라마인 「황금나침반(His Dark Materials)」은 다중 세계를 표현한 판타지 드라마로 필립 풀먼(Philip Pullman)의 동명 소설(북미에선 ‘Golden Compass’)이 원작이다. 이미 2007년에 크리스 웨이츠 감독, 나이엘 크레이그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다시 드라마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 풀먼의 소설이 판타지 장르에선 꽤 유명한가 보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사실 영국 드라마는 내용적인 면은 둘째치고 절묘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진득한 연기만으로도 좋은 감상을 줄 수 있는 것이 지금까지 내가 본 ─ 얼마 되지 않는 ─ 영국 드라마에 대한 종합적인 감상평이라면, 「황금나침반」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드라마 리뷰 황금나침반(His Dark Materials, 2019) S01 | 모험심과 동심과 공상의 삼위일체
<사람의 영혼을 형상화한 데몬>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라라 역할을 맡은 다프네 킨(Dafne Keen)과 라라와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이자 약방의 감초 같은 악역인 콜터 부인을 맡은 루스 윌슨(Ruth Wilson)의 완벽한 캐스팅과 일품 연기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영국 드라마를 보는구나!’ 하는 찬탄을 절로 내뱉게 할 정도로 훌륭하다. 감정 기복이 심한 콜터 부인을 소화해낸 윌슨의 연기는 괴수의 포효 같은 울림이 느껴진다.

한국, 중국, 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보면 일단 얼굴을 보고 캐스팅하는 것 같은 조소 섞인 아쉬움이 나올 수밖에 없는 데 반해 영국 • 미국 드라마는 아직은 외모보다는 등장인물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외모와 인물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을 우선하여 캐스팅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게 정석이기는 하지만, 아시아는 여전히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아무튼, 다프네 킨의 블랙홀처럼 보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연기를 보면 정말 다른 세상에서 온 갖은 착각이 들 정도다. ‘14살의 나이에도 이런 연기가 가능하구나!’ 하는 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능청맞은 킨과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윌슨의 연기만으로도 후한 평가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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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물은 무엇을 의미할까?>

SF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친숙한 소재이자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소재인 다중 세계를 소재로 한 「황금나침반」의 시즌1에선 ─ 여러 세계가 샌드위치처럼 하나로 포개지는 멋진 오프닝 화면과는 달리 ─ 총 두 개의 세계가 등장한다.

중세를 연상시키는 라라가 사는 세계, 또 다른 주인공이자 시즌1에선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 윌이 등장하는 현재다. 한편, 원작 소설엔 ‘스펙터’라는 영혼의 흡혈귀들이 사는 도시 치타가체가 세 번째 세계로 등장하는데, 이 세 번째 세계는 다음 달 방송 예정인 시즌2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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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곰이 친구라면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다>

이외 다른 감상 포인트는 인간의 동반자이자 영혼 그 자체인 데몬(dæmons)의 등장이다. RPG 게임의 정령이나 수호신 같은 인상을 주는 데몬은 라라가 사는 세계에선 인간의 영혼을 대신할 만큼 중요한 크리처다. 데몬이 고통받으면 그 데몬과 연결된 사람도 고통받으며 데몬이 죽으면 사람도 죽는다.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는 각양각색의 데몬이 중세의 칙칙하고 음침한 배경에 다소 간의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나도 데몬 하나쯤 가지고 싶다는 판타지하고 낭만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판타지 장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특수효과다. 「황금나침반」이 구현한 특수효과의 섬세함은 두 거대 곰의 일대일 전투 장면에서 드러난다. 맞서고 받아치는 탄성력에 따라 적절하게 출렁이는 육중한 살덩이, 곰 한 마리가 살아온 인생의 곡절을 드러내는 성기고 모나고 조밀한 털 등 ─ 중국 • 한국 • 대만과는 달리 ─ 특수효과 품질이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가 없으니 이야기와 화면이 연인처럼 잘 어울린다.

한마디로 「황금나침반(His Dark Materials)」은 개성 있는 외모를 가진 배우들의 빨아들이는 연기가 저질 드라마의 저질 연기로 인해 후줄근해진 감성을 다시금 일으켜 세울 인상 깊은 호소력을 제공하는 한편 섬세한 특수효과가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주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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