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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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어 10 | 요즘은 영 일어나지 않는 UFO 헤프닝

영화 리뷰 | 행어 10(Hangar 10, 2014) | 요즘은 영 일어나지 않는 UFO 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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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어 10(Hangar 10, 2014) | 요즘은 영 일어나지 않는 UFO 헤프닝

영화 리뷰 | 행어 10(Hangar 10, 2014) | 요즘은 영 일어나지 않는 UFO 헤프닝

톡 까놓고 말해 영화 내용도 별거 없지만, 핸드헬드 촬영 기법과 식사 후 감상이라는 우려할만한 조화가 일으킨 울렁거림 덕분에 최악의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취한 듯 파도처럼 출렁이는 화면이 평안을 유지해야 할 나의 위장을 뒤집어 버리고 말았으니 내용이나 감상과는 상관없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런 고로 만약에라도 「행어 10(Hangar 10)」을 감상하겠다는 무익한 각오를 실천에 옮기려는 사람은 다른 것은 몰라도 식후 감상만은 피하자! 물론 밥 먹고 바로 FPS 전장에 돌입해도 끄떡없는 튼튼한 위장을 가진 사람은 예외겠지만 말이다.

영화 리뷰 | 행어 10(Hangar 10, 2014) | 요즘은 영 일어나지 않는 UFO 헤프닝

그럼에도 이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이다. 그 사건이란 다름 아닌 영국판 로즈웰(Roswell)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1980년 12월 말에 렌들샴 숲(Rendlesham Forest)에서 일어난 UFO 목격을 말한다.

영국에서 발생한 가장 유명한 UFO 사건이기도 한 렌들샴 숲 사건은 목격자 중 한 사람인 공군 부사령관 중령 찰스 홀트(Charles Halt)가 당시의 조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기록한 녹음테이프가 공개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은 특이하다. 이 테이프를 분석한 자료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다(자세한 것은 「Rendlesham Forest incident」 참고).

하지만, 유튜브 같은 영상 미디어에 익숙한 우리에겐 중령이 남긴 기록이 영상이 아닌 음성이라 아주 아쉽다(만약 영상이었다면 진즉에 유튜브에 업로드되었을 것이다). 지금 같았으면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했을 것이며, 그랬더라면 진실 여부를 판가름하는 일도 더 쉬웠을 것이다. 유튜브 조회수를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이 훌륭한 미끼에 전문가이고 비전문가이고 나발이고 모두 달려들어 물어뜯었을 테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대부분의 UFO 목격 사건의 결말이 그러하듯, 이 사건 역시 ─ 이런 일에 항상 등장하기 마련인 ─ 극소수가 주장하는 정부의 은폐론을 뒤로한 채 목격자들의 착각이거나 누군가의 사기로 거의 단정되는 듯하다.

영화 리뷰 | 행어 10(Hangar 10, 2014) | 요즘은 영 일어나지 않는 UFO 헤프닝

잠깐이나마 예의상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면, 「행어 10(Hangar 10)」은 24년 전에 일어난 렌들샴 숲 UFO 목격 사건이 남긴 증거를 찾으려는 세 사람의 행적을 도난당한 노트북에 담긴 영상이라는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기법으로 보여준다. 군인이 총을 휘두르는 것처럼 금속 탐지기로 열심히 땅을 탐색하는 세 사람의 ─ 24년 전 외계인이 남긴 증거를 발견한다는 ─ 뜬구름 같은 기대가 배고픔과 지루함과 졸음의 삼위일체가 가하는 무시무시한 압박으로 무너지려는 찰나에 그들은 뭔가를 목격하게 된다. 세 사람이 이 세상에선 볼 수 없는 화려한 빛을 따라 정신없이 달리고 있을 때, 일행 중 UFO 존재에 대해 가장 회의적이었던 거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갑자기 사라진 동료의 행적을 찾던 두 사람은 버려진 듯한 공군 기지의 ‘행어(격납고) 10’에서 거스를 발견한다. 하지만, 그곳엔 거스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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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만 해도 간간이 UFO 목격 사건이 일어나곤 했는데, 요즘은 통 보이지 않는다. 각종 분석 기술과 과학 수사 기법의 발달로 사건을 조작하기가 어려워서일까? 아니면, 류츠신이 SF소설 『삼체』를 통해 정립한 ‘암흑의 숲’ 이론 중 하나인 ‘기술의 폭발’로 인해 인류의 기술이 자신들을 뛰어넘을 것을 염려한 외계인이 존재를 드러내길 꺼려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지금까지의 모든 UFO 목격담이 인류의 착각이었을까? 개나 소나 손에 소형 카메라 하나씩을 들고 다니는, 그럼으로써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확실한 UFO 목격 물증을 남길 수 있는 이 시대에 UFO 목격담이 뚝 끊겼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외계인이 인류의 기술을 두려워해서? 아니면 사기꾼들이 두려워해서?

실제 일어난 UFO 헤프닝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속이 울렁거린 지극히 개인적인 헤프닝 때문인지 감상 자체는 심심하기 짝이 없다. 요동치는 속을 바로잡느냐, 흔들리는 영상을 바로잡느냐 매우 바빴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려웠지만, IMDB 평이 말해주듯 그렇게 재밌는 영화도 아니고, 내용 면에서도 뭔가 특이한 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엔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그래서 영화 소재로도 잘 써주지 않는 UFO를 소재로 했다고 하기에 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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