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잉(Knowing, 2009) | 반복되는 이브와 아담 신화
"전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그걸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난 아무것도 못느꼈어요.... 잔디밭에 낙엽을 쓸고 있었을 뿐...."
1959년, 미국의 한 초등학교는 개교 기념행사로 50년 후에 공개될 타임캡슐을 묻는다. 캡슐 안에는 초등학생들이 50년 후에 펼쳐질 세계를 상상한 그림들로 채워졌고, 이 행사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루신다는 그림 대신 알 수 없는 숫자들로 가득 채운다.
50년 후, 초등학교는 약속대로 타임캡슐을 공개하며 선배들이 남긴 편지를 후배들에게 전달해준다. 천체물리학 교수 존의 아들 캘럽도 다른 친구들처럼 한 장의 편지를 받았고 그것은 다름 아닌 루신다가 남긴 숫자들이었다.
숫자로 가득 채워진, 그러나 마지막 단어 두 글자는 영문자 ‘EE’라고 채워진 편지를 받은 캘럽은 암호처럼 보이는 숫자를 풀고자 집으로 가져오고, 우연히 아들이 가져온 편지를 본 존은 숫자가 뜻하는 의미를 알게 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숫자들은 루신다가 편지를 남긴 이후에 벌어진 대형 사고들이 일어난 날짜와 위치, 그리고 사망자 수와 정확하게 일치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존은 편지 맨 마지막 단어 ‘EE’의 뜻도 풀게 되는데 그것은 ‘Everyone Else’, 즉 인류의 멸망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지구 상의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의 창조자인 태양은 언제가 거꾸로 파괴자가 되어 지구 상의 모든 생명을 전멸시킬 것이다. 그때가 오면 지구는 지금의 금성처럼 뜨겁고 메마른 지옥이 될 것이고 과거에 생명체가 살았다는 모든 흔적은 한 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한때 푸르고 창백하게 빛나던 지구를 그 누가 기억할 것인가. 그 누가 지구에서 아주 잠시나마 문명의 꽃이 피었다는 걸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영화는 일말의 희망을 남긴다. 그러나 그것은 '선택된 자', ‘이브와 아담’라는 종교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매우 인간적인 상상력에 머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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