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9

체리 폴스(Cherry Falls) | 처녀들만 노린다?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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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폴스(Cherry Falls, 2000) | 처녀만 노리는 살인마?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인적 드문 곳, 사랑 나누기도 좋지만 살해당하기도 좋은 곳>

교외에 있는 한적한 체리 폭포(Cherry Falls) 숲 근처에 주차된 자동차 안에서 오붓하게 사랑을 즐기는 10대 커플 뒤로 난데없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등장하면서 시작된 연쇄살인은 평화롭던 마을을 왈카닥 뒤집어놓는다.

범인이 희생자 피부에 일부러 새겨놓은 듯한 ‘처녀’라는 단어와 죽은 고등학생들이 실제로 처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보안관 브렌트 마켄은 이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알려야 할지 말지를 고민한 끝에 학생들은 제외된 마을 회의를 열어 학부모들에게 털어놓는다.

범인이 처녀를 노린다는 듯한 뉘앙스의 소식이 회의를 엿듣던 학생들을 통해 학생들 사이로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던 학생들은 ‘처녀막 대학살 파티’를 열기에 이른다.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좀 있다 살인마와 사생결단을 내게 될 조디>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오늘 밤 있을 파티 때문에 열광하는 학생들>

지극히 평범한 슬래셔 영화지만, ‘처녀들만 죽는다. 주느냐, 죽느냐...오직, 살길은’이라는 별로 자극적이랄 것도 없는 문구에 별로 이상으로 혹해서 보고야 말았는데, 보면서 살인범이 남긴 ‘처녀’라는 메시지가 ‘살인자는 처녀만 노린다?’라고 이상야릇한 해석으로 학생들에게 와전되었을 때 목이 타면 물을 마시듯 자연스럽게 ‘난교 파티’가 연상되었던 것, 그리고 등장인물 중 유난히 말끔한 인상만 보고 범인이 누구인지를 어렵지 않게 간파한 것으로 보아 오래전에 한 번쯤은 봤던 영화로 보인다.

2000년대면 초중반이면 하루 2~3편씩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던 시기였으니까 말이다.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과거의 윤간 사건 때문에 찾아왔다가 허탕 친 보안관을 바라보는 그녀는 누구일까?>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좀 있다 요긴하게 써먹을 아빠표 호신술>

「체리 폴스(Cherry Falls)」는 MPAA라는 미국 영화협회에서 검열을 여러 번 거부당하면서 끝내 미국 극장 개봉은 실패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텔레비전 영화로 판매되었는데, 이 때문에 제작 예산 1,400만 달러라는 역사상 가장 비싼 텔레비전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반면에 영국 • 유럽 전역에서의 개봉은 딱히 문제가 없었고, 흥행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2001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한 영화가 왜 미국에서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는지 알 수가 없다.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얼른 볼일들 안 보고 뭐 하는 것인지, 참나>
movie review | Cherry Falls, 2000
<요 정도로는 조금 부족할까?>

이런 불운했던 속사정 때문에 팬티를 찝찝하게 적실만한 매우 매우 엉큼하고 난잡한 뭔가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상상을 부추길만한 명백한 장면도 나오긴 하지만 실제로 이렇다 할 뭔가는 보여주지 않으므로 김칫국부터 마시는 식의 쓸데없는 공상으로 영화의 흥을 망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라고 넉살맞게 말하고는 있지만 (아마도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딱히 이렇다 할 감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영화 막바지에 ‘난교 파티’에 뛰어든 살인마가 불이 난 목욕탕에서 허겁지겁 뛰쳐나오는 사람들처럼 출입구를 향해 우왕좌왕하는 반라의 10대들을 ‘진·삼국무쌍’ 게임을 하듯 마구잡이로 칼로 베는 장면만큼은 인상적이지만,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1980년대 영화라고 착각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을 정도로 ‘공포영화’다운 입맛을 크게 돋우지는 못한다. 그럭저럭 시간 때울 정도는 되려나?

밋밋하지만 나름의 스토리도 있다. 살인마의 살인 동기는 요즘 유행하는 ‘묻지마 살인’ 같은 정신병리학적 질병이 아니라 오래전에 벌어졌던 윤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일종의 ‘복수극’이라 할 수 있다. 살인자는 원했던 복수를 달성하고 (보안관 브렌트 마켄의 딸) 조디 역시 아빠의 복수를 하게 되니, 결말은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슬래셔 영화다운 질퍽하고 낭자하고 찌릿찌릿한 뭔가가 부족하다.

끝으로 살인마와 혈투를 벌이는 조디 역을 맡은, 이 영화 이후 「돈 세이 워드(Don't Say A Word)」와 「8마일(8 Mile)」에서 열연했던 브리트니 머피(Brittany Murphy)가 한창나이에 요절했다고 하니 무척이나 안타깝다. 푸틴 같은 놈은 왜 안 데려가는지 사신들에게 따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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