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 고락 레스토랑(Heaven?~ご苦楽レストラン~, 2019) | 막가는 오너, 누가 당해낼쏘냐?
<태생적으로 굳은 표정 때문에 적응하지 못해 고민하는 이가 칸> |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3년째 일하는 이가 칸(배우 후쿠시 소타)의 안면 근육은 시멘트 반죽으로 만들어졌는지 도무지 영업용 미소가 떠오르질 않는다. 친절한 마음과는 달리 무뚝뚝한 인상 때문에 손님으로부터 타박받는 것은 물론 가게와도 도통 어울리질 못하는 그는 그날도 남몰래 번민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묘령의 아가씨가 뜻밖의 제안을 건네온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곧 오픈할 자신의 프렌치 레스토랑 ‘루앙 디시’에서 일해달라는 스카우트 제의였다.
갑작스러운 제의만큼이나 갑작스러운 심야의 미팅 시간, 그리고 장례식장을 등에 업고 묘지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으스스한 풍수를 품은 가게는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우여곡절에 비하면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누군가는 오직 환호 속 시장 탐방과 플래시 번쩍이는 맛집 방문을 위해 대통령직에 임했듯, 묘령의 오너는 돈도 아니고 경영도 아닌 오직 맛있는 걸 좋을 만큼 먹고 마시고자 레스토랑을 열었다는 한심한 현실을 뒤늦게 깨달은 직원들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제 ‘루앙 디시’의 직원들은 의지할 수도 없고, 의지해서도 안 되는 오너의 탐욕스러운 식탐을 어떻게든 만족시킴과 동시에 레스토랑 역시 어떻게든 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고생길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막가는 오너에게서 살아남고자 ‘체관(諦觀)’을 터득한 직원들> |
<막가는 오너답게 급조한 직원으로 500명의 파티 강행군!> |
「Heaven? 고락 레스토랑(Heaven?~ご苦楽レストラン)」은 생떼 같은 허세와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오기로 똘똘 뭉친, 정말이지 말 그대로 자기 멋대로인 오너의 ‘경영을 빙자한 훼방’을 어떻게든 무마하면서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버텨나가려는 직원들의 고군분투가 웃음을 전해주는 코미디 드라마다.
그렇게 유치하지도 않고, 그렇게 심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점잔 떨지도 않고, 그렇게 뻔뻔하지도 않은 코미디는 가볍고 부담 없는 유쾌함을 약속한다.
대다수 시청자의 낮은 평가와는 달리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은 사실 이런 장르의 드라마는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별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캐릭터들의 단순하고 뚜렷한 개성과 그 개성들이 좌충우돌 부대끼며 일으키는 가벼운 소요는 유치하기보다는 의외의 웃음과 신선한 재미를 선물해줬다.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급변하는 오너의 경영 철학> |
<여자가 야릇한 미소를 지을 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
오너 역을 맡은 배우가 어딘가 낯이 있나 했더니 유명한 (나처럼 일본 영화 • 드라마를 그렇게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도 귀에는 익숙한 이름인) 이시하라 사토미(石神 国子)였다. 이번 드라마에선 그 예쁜 얼굴과 작은 체구와는 대조적으로 방약무인하고 걸신들린 오너로 열연하는데, 분위기를 왈카닥 뒤집는 허무맹랑한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하는데도 거슬리기는커녕 코 고는 남편 코를 살짝 비트는 듯한 짜릿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 역시 명배우의 명연기답다.
직원 대부분이 오너의 막가는 언동을 수습하느냐 당황하고 진땀 뺄 때 유일하게 침착하게, 그리고 상식적으로 대응하려는 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이가 칸이다. 레스토랑 ‘루앙 디시’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인 이가 칸은 레스토랑을 방치형 게임을 하듯 경영하는 오너를 과연 제대로 조련할 수 있을까? 그리고 셰프가 주문처럼 내뱉는 ‘이 가게는 망할 거야’의 저주를 깰 수 있을까? 이 모든 것이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망하겠어’로 시작한 망할 놈의 저주가 결국 ‘망할 거야’라는 확신으로...> |
<죽은 자들과도 함께하는 ‘고락 레스토랑’, 결국 망할 것인가?> |
한 점의 고기를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하며 고개를 돌리면 제삿밥도 못 얻어먹어 빼빼 마른 불쌍한 영혼들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을 것 같은 묘비가 배경으로 짠하게 펼쳐지니 먹다가도 체할 것 같은 최악의 입지 조건이지만, 순전히 쾌적한 장소에서 자신의 식탐을 충족시키고자 레스토랑을 경영한다는 그 당찬 오기와 능력만큼은 참으로 부럽다. 경제력만 받쳐준다면 저렇게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배부른 공상에 살포시 잠기려는 찰나에 현실을 깨우쳐주려는 듯 강아지가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열어달라고 종을 울린다. 오줌이 마려우면 참지 말고 싸야 하고 배가 고프면 어떻게든 밥은 먹어야 하는 법, 현실은 얄짤없다. 한편으론 저렇게 아름다운 오너에게 휘둘리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안일한 생각도 든다.
아무튼, 모든 가게가 ‘루앙 디시’ 오너의 헐렁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오묘한 이치가 숨어 있을 것 같은 경영 철학처럼 손님이 많아 떠들썩한 가게가 아니라 적당히 경영해서 망하지만 않게만 운영한다면, 손님을 독점하는 가게가 없으니 부의 분배에 있어서는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이 돈을 향해 발산하는 탐욕은 그악한 식탐처럼 한도 없고 끝도 없다. 그래서 세상은 여전히 춥고 배고프다. 그런 염세적인 생각이 들 땐 일 마친 후 취하는 휴식 같은 편안하고 유쾌한 드라마 「Heaven? 고락 레스토랑」을 추천!!!
끝으로 눈치 빠른 시청자는 드라마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캐릭터에서 ‘원작 만화’의 존재를 일찌감치 알아챘을 것이다. 주간만화잡지에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연재된 사사키 린코(佐々木倫子)의 ‘Heaven?’이 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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