콥스 파티(Corpse Party) | 알고 보면 사치코는 효녀!
<영화는 웃으면서 시작한 놀이 같은 의식이 불러온 재앙을 다루고 있다> |
마지막 문화제를 마친 소꿉친구이자 동급생들이 ‘영원히 친구로 남을 것’을 약속하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행복한 사치코 씨’ 게임은 결코 행복해 보이지는 않지만, 원념만큼은 사무치도록 쌓인 악령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끔찍한 상황을 초래한다. 이로써 소꿉친구이자 동급생들은 본의 아니게 악령이 코디하는 ‘시체 파티’의 소품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1편이라면, 2편은 1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친구들을 되살리고자 ‘행복한 사치코’의 뼈를 이용해 행복하지 않았던 1편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이야기다.
되돌릴 수 없는 것을, 혹은 되돌려서는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돌리려고 할 때 종종 재앙이 닥치듯 2편의 결말, 즉 모두를 되살리고 싶다는 나오미의 바람은 상상을 뒤트는 반전을 끌어낸다.
<복스러운 볼때기가 매력적인 어린이 사치코> |
<이런 사치코가 원혼이 된 것은 누구 때문인가> |
‘행복한 사치코’하니까 사치코가 무슨 달마대사처럼 복(福)과 소원성취의 상징이라도 되는 것 같지만, 사실 영화에서 사치코는 ‘콥스 파티(Corpse Party)’가 일어나는 저주받은 톈진 초등학교에서 행방불명된 불행한 어린이다. 이런 사치코가 ‘행복한’이란 어불성설에다가 반전적인 수식어를 달고 유흥적인 의식의 대상이 된다면 약이 올라서서라도 의식을 시행한 대상들에게 저주를 내릴 것이다.
마땅히 위로의 대상이 되어야 불쌍한 사치코가 어처구니없게도 산 사람의 하찮은 소원이나 들어주는 ‘행복한 사치코 씨’가 되어야 했는지 당최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포영화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상식대로, 이치대로 흘러간다면 무서운 것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생존의 지름길> |
<드디어 득템한 전설급 아이템,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지?> |
1편에선 저주받은 초등학교에서 원혼들을 달래어 ‘시체 파티’의 보잘것없는 소품이 되는 사달을 예방하고 한편으론 탈출하고자, 그리고 2편에선 죽은 친구들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전설의 책 ‘Book of Shadows’를 찾는 과정에서 마치 어드벤처 게임을 보는 듯한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인물들은 시청각실, 양호실, 교무실, 음악실 등을 오가며 아이템을 발견하고, 그 아이템의 쓰임새를 유추하면서 생존의 길을 찾는다.
공포 생존 게임(Survival horror)을 기반으로 한 대만 드라마 「반교(返校)」가 떠오르지 않는가? 알고 보니 「콥스 파티(Corpse Party)」도 동명의 게임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반향이 깊이 메아리치는 반교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너무 자세히 보지는 말자, 그녀가 부끄러워하니까> |
<사실 사치코는 그저 엄마가 걱정되었을 뿐이다> |
아무 생각 없이 지어낸 오컬트 놀이가 사실은 지옥으로 급행하는 열차의 강제 초대권이었음을 두말할 필요가 없으니, 혹시라도 ‘행복한 사치코 씨’ 같은 불행한 사람들을 조롱하는 듯한 놀이는 이중삼중의 고생을 사서 하고 싶지 않다면 삼가는 것이 영화의 교훈이라면 교훈이겠다.
내가 구한 영상은 자막 싱크가 군데군데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보아 매우 매우 잔혹한 장면이 (아마도 ‘시체 파티’와 관련된) 잘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생크림 속에 행복하게 파묻힌 딸기를 파내듯 눈알을 파고, 엎질러진 순대처럼 허무하게 쏟아지는 내장, 짓밟힌 크로켓처럼 속수무책으로 뭉개진 뇌수들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하나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잔혹한 장면들이 줌인 상태로 연출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이런 장면들에 지독히도 면역되어서?) 잔인하다기보다는 그저 약간 징그러울 따름이다. 그저 우리가 일상으로 대하는 고깃덩이일 따름이다. 말이 나온 김에 한마디 더 보태면 소고기나 인육의 차이는 먹어도 되나 안 되나 차이뿐이지 않겠는가?
아무튼, 사치코는 내가 보기엔 나쁜 아이가 아니라 착한 아이다. 착한 아이일 뿐만 아니라 상을 받아 마땅한 효녀다. 사치코는 억울하게 죽은 엄마가 외로울까 노심초사한 나머지 산 사람들을 죽여 엄마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갸륵한 일인가? 사람을 죽이는 법과 인륜과 도덕에 어긋나는 무시무시한 일까지 저지르면서 엄마를 위한다는 것, 당신이라면 할 수 있는가? 이런 사치코의 슬픈 심정도 모른 채 오컬트 놀이의 소재로 삼았으니 그들은 죽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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