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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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 디텐션(2020) | 영겁에 빠진 윤회의 기억

드라마 리뷰 |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2020)  영겁에 빠진 윤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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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2020) | 영겁에 빠진 윤회의 기억

드라마 리뷰 |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2020)  영겁에 빠진 윤회의 기억
<30년 묵은 원념이 깃든 곳>

작년 봄에 감상한 영화 「반교(返校) | 자유를 위해 희생한 사람, 생존을 위해 침묵한 사람」와는 또 다른 감개가 차가운 물 속에 빠진 다리로 스며드는 냉기처럼 소슬하고 가슴에 서리는 것이 이대로 증발하는가 했던 이슬처럼 맺힌 눈물을 콩알만 하게 부풀려 가을 속으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고즈넉하게 추락하게 만든다. 바닥이 없는 폭포에 떨어지는 물처럼 무량하고 아득한 것이 이루말 할 수 없는 여운과 의미를 자아낸다.

이렇게 아주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감상하고 나서 곧바로 죽는다면 원작 게임을 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이다.

드라마 리뷰 |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2020)  영겁에 빠진 윤회의 기억
<교련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학생들의 제식>

교관의 권위가 선생 정도는 훌쩍 뛰어넘어 교장의 오른팔이 되고, 학생들이 동요나 가곡이 아니라 당장 전장에라도 나갈 것 같은 훈련병처럼 군가를 부르고, 목구녕이 찢어지라 반공을 부르짖던 시대. 한국의 젊은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일지 모르지만, 아마 50대 이상 분들은 드라마 「반교(返校)」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데 인생에 닳고 닳아 마모되어 가는 공감 능력을 굳이 발휘하지 않아도 마치 추억의 사진첩을 넘기는 것만큼이나 쉬우리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이웃, 친구, 사돈에서 팔촌까지 모두가 의심과 불신의 눈으로 서로를 감시하던 암울한 시대에 자기 신념을 끝까지 지키거나 자기감정을 온전히 표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살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장밍후이가 내일 고문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오늘을 평화로운 지난날처럼 평온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목숨을 초개처럼 여겨서라기보다는 그 누구보다 자유의 가치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리뷰 |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2020)  영겁에 빠진 윤회의 기억
<자유의 비가 내릴 때,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는다>

한편으론, 보신을 가장 중요시할 수밖에 없는 우리 같은 평범한 인간은 거짓임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넘어가고, 그러한 자기기만을 숨기고자 진실을 왜곡하는 더 큰 거짓말을 만들고 자신을 그 거짓 속에 속박시킨다. 팡루이신처럼 말이다.

팡루이신의 원념이 30년이나 사라지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만든 거짓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 타고 난 사기꾼처럼 스스로 지어낸 거짓된 원한에 사무쳤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족쇄처럼 그녀를 원념 속에 가두어버렸고, 그녀는 거짓과 망각이 주는 거짓된 위안으로 30년을 버텨온 것이다.

하지만, 토끼처럼 겁먹은 소녀가 염라대왕 같은 권위를 지닌 교장과 교관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염병 맞을 질투에 사로잡힌 연약한 소녀가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여유나 있었을까?

드라마 리뷰 | 반교 디텐션(返校, Detention, 2020)  영겁에 빠진 윤회의 기억
<두 사람의 열연, 알아볼 용기가 없구나>

진실 속에서 사는 것보다 거짓 속에서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면 그렇게 살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거짓된 세상을 거짓으로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거나 고통과 억압 속에서 살아야 한다면? 꺼지지 않는 용광로의 핏빛 불꽃처럼 편집증적인 반공 분위기를 유지하고자 거짓 세상을 만들어 민중을 도탄에 빠트린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좌우간에 드라마 「반교: 디텐션(返校)」은 죽은 이가 산 사람에게서 자신을 보고, 산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서 자신을 보면서 영겁으로 빠질 수도 있었던 윤회의 기억을 조심스러우면서도 착실하게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감동적이다. 중간 즈음에 선교와 류윈상의 연애가 다소 길어지면서 늘어지는 테이프에서 흘러나온 멜로디처럼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했지만, 미녀의 몸에서 벗겨지는 옷처럼 거짓의 베일이 한 겹 두 겹 떨어져 나갈 때, 마침내 드러난 여자의 뽀얗고 야들야들한 속살만큼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피날레는 눈앞의 정사(情死)도 잊게 만든다.

자유의 비가 내릴 때, 염치가 있는 사람은 거짓 앞에서 희생으로 신념을 지킨 장밍후이를 잊지 않는다. 자유의 비가 내릴 때,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교: 디텐션(返校)」을 잊지 않는다. 수작을 알아볼 용기가 아직 내게 남아 있어서 다행이고, 놓치면 한 자리 빗나간 복권만큼이나 아까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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