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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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 | 아름다운 태권 소년 민준!

드라마 리뷰 | 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君と世界が終わる日に, 2021) | 아름다운 태권 소년 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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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君と世界が終わる日に, 2021) | 아름다운 태권 소년 민준!

드라마 리뷰 | 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君と世界が終わる日に, 2021) | 아름다운 태권 소년 민준!
<두 사람에게 이런 좋은 시절을 다시 올 수 있을까?>

좀비가 등장한다니 안 볼 수야 없지만, 보면 볼수록 좀비와 생존자, 그리고 생존자 대 생존자들의 박력 넘치는 액션보다는 ‘마미야 히비키의 잃어버린 애인 찾기’라는 개인적인 연애사로 기우는 듯한 아쉬움에 흠씬 젖어 들고 나서야 제목에 큰 함정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래서 뭔가에 속은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그런 드라마.

세계가 끝나는 날에도 오직 ‘너’만을 찾아 죽음을 무릅쓴 모험에 나선 히비키의 용기와 지절과 일편단심은 한 번은 미치광이 과학자 앞에서, 또 한 번은 기억상실 앞에서, 또 한 번은 똥 씹은 표정으로 일관하는 기생오라비 앞에서 좌절을 맞이한다. 한마디로 지지로도 염복이 없는 남자 히비키의 애인 되찾기 게임!, 이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여타 좀비 드라마처럼 생존자들끼리 그룹을 지어 서로 알콩달콩 싸우는 것도 소소하게 포함.

드라마 리뷰 | 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君と世界が終わる日に, 2021) | 아름다운 태권 소년 민준!
<세상이 끝장날 때, 사과나무 대신 사진을 찍는 민준>

그래도 볼만한 것은 태권 소년 민준(김재현)의 아름다운 활약 때문이랄까.

세계가 끝나는 날에도 일선에서 백신 연구에 매진하느냐 고생하는 누나에게 보여주려고 좀비와의 격렬한 투쟁 속에서 틈틈이 일몰을 촬영하는 민준의 태권 기합처럼 꿋꿋한 마음씨는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생존과 미래를 도모하기는커녕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한마디로 생지옥 같은 현실에 기적처럼 핀 한 떨기 가련한 꽃이다.

민준은 개성적인 면에서는 서로 상응하지는 않지만, 한국인 캐릭터라는 점에서 「워킹 데드」의 글렌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민준의 뜻밖의 퇴장이 남긴 아쉬움과 석연치 않음은 글렌의 죽음과 견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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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래 봬도 ‘좀비’가 아니라 ‘골렘’이라고>

몇 개월 좀 떨어져 있었다고 몇 년이나 동거한 애인 뒷모습을 못 알아보고 화살을 날리고, 어떻게 봐도 미치광이인 과학자의 사탕발림에 속아 넘어가 애인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죽은 군인들이 남긴 무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생존자들은 통통통 배를 타고 가는 섬에 좀비들은 텔레포트를 하는 등 「너와 세계가 끝나는 날에(君と世界が終わる日に)」의 주연 캐릭터들은 단순하고, 좀비 분장만큼이나 연기도 어설프고, 이야기 구성도 그렇게 매끄럽진 않다.

마미야의 애인 찾기 모험에 생존자들의 투쟁이 우격다짐으로 끌려가는 느낌? 고로 「워킹 데드」 같은 눈에는 불똥을 튀게 만들고 손바닥에는 우물이 고이게 하는 그런 과격한 액션과 긴장감 넘치는 장면을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남녀노소에게 무난한 좀비 순정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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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끝난 덕분에 찰나나마 가족애를 누릴 수 있었던 코모토>

그 와중에 나의 센티멘털한 감정을 자극한 것은 ‘다수주의자’ 코모토의 훈훈한 개과천선이다.

스스로 인정하는 외톨이인 그가 유즈키와 쇼코 모녀 등과 함께 이루어낸 피처럼 뜨겁고 눈물처럼 촉촉한 가족애는 ‘가족’의 정의가 결코 ‘혈연’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인류애의 고귀함을 보여준다. 코모토의 신상을 대수롭게 본 이면엔 어쩌면 나도 그처럼 쓸쓸하고 외로운 삶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동병상련의 불우한 징후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이란 게 별거인가.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족은 성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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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생존하고 누가 희생될 것인가>

좀비가 등장한다는 기대감, 언제 봐도 오금을 저리게 하는 좀비 특유의 쌈박한 외모, 좀비와 생존자의 유혈이 낭자한 싸움만으로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을 가지고 이다지도 지리멸렬하게 이끄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일까? 애인 사이를 신나게 이간질할 궁리만 했지, 어떻게 하면 좀비를 더 좀비스럽게 만들어 시청자를 즐겁게 만들어 줄까 하는 궁리엔 태만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자기들도 감히 ‘좀비’라고 부를 면목이 서질 않았는지, '좀비 바이러스‘라 안 하고 '골렘 바이러스’라 한다. 골렘? 차라리 코로나 변종이라고 하지 그랬나.

아무튼, 세상이 저렇게 만신창이가 되면, 세상은 좀비를 죽여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게 된다. 우리는 당연히 ‘좀비를 죽여 본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내 주변에선 수박 쪼개듯 좀비의 머리를 한 방에 갈라 버릴 수 있는 적당한 무기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으니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갑자기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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