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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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에일리언 시즌 1 | 피자, 인류를 구하다?

드라마 리뷰 | 레지던트 에일리언 시즌 1(Resident Alien, 2021) | 피자, 인류를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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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에일리언 시즌 1(Resident Alien, 2021) | 피자, 인류를 구하다?

드라마 리뷰 | 레지던트 에일리언 시즌 1(Resident Alien, 2021) | 피자, 인류를 구하다?
<풍경은 좋지만 이런 종과 갑자기 맞닥트리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살다 보면 인생의 모든 것이 걸린 듯한 중대한 갈림길이나 국면에서 뜻밖에도 아주 사소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바람에 면접 시간에 지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 낯선 사람이 면접관이었다는 둥, 여자친구에게 차이는 바람에 쓸모가 없어진 한 장의 영화표를 아무 벤치에 버려둔 채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빈자리여야 할 옆자리에 앉은 낯선 여자와 버려진 영화표 이야기를 하며 말을 트게 된다는 둥, 돌격 명령을 내리기 직전인 장군이 갑자기 아랫배가 사르르 아파 볼일을 보고 왔더니 휴전 소식이 도착해 있다는 둥 세상만사 요지경이다.

드라마 리뷰 | 레지던트 에일리언 시즌 1(Resident Alien, 2021) | 피자, 인류를 구하다?
<수두룩 쌓인 피자 상자,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그런데 여기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세상 여기저기를 편력한 끝에 작금엔 옆으로 자빠지고 뒤로 넘어지고 앞으로 굴러도 마주치는 곳에서 우리의 빈약한 지갑과 의지박약한 위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피자가 인류를 멸종 위기에서 구했다고 하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인류사엔 아주 사소한 것이 한 사람의 운명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인류 운명까지 결정짓는 아찔한 비화들이 분명히 있을 듯한데, 오늘 인류의 언어로 ‘해리’라고 부르는 외계인이 겪은 휴머니즘으로 가득한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바로 그러하다.

어느 한 소년이 제방의 물이 새는 틈을 엄지손가락으로 막아 마을을 구했다는 이야기에도 열광하는 인류라면, 때마침 개업한 피자집이 나락에 빠질 뻔한 인류를 구한다는 이야기도 충분히 열광할 만하다. 원래 우린 피자만큼이나 단순한 동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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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면 누구라도 당황할 것이다>

한편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하자면, 지구로부터 46광년 떨어진 곳에서 왔다는, 그 넓고 평평한 나스카 대지 위에 그려진 커다란 도형이 자신들의 낙서라고 주장하는, 인류를 겨우 도마뱀에다 비교할 정도로 나름 우주에서 젤 잘 나간다고 자부하는, 인류 언어로 ‘해리’라고 불리는 외계인이 육체를 복제하고 살해한 진짜 해리의 시체를 은폐하고, 부서진 우주선을 수리하고, 마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정체를 알아보는 당돌한 소년 맥스를 처리해야 하고, 가망 없어 보이는 인류도 멸종시켜야 하고, 이렇게 바쁜 와중에 틈틈이 소젖도 마셔야만 하는, 인류 언어로 '해리'라고 불리는 외계인이 그렇게 파란만장한 우여곡절을 감내하고 다양한 인간들과 부대끼면서 하찮게 여긴 감정의 강렬한 힘을 깨우치게 된다는, 한마디로 감정 없는 종족의 외계인이 인간 사회에 동화되면서 감정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와 꽤 오랫동안 인연을 맺은 스팍(Spock)도 못한 것을 단숨에 해냈으니 대단한 외계인이다.

한편으론, 그토록 훌륭한 우주선을 가지고도 지구에 불시착했으니 멍청하기도 하다. 그러기에 우리가 아직 살아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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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게 생겼다 싶었는데 정말 범상치 않은 문어였다>

외계인 역을 맡은 알란 터딕(Alan Tudyk)의 환각 상태에서 막 깨어난 듯한 게슴츠레 눈이 왠지 친숙하게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무지막지하게 황당한 잔혹 코미디극 「터커 & 데일 Vs 이블」에서 터커 역을 맡은 그 배우였다. 그의 인간 생활 4개월 차의 어리벙벙한 외계인 연기 역시 터커 때만큼이나 매우 웃기도록 인상적이다. 이점 하나만으로도 드라마 완주는 문제없을 정도다.

이 밖에도 남자 친구도 공유할 줄 아는 보기 드문 의리를 보여준 세 노처녀의 끈끈한 정, 통제하길 좋아하는 권위적인 보안관과 섬세한 관찰력을 가진 내성적인 부보안관의 갈등과 대립이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외딴 산골 마을 콜로라도 페이션스(Patience)를 눈으로 만든 월계관으로 두른 듯한 아름다운 설경이 푹푹 찌는 한여름의 절정을 헐떡이며 넘어가고 있는 우리에겐 눈요기로나마 시원한 느낌을 전해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1,000명이 산다는 아담한 마을의 목가적인 정취도 과도한 인구밀도에 답답증을 느끼는 도시인의 숨통을 잠시나마 틔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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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선 심시티에서나 볼법한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 있다니...>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높은 지능을 가진 외계인 종족을 만들어낼 때마다 부당하게도 감정은 늘 쓰레기 취급받는다. 사실 감정은 지구 진화사에서 비교적 높은 지능을 가진 종들에게서만 발달한 꽤 독보적인 기능인데도 말이다.

1명을 살리기 위해 59명이 희생되었다는 드라마 속 이야기는 비록 허구이지만 실제로 그러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류는 59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사람들이 단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1명을 살리기 위해 59명이 희생한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비합리적이고 생명의 낭비로 보이지만, 이렇게 무모할 정도로 강렬해 보이는 결속력과 유대감이야말로 태양계에서 인류가 가장 돋보이는 문명을 이룩하게 된 원인이자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감정적인 결속력이 없었더라면 굳이 46광년이나 떨어진 곳에서 '해리' 같은 외계인이 인류 멸종 임무를 수행하러 오기 전에 진즉에 멸종했을 것이다.

끝으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았다지만, 원작에 대한 위키백과 자료를 대충 흩어보면 개작된 부분이 꽤 많아 보인다. 고로 시즌 2에서 이야기 흐름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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