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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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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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 마녀식 지존 가리기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마녀들의 나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마녀들의 격렬한 생존 투쟁과 후안무치한 지존 경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고문 • 화형 • 도륙 등의 시각적 잔인함과 엄마 마녀와 딸 마녀의 ‘콩가루 집안’ 뽐내기, 동족 살해 • 음모 등 마력과 권력을 유지하고자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마녀 피오나의 파란만장한 일생 등 인간 본성의 파렴치함에서 기인하는 감정적 잔인함 등 과히 잔인함의 칵테일을 만끽하게 하는 마녀판 막장 드라마다.

지존(정확히는 마녀 수장)을 가리기 위해 마녀들이 펼치는 사생결단식의 아귀다툼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주변에서 보기 흔한 주먹, 발길질, 비방, 고소 대신에 보기 드문 마법으로 바뀌었을 뿐 우리가 현실에서 종종 맞부딪치는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 숨은 너저분한 심연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런 점 때문에 ‘잔인함’을 ‘공포’로 오해하지 않는다고 해도 충분히 오싹한, 아니 치가 떨리는 드라마라고 할까나.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이번에도 존재감을 과시한 제시카 랭>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사이코패스 살인마에서 염복이 터진 프랑켄슈타인으로>

카리스마를 강렬하게 뿜어대는 제시카 랭(Jessica Lange)이 마녀 수장 피오나(Fiona Goode) 역으로 다시 한번 놀라 자빠지고도 남을 뛰어난 연기력을 과시했으며, 시즌 2에서 정신병원에서의 뼈아픈 경험을 책으로 엮어 성공한 라나 윈터스 역을 맡은 사라 폴슨(Sarah Paulson)은 이번에도 두 번씩이나 눈이 머는 개고생 끝에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게 되는 피오나의 딸 코델리아(Cordelia Goode)로 등장한다(고진감래의 모범 캐릭터라고 할까나).

시즌 1에선 사이코패스 살인마, 시즌 2에선 연쇄살인마 누명을 쓰고 정신병원에 갇힌 불행한 남자 역을 맡았던 에반 피터스(Evan Peters)는 이번에도 별난 역을 맡았다. 그는 사지가 절단되는 끔찍한 사고로 죽었다가 부활하지만, 말도 제대로 못 하는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즌 1에서 타이사 파미(Taissa Farmiga, 시즌 1에선 바이올렛 역, 시즌 3에선 조이 역)와 못 이룬 사랑을 시즌 3에선 목숨이 오락가락하고 마법이 종횡무진인 격렬한 전쟁에서 살아남아 이루게 된다는 것!

이 두 사람의 연적으로 늘씬한 다리와 이목구비가 선명한 미모를 자랑하는 줄리아 로버츠의 조카 엠마 로버츠(Emma Roberts)가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이후 시즌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함).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마법과 부두 주술의 대결>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좀비의 기원은 바로 부두 주술>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의 또 다른 볼거리 중 하나는 ‘마법 vs 주술’이다. 드라마 속 마법은 꽤 현대적이다.

끓는 가마솥에 이상야릇한 재료를 넣고 뭔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려야 효력을 발휘하는 그런 중세의 마법이 아니라 인스턴트 시대에 맞게 즉석에서 발휘되는 초능력에 가깝다. 이에 비하면 마룻바닥에 기묘한 기호를 그리고 산 재물을 바치고 까다로운 의식을 거쳐 상대에게 저주를 거는 부두 주술은 번거로운 구식이다. 그러나 부두 주술은 좀비라는 강력한 소환물을 조종할 수 있다.

흑인 주술 여왕과 백인 마법 수장의 대결은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두 번 눈이 멀고야 능력을 찾는다>
드라마 리뷰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American Horror Story: Coven, 2013) | 마녀식 지존 가리기
<그의 말대로 모두가 죗값을 치르고 고통을 받는다면 좋을까?>

미스티의 부활 마법이 기적 같은 일을 연출할 때는 제외하곤 선량함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는 냉혹 잔인한 드라마다. 이 정도의 신랄한 자극이 아니면 우리의 감성은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돌처럼 굳은 것일까? 내가 이런 드라마는 많이 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이 정도 수위가 요즘 미국 드라마의 기본일지도 모르겠다. 권모술수, 살인, 암투, 앙심, 복수 등 이런 앙칼지고 모진 재료가 확실히 눈요깃감은 되지만, 나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빛 같은 감동은 없어 침울하다. 물론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는 애초에 짠한 감흥 같은 것을 기대하고 보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말이다.

마녀 일족이 인류에게 당해온 무자비한 폭력을 보면 왜 인류에게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그런 이상한 능력을 갖춘 아이가 탄생하는 족족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매머드를 사냥하듯 죽였을 테니까. 자신보다 조금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곁에 있는 것조차 심히 불편하게 여기는 우리가 과연 초능력자를 받아들일 만한 깜냥을 지녔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드라마는 일곱 개의 기적을 보여주는 새로운 수장의 등장과 ‘은폐’가 아닌 ‘개방’이라는 진보적인 강령으로 마녀 일족의 멸족을 막겠다는 새로운 시도로 끝맺는다. 진흙탕 싸움을 신나게 벌이는데, 갑자기 모든 진흙이 순식간에 증발하는 바람에 어리벙벙하게 손발이 멈춰버린 것처럼 뭔가 개운치 않은 성급한 결말이지만, 부두의 신 Papa Legba의 충고대로 모두가 죗값을 치르고 고통을 받는다면 그런대로 정리는 된 셈이다. 지금까지의 음침한 이야기보다 이후 이야기가 더 신나고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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