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에서 생긴 일(The Lodge, 2018) | 기발한 복수가 불러온 기막힌 참극
<요즘 장례식에선 검은 풍선을 날리는 것이 유행?> |
아빠의 새 애인 그레이스, 그리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당한 엄마의 갑작스러운 자살. 상황이 이렇게 공교로우니 사춘기의 에이든과 어린 미아가 엄마 로라의 죽음을 그레이스 탓으로 돌려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에이든과 미아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엄마를 죽음으로 몰아간 가장 큰 원흉이라고 여겨지는 그레이스에 대한 암묵적인 분노가 아직 채 가시기도 전에 아빠 리처드는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곧 결혼할 그레이스와 아이들이 하루빨리 친해지기를 바라는 성급한 마음에 크리스마스를 위해 별장 여행을 계획한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아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별장 여행에 동참하기로 한 아이들은 출발하기 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레이스가 광신도 집단 자살의 유일한 생존자임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어메이징 그레이스!
아이들 머릿속엔 엄마를 죽인 그레이스의 참혹한 과거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들이 생각하기엔 그녀야말로 진정으로 참회해야 할 죄인 중의 죄인이었다.
<눈보라만큼이나 싸늘한 집안 공기> |
영화 「The Lodge」는 제목 그대로 별장에서 생긴 일이다.
새하얀 눈밭을 한 아름 안은 채 암녹색 울타리로 둘러싸인 별장은 참으로 아름답지만, 별장에서 일어날 일은 전혀 아름답지 못하다. 아이들의 아름답지 못한 창의력에서 기인한 아름답지 못한 결말,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악 그 자체라고 할까나?
어느 공포영화가 「The Lodge」처럼 자칫 지루함으로 빠질 수도 있는 적적한 이야기 속에 가슴을 덜컹 내려앉게 할 충격적인 결말을 온전하게 숨겨놓을 수 있었나? 정말이지 꾸벅꾸벅 졸다가 기습적인 똥침이라도 당한 것처럼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하룻밤 만에 물, 전기, 음식이 사라졌다?> |
한편으론 감독과 관객의 두뇌 싸움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요소다.
그레이스와 두 아이에게 생긴 이변을 괴이하게 생각한 관객이라면 두뇌를 이리저리 굴리며 그 원인을 예측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머리가 좀 돌아가는 관객은 보고 있는 영화가 ‘공포영화’라는 것에 착안해서 그들에게 생긴 이변은 마땅히 ‘죽음’과 연관된 ‘사후세계’로 추측하기 마련이다. 일상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공포영화’에서 일어났다면, 그것을 ‘죽음’이나 그와 비슷한 것과 결부 짓는 것은 합당한 추론이지 않은가?
하지만, 영악한 감독은 관객의 빗나간 예측이 증폭시킬 결말의 충격을 예상했으리라.
<보기 좋은 별장에서 보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줄 모두 예상했겠지?> |
한편으론, 이변에 대해 ‘죽음’이 아닌 다른 원인을 계산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현명한 관객에겐 「별장에서 생긴 일」의 원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렇더라도 영화의 재미는 반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는 추리에 성공한 관객을 마치 조롱하듯 끔찍하고 절망적인 결말과 마주치게 함으로써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악의를 드러낸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때의 그 당혹감 같은 것 말이다.
「The Lodge」는 유령, 살인, 파괴, 난도질 등의 두려움과 흉측함에서 기인한 공포가 아니라 폭풍 전야 같은 기분 나쁜 고요함 속에서 뭔가가 터질 듯 말 듯 한 불안함에서 기인한 심리적 공포가 감질나는 영화다. 초반의 지루함만 조금 견뎌낸다면 그 보상은 분에 넘치도록 짜릿하다. 다만,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영화에 관해 묻지도 말고 알려고도 하지 말고 줄거리 같은 건 더더욱 알 생각일랑 하지 말고 그냥 재생하길 권장한다. 그만큼 스포일러가 영화 감상에 끼치는 해악이 크다는 말이다. 그걸 알면서도 머리가 텅 빈 사람처럼 마구잡이로 지껄이는 난 뭐란 말인가!
하고 싶은 말이 조금 더 남았지만, ─ 지금까지의 글도 스포일러의 여지는 충분하므로 ─ 지나친 스포일러가 되어 모처럼의 특색 있는 공포영화의 재미난 감상을 방해하게 될까 봐 이쯤에서 뇌와 손가락에 휴식을 명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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