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Pluto, 2012) | 세대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
명문고 1등이 학교 뒷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용의자는 상계동에서 전학을 왔다는 김준. 천체물리학 등 과학에 관심이 많은 김준은 형사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요모조모 자신을 변호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곧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다. 하지만, ‘토끼 사냥’이라는 숨진 유진과 같은 스터디 그룹이었던 우등생들은 여전히 김준을 살인자로 몰아세운다.
사실 김준은 노예처럼 그들이 시키는 온갖 추잡한 범죄 행위를 다 해 가며 ‘토끼 사냥’에 들어가고자 기를 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유진이 살해되는 사건이 터진 것이다. 김준은 끝내 그들의 일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그동안 그들로부터 받은 굴욕과 수모는 산을 이루고도 남을 터였다. 결국, 김준은 그들의 더럽고 비열한 비밀을 세상에 폭로하기로 한다.
「명왕성(Pluto, 2012)」를 보고 나면 이미연 씨와 김보성 씨가 주연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80년대 영화가 떠오른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없다. 스펙이 높아지는 만큼 오히려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고나 할까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성적 지상주의는 난공불락이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교육 제도의 문제점과 그것을 조장하는 사회의 부당한 인식을 비난하는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떻게든 1% 안에 들려는 욕망으로 철철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이것은 부자를 욕하면서도 속으로는 부자를 부러워하는 모순과 비슷하다고나 할까나? 우리는 그렇게 속물인 것이다.
재밌는 점은 영화 「명왕성(Pluto, 2012)」의 네이버 평점이 세대별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그중 10대들의 평점이 가장 높다. 안타깝게도 이분들에겐 이 영화가 지금의 현실이지 않겠는가. 20~30대의 평점이 가장 낮다. 일단 자기들은 고비를 넘겼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40~50대로 가면 다시 평점이 올라간다. 당연하겠지, 이제 영화가 자식들 문제와 직결되니까. 우리는 역시 속물이다.
비슷한 소재를 다뤘지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과격함과 파괴가 느껴지는 영화다. 이제 이 정도의 자극조차 없으면 너무 싱거운 나머지 눈을 통해 들어온 영상들이 모두 희뿌연 잔상으로 아스러질 정도로 우리의 감각은 호미질하는 농부의 손처럼 굳은살이 점점이 박여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정이 이러하니 역시 우리는 속물이다.
끝으로 질문 하나 해보자. 만약 김준이 ‘토끼 사냥’이라는 비밀 스터디 그룹의 정식 일원으로 받아들여졌어도 동료들의 비밀을 폭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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