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 2016) | 세련된 시신, 세련된 공포
“아뇨, 그 애의 몸에 일어난 일 내부를 보면 불가능한 일이었잖아요. 여기 일어난 일을 보면 불가능한 일 따위는 없어요.” - 오스틴
어느 날 평범한 가정집에서 침입의 흔적도 없고, 그래서 정확한 사건 경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기괴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 현장을 수사하던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지하실에서 더 기괴한 것을 발견한다. 지하실 흙바닥에는 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신원도 알 수 없는 젊은 여자의 깨끗한 시신이 반쯤 파묻힌 채 누워 있었다. 경찰은 마을 검시관 토미에게 신원미상 시신의 부검을 맡긴다.
3대째 시체 공시소에서 부검을 맡아오던 토미와 오스틴 부자는 일과가 다 끝나고 나서야 신원미상의 시신을 받는다. 오스틴은 여자친구 엠마와의 데이트도 미룬 채 아버지를 도와 부검을 시작하는데, 외관상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시신의 속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폐는 마치 화형을 당한 것처럼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고, 심장에도 무언가에 베인 자국이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한 손목과 발목도 조각조각 부러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혀는 반 토막만 남아 있었고, 눈빛은 회색이었다.
수십 년 동안 부검을 맡아온 토미조차도 외관상으로는 깨끗한 채로 몸속만을 이렇게 잔혹하게 휘젓는 방법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두 사람이 신원미상 시신의 사망 원인을 밝혀내려고 고심하고 있을 때, 그들 주변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하나둘씩 벌어지고 있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시신의 부검 결과와 주변에서 벌어지는 괴이한 일들은 복도에서는 은은하게 들려오는 방울 소리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그 방울 소리는 토미가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부검한 시체 발목에 묶어둔 바로 그 방울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제인 도(The Autopsy of Jane Doe)」는 ‘부검’을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웩’하는 장면들로만 가득할 것 같아 감상하기가 좀 꺼렸지만, 실상은 상당히 세련되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관객을 압도하고 기겁하게 하는 훌륭한 공포 영화였다. 공포 영화에서 잔인하고 악마적인 취미로 사람의 몸을 난도질하는 장면은 징그럽고 역겹기 그지없지만, 영화 「제인 도」처럼 사인을 밝히려는 부검 장면은 마치 해부학 강의를 보는 것처럼 사뭇 진지함이 느껴진다. 아무튼, ‘부검’이라는 다소 직설적인 소재로 관객의 예지를 무디게 만든 다음 신원미상 시신의 죽음에 얽히고설킨 미스터리로 크게 한 방을 날리는, 시각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아주 만족스러운 정말 놓쳐서는 아니 될 공포 영화다.
신원미상의 시신으로 나오는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검대 위에 누워 옴짝달싹 않고 있어서 마네킹 같은 특별제작된 소품인 줄 알았더니 ‘올웬 캐서린 켈리(Olwen Catherine Kelly)’라는 여배우였다는 점도 놀랍다. 그렇다면 그 여배우가 한 연기를 뭐라 말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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