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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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UMMA) | 여러분, 제사는 잊지 말고 꼭 챙기세요

영화 리뷰 | 엄마(UMMA, 2022) | 여러분, 제사는 잊지 말고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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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UMMA, 2022) | 여러분, 제사는 잊지 말고 꼭 챙기세요

영화 리뷰 | 엄마(UMMA, 2022) | 여러분, 제사는 잊지 말고 꼭 챙기세요
<사이좋은 모녀에게 무슨 일이 닥칠 것인가?>

영화는 오직 남편 때문에 자기 삶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주한 여인이 겪었을 극한 외로움이 외동딸에 대한 통제 욕구로 변질하면서 이민 1세대와 2세대 사이를 비극처럼 갈라놓는 트라우마를 생산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를 감상할 많은 한국인은 (자식 처지에서 볼 때) 부모님의 도를 넘어선 자녀 통제 욕구와 그로 인한 숨 막히는 가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사람이 아직은 꽤 있을 것이다. 그런 가정이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엄마 처지에선 자식이 환갑을 넘었어도 여전히 ‘내 자식’이라는 이 상대적 위치 문제는 엄마와의 죽음을 통해서만 결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부모의 통제 욕구에서 벗어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영화 리뷰 | 엄마(UMMA, 2022) | 여러분, 제사는 잊지 말고 꼭 챙기세요
<전기를 무서워하는 아만다와 엄마를 위로하는 딸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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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죽음을 알리러 온 삼촌>

그런 점에서 영화에서 묘사되는 모녀간의 갈등은 충분히 이해되어야 하고, 아직도 이런 가정이 한국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현실이야말로 한국 가정의 비극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서구인이 보기에 동아시아인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고 소유하려는 욕구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불합리하고 비합리적인 문화로 보이지만, 동아시아인 부모가 자식을 통제하려는 욕구의 배경은 서구 부모가 자식의 자유를 존중해주는 마음의 배경과 마찬가지로 사랑이다.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의 원인은 영화 「엄마(UMMA)」처럼 변질한 사랑이 낳은 집념과 집착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너무나도 가슴 아픈 일이다.

영화 리뷰 | 엄마(UMMA, 2022) | 여러분, 제사는 잊지 말고 꼭 챙기세요
<엄마 몰래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딸을 본 순간 아만다의 통제 욕구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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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자식을 놓아주지 않는 엄마의 한없는 사랑>

우리는 주변에서 ‘ ~ 같은 사람이 되기 싫어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영화에서도 아만다 (Sandra Oh)는 ‘엄마’처럼 되기 싫다고 말하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그녀 역시 ‘엄마’처럼 딸 크리스(Fivel Stewart)를 자신의 통제 속에 두려고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만다는 엄마가 물려준 한복을 입고 있는데, 이것은 그 누구도 엄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은유하는 것처럼 보여 소름 끼친다.

‘ ~ 같은 사람은 되기 싫어’라는 문장은 많은 사람을 고민하게 하는 질문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말함으로써 되기 싫은 사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무의식적 고충을 알게 모르게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공무원이 되면 저런 부패한 공무원은 되지 말아야지’, ‘내가 집주인이 되면 저런 악덕 집주인은 되지 말아야지’, ‘내가 검사가 되면 저런 무능한 검사는 되지 말아야지’, ‘내가 변호사가 되면 저렇게 돈만 밝히는 변호사는 되지 말아야지.’ 등등 사람들의 각오는 넘쳐나지만, 세상은 여전히 각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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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게 귀싸대기를 한 방씩 주고받은 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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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님, 어쩐 일로 행차하시었소>

「엄마(UMMA)」의 공포는 모녀의 뒤틀린 관계를 과장되게 묘사하면서, 혹은 심리적 트라우마가 생산하는 자극적이고 충동적인 뭔가에서 피어올라야 할 것 같지만, 이것보단 소리나 조명 등의 점프 겁(Jump scare)에 의존하는 것 같아 아쉽고, 그래서 그런지 그다지 무섭다는 생각은 안 든다. 오히려 「이블 데드」를 만든 샘 레이미(Sam Raimi)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는 사실이 더 무섭다. 무섭지는 않지만,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엄마와의 갈등,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 있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엄마의 간섭에서 벗어나고픈 이 이율배반적인 모순을 어슴푸레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영화는 슬프다.

이런 나의 다소 긍정적인 감상이 누군가에겐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의 이야기는 막연하기도 하고 두서가 없기도 하다. 뭔가 딱 부러지는 맛도 없고, 아귀가 딱 들어맞는 것 같지도 않다. 사실 이민 세대 간의 갈등 • 모녀 갈등이라는 소재 자체가 요즘의 자극적인 공포영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진부하기도 하고,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는 것을 부덕하다고 보는 한국 사람들에겐 드러내놓고 왈가왈부하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건드리기 어렵고 묘사하기도 쉽지 않은 소재를 공포 영화로 제작하려고 시도한 점은 높이 사고 싶다.

그런데 리뷰 제목은 왜 그러냐고? 그것은 영화를 보면 알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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