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5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School-Live)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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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빈대떡처럼 살짝 퍼진 얼굴이 의의로 귀여운 오노 노노카>

썰렁하고 유치한 리뷰 제목만큼 썰렁하고 유치한 영화지만, 의외로 봐줄 만한 소녀들의 미성숙한 연기에도 펌프질 당하는 관대하고 외로운 심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온: 더 파이널」에서 토시오의 사촌 누나 역을 맡았던 귀여운 오노 노노카(小野乃乃香)의 해맑은 미소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둘 중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종착역으로 향하는 추진력으로는 충분할 것이다.

영화 감상이라는 것이 뭐 별거 있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이렇게 스크린으로라도 볼 수 있다면 천하장사 이만기가 눈꺼풀을 붙잡고 늘어지는 것처럼 이야기가 졸리고 지루하더라도 참고 견디어내야 진짜 팬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룰루랄라, 즐거운 하굣길...>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하루아침 폭삭 망한 세상>

서문에서 언급한 두 요소 외에도 ‘좀비물’이라는 영화 소개에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온 좀비 영화 애호가들도 있을 것이다. 귀여운 소녀들과 험상궂은 좀비들의 좀처럼 볼 수 없는 비명이 자지러지고 하얀 세일러복은 시뻘건 피로 물드는 신명 나는 짝짜꿍을 흐뭇하게 기대하는 그대들은 얼른 입가의 침이나 닦고 자숙해라.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은 좀비의 후각만큼이나 예민한 소녀의 감성을 야수처럼 짓밟는 것을 즐기는 음흉한 자들을 위한 영화는 아니니 냉큼 물러나길.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세상도 무심하지, 한창 꽃다울 나이의 여고생을 저리도 무참하게...>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밖에 좀비가 우글대건 말건 즐거운 식사 시간!>

좀비들에게 완벽하게 포위된 학교에서 아주 명랑하게 생존한다는 다소 뜨악한 설정과 인류 종말의 위기일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온전한 쾌활함을 유지하려는 어색한 캐릭터들이라는, 어딘지 모르게 약에 취한 듯한 전개가 은유하는 비상식적이고 비일상적인 맛은 기지 넘치는 관객에게 ‘원작 애니메이션이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고도 남는다.

원작 만화를 보지는 못했고 볼 생각도 없지만,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같은 유쾌한 좀비 영화는 종종 보았지만, 이렇게도 명랑한 좀비 영화는 드물다는 점에서 과감히 평점 3점을 준다.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유키가 설명하는 ‘학교 생활부’ 규칙, 가입 신청은...>
영화 리뷰 | 야호! 좀비와 함께하는 신나는 학교생활!(がっこうぐらし!, School-Live!, 2019)
<늘 명랑한 유키와 늘 삽을 들고 다니는 쿠루미, 그리고 유리와 미키>

대형 할인점이라도 털어온 것 같은 학교 비품 창고, 끊기지 않고 공급되는 전기와 물 등 무슨 일개 학교가 전쟁 대피소로 바로 사용해도 될 정도로 자급자족 시스템이 훌륭하게 갖춰야 있으니 이 모든 것이 그들만의 ‘학교 생활부’를 위한 완벽한 무대이다. 이제 당신에겐 삽을 사랑하는 쿠루미와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명랑한 유키 등과 함께하는 유쾌 상쾌한 학교 생활부에 가입할 것이냐 하는 선택의 기로만 남았다. 단연코 장담하지만, 영화는 지루할 수는 있어도 그들과 함께하는 학교생활은 결코 지루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좀비도 좀비지만 학교 생활부엔 남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세상 모든 근심을 품은 철학자라도 되는 것처럼 심각하게 고민해봤자 별수 있나. 알다시피 고민해서 해결될 일도 있지만,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그렇다면 하루를 살더라도 인상 찌푸리는 것보단 유키처럼 명랑하게 사는 것이 더 보람 있지 않을까? 하는 명랑한 생각과 함께 저렇게 사방팔방에 좀비가 바글거리는 험악한 세상에서도 웃으며 지낼 수 있다면, 그보단 덜하다고 볼 수 있는 현실에서 매일 오만가지 울상을 지으며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긍정적인 각오를 하게 하는 이상야릇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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