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키(Chucky, 2021) 시즌1 | 살인마에서 살인 교사자로 노선 변경!
<평범한 거리 시장에 평범하지 않은 인형 등장!> |
‘처키(Chucky)’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먹잇감과 숨바꼭질을 벌인 끝에 망설임 없는 난도질로 마무리되는 살인 유희다. 자기 팔길이만 한 식칼을 들고 자신보다 몇 배나 큰 어른을 깡충깡충 쫓아다니는 얼굴은 크고 팔다리는 짧은 귀여운 인형과 발길질 한 번이면 홈런을 날릴 것 같은 작은 인형 앞에서 벌벌 떠는 어른이라는 비현실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조합은 잔인하게 느껴져야 할 살인을 한 편의 희극으로 소화시키는 배덕한 소화제가 된다.
처키의 살인 놀이를 보고 있노라면, 선생님이 말 안 듣는 아이를 회초리로 매질하듯 말 안 듣는 어른을 징벌하는 작은 악마를 보는 것 같다. 물론 처키는 ‘회초리’ 대신 ‘식칼’을 쓴다는 점이 명확하게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 ‘식칼’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처키는 ‘연쇄살인마’라는 악명에 걸맞은 (군용칼이나 회칼 같은) 무시무시한 흉기 대신 부유한 집이건 가난한 집이건 모든 집에 꼭 하나씩은 있는 식칼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마치 나에게 살인은 식칼만큼이나 일상적이라고 은유하는 것처럼 말이다.
<처키는 따돌림당하는 제이크에게 살인을 추천한다> |
<처키에게 ‘죽어 마땅한 년’으로 낙인찍힌 렉시, 그런데 이게 14살의 주름?> |
무조건 죽이고 보는 처키의 살인 유희는 이미 극장판 시리즈에서 질리도록은 아니더라도 볼 만큼 보아왔다. 사실 처키에게 있어 살인은 우리가 밥 먹는 이치와 비슷하므로 지루해할 수는 있어도 질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입맛이 없더라도 생명력을 유지하고자 억지로라도 한 숟갈 뜨듯, 처키는 내키지 않더라도 자신의 악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그 살벌한 감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아무튼, 「처키(Chucky)」 TV판을 앞에 두고 극장판에서 볼 거 다 보여준 거 아닌가? 또 보여줄 것이 남았나? 하는 의아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처키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에 (극장판을 한 번 이상 본 팬이라면) 안 보고는 배길 수 없었다.
<제이크 일당에게 엄지척하는 앤디> |
<여전히 풍만한 몸매를 과시하는 그녀는 누구?> |
TV 시리즈는 나 같은 ‘처키’ 고정팬이나 올드팬을 위해 꽤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일단 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걸걸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처키 목소리를 맡았던 브래드 듀리프(Brad Dourif)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처키 극장판 첫 회인 「사탄의 인형(Child's Play, 1988)」에서 아역 앤디 바클레이를 맡았던 알렉스 빈센트(Alex Vincent)가 어느덧 성인이 되어 ‘처키 사냥꾼’으로 등장하는 것, 그리고 ‘처키’ 이야기에서 제외했다간 어김없이 칼빵을 날릴 것 같은 ‘처키의 영원한 신부’ 티파니 발렌타인 역을 맡았던 제니퍼 틸리(Jennifer Tilly)가 그 육중한 몸매를 과시하며 또다시 뭇 남성들을 흥분시킨다는 것.
<헬로키티 가면을 쓴 처키😍> |
<처키에게 비명횡사 당한 이들을 추도하는 제이크, 데본, 렉시> |
한편으론 처키가 (악마가 선량한 사람들을 악의 길로 유혹하듯) 순진한 소년들을 타락시켜 살인을 저지르게 한다는 이야기는 처키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풋내기(혹은 젊은 층)를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예전처럼 다짜고짜 살인을 저지르고 보는 극단적이고 잔인한 요소로만 시리즈를 가득 채우면 관람 등급 문제도 있지만, 보는 사람들이 쉽게 질려버린다.
이야기를 길고 재밌게 끌고 가려면 그에 걸맞게 호흡을 길게 이어갈 수 있는 설정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처키는 우리가 배고프면 밥을 먹듯 살인이 고프면 사람을 죽이는 머리와 마음에 온통 살의밖에 없는 미친 살인마가 아니라 소년들을 타락시키고 뒤에서 조종하려 드는 영악한 악마가 될 터이다.
<이 녀석들이 처키가 노선을 바꾼 이유???> |
처키가 이처럼 열심히 소년들을 꾀는 이유엔 ‘TV 시리즈 흥행’이라는 표면적인 요소 외에도 나름의 고충이 숨겨져 있다. 왜 처키는 갑자기 노선을 변경한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극장판을 유심히 본 사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문제는 시즌2를 예고하는 꼬투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만사 우리 뜻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처키라도 별수 없다. 처키의 장황하고 끈덕진 설교에도 불구하고 소년들은 홧김에 식칼을 들지언정 막상 때가 오면 머뭇거린다. 그래서 처키의 본의 아닌 살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과연 처키는 시즌1에서 몇 명을 죽일까? 정답은 시즌1 마지막 편에 친절하게도 처키가 직접 나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알려준다. 소문에 따르면, 처키가 정답을 맞힌 사람 중 몇 사람 집을 방문하여 살인의 기술을 전수해 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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