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A반~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3年A組 ―今から皆さんは、人質です―, 2019) | 열흘 간의 참 인생 수업
<이 시대 최후의 열혈교사, 히이라기> |
학생 • 제자들을 아끼고 보살펴야 할 담임 선생이 학교 여기저기에 폭탄을 설치하고 학급 하나를 통째로 전세? 아니 인질 삼는다는, 역시 일본다운 기발한 발상으로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기미를 위협하듯 들이대는 드라마로 초반부터 미스터리한 재미가 쏠쏠하다.
만약 드라마 「학년 A반~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3年A組 ―今から皆さんは、人質です―)」에서 주목해야 할 1인을 꼽는다면 두말할 필요 없이 학생들을 인질로 삼은 담임 선생 히이라기 이부키 역을 맡은 스다 마사키(菅田将晖)다. 그의 놀랍지 않은 외모에서 후지산처럼 폭발한 놀랍고 드레진 연기는 고양이에 쫓기는 쥐가 죽기 살기로 쥐구멍으로 들어가려는 것처럼 시청자의 가슴속으로 맹렬하게 돌진해온다. ‘꽝’하는 감동에 심장에 구멍이 ‘뻥’하고 뚫릴 지경이다.
<그가 저 자리에만 안 섰어도...> |
<우린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알고 씨부렁대는가?> |
그렇다면, 히이라기는 왜 제자들을 인질로 삼은 것일까? 그것은 전도유망했던 수영부 학생 카게야마 레이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잔혹무도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이다. 히이라기는 하루에 한 개씩 총 10일에 걸쳐 '질문하면 문제를 풀다'라는 간단한 형식으로 레이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하나하나씩 파고든다.
급우들은 SNS에 올라온 도핑 동영상 때문에 레이나가 자살한 것이 범죄자가 징역을 사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생각하고 있었지만, 폭탄과 함께하는 목숨 건 수업에서 하루하루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과 거짓은 (여기까지 본 시청자라는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사소한 악의가 강물처럼 바다처럼 모이고 모여 사람을 죽이는 흉악한 무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SNS 시대가 나은 만성적 비극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듣는 이를 뇌쇄시키는 히이라기의 눈물 어린 호소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자 빛이다. 다만, 그의 주장이 이성으로 사람을 설득하고 감정으로 사람을 감동시키기보다는 고의로 상대방을 극단으로 몰아간 다음 긴장 • 갈등의 해소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이라기보다는 교훈적(혹은 세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질질 짜는 장면이 참 많이도 나온다> |
<단짝이 될뻔했던 두 사람을 무엇이 갈라놓았을까?> |
도핑 동영상 파문 이후 레이나가 동급생들에게 위로를 받기는커녕 시기심 • 질투 어린 비난과 시선만 배부르게 받고 죽어 간 것에 관해 급우들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듯) "난 잘못한 것 없어요.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 상황에서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에요"라고 무책임하고 싹수없게 나오면, 히이라기 선생이 ‘왕왕’, ‘멍멍’ 울부짖으면서 피와 눈물로 호소하면 그때 가서야 뭔가 뉘우친 학생은 “아, 내가 왜 눈물을 흘리고 있지?”라고 개과천선하는 에피소드가 몇 번씩 반복되다 보니 감동의 쓴맛은 뒤로 갈수록 물 탄 커피처럼 밍밍해지기도 한다.
이런 대중 소설 같은 작위적인 감동은 조미료를 듬뿍 친 인스턴트 식품처럼 영양가 없는 얕은맛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덧입혀진 도배지 벗기듯 동영상을 분석하는 황당한 장면 등 몇 가지 허점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전개를 꽤 많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미스터리 드라마다.
<이제야 뭔가 깨우친 3학년 A반 학생들> |
<홍콩영화에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 여기서도...> |
최소한 나로선 강의나 설교가 아니라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인데 드라마의 강압적인 교훈은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반복해서 듣다 보니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남은 감동도 역류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마지막 느낌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하나를 해결하면 또 새로운 문제가 불쑥 나타나는 미스터리적인 재미는 나름 잘 갖춰져 있으니 히이라기의 반복되는 설교는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드라마 「3학년 A반~지금부터 여러분은, 인질입니다」이 다른 학원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일부 주연급 학생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A반 학생 29명 전원이 레이나 일과 관련해 말 못할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29명 모두 개성적인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어 ‘레이나 자살’이라는 한 사건에 관해 객관식 같은 일차원적인 해설이 아니라 다소 복잡한 다차원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복잡한 구조에서 오는 수준 높은 긴장감을 즐길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이야기를 놓칠 수도 있으니 호불호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SNS의 가장 큰 폐단 중 하나는 ‘마녀사냥’일 것이다. 비슷한 소재를 다룬 찬호께이(陳浩基)의 소설 『망내인(网内人)』에서 나는 인터넷이 인간의 가학성을 부추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이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탈을 쓰면 얼마나 잔인해지고 비겁해지고 파렴치해지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남의 말에 무뇌충처럼 휩쓸리는 그 몰지각함이람? 만약 물고기가 물에서 살 듯 SNS에서 빠져 사는 사람은 이 드라마를 꼭 봐라! 문명 시대 최후의 열혈교사 히이라기의 설교를 들어봐라. 자기가 싸지르듯 남긴 지난 댓글을 흩어봐라. 그리고 인터넷에 남긴 댓글이 바로 인터넷상 당신의 인격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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