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호(殺手壕: The Big Brawl, 1980) | 성룡에게 연인을 선물한 영화
<성룡의 실력을 뽑아내기엔 상대들이 너무 둔열했다> |
요즘 들어 틈틈이 성룡 영화를, 그중에서도 80 • 90년대 작품들을 다시 보는 중이다. 원래 있던 고질적인 허리 통증에 낙상의 후유증이 더해지니 몸이 아프면 덩달아 마음도 아파지듯 울적함이 사인 곡선처럼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이 울적함을 잠시나마 달래고자 「오복성」이나 「쾌찬차」 같은 오락 영화를 찾게 된 것이다. 그렇게 성룡 영화 목록을 흩어보다가, ‘아, 이 영화는 안 본 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꺼내 든 영화가 ‘배틀 크리크’라고도 알려진 「살수호(殺手壕)」이다.
이 영화는 ‘둥, 둥, 둥, 둥, 빰빠빠빠’하는 거창한 효과음과 직사각형 4개가 자아내는 G자 로고가 인상적인 골든하베스트가 성룡의 할리우드 진출을 시도한 첫 작품이지만, 성적은 매우 좋지 않았다.
<갱들을 상대하는 성룡, 그리고 귀엽게 당하는 갱들> |
<성룡 액션의 특징은 주변 사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 |
마피아 갱단이나 격투기 선수와 성룡이 벌이는 싸움은 너무 큰 체구 차이와 상대역들의 싸움 기술이 너무 수준 낮아서인지 성룡 특유의 장난꾸러기 같은 코믹 액션이라기보다는 앙증맞은 몸 개그에 가깝다.
하지만, 이후 성룡이 자신의 영화에서 보여줄 싸움터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듯해 보이면서도 나름의 질서가 있는 ‘사물 액션’의 초창기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성룡은 이 영화에서 위트와 장난꾸러기 스타일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뛰어오르고 뛰어내리는 구르고 매달리고 엎어지고 주변 사물을 단순 무기가 아닌 그 이상의 용도로 액션에 활용하는 등 성룡 액션 스타일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는 있겠다.
<패배자에게 죽음뿐만 아니라 키스까지 선물하는 성룡의 마지막 상대> |
<한때 연인 사이였던 등려군과 성룡(사진 출처: Sogou)> |
사실 영화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성룡이 이 영화로 인해 우리에겐 「月亮代表我的心(월량대표아적심)」이란 애절한 노래로 유명한 등려군(邓丽君)을 만나 잠시나마 연인 관계를 맺었다는 (나로선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두 사람은 1979년 로스앤젤레스 해변에서 우연히 마주쳤다는데, 성룡은 영화 「살수호(殺手壕)」 촬영을 위해 미국에 머무르고 있었고, 등려군은 유학 중이었다고 한다. 등려군이 성룡에게 아이스 스케이팅 타는 법을 가르치고 보컬 교습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용광로에 빠진 쇳덩이처럼 빠르고 뜨겁게 달궈진 두 사람의 애정은 성격 문제로 인해 달궈진 쇠가 찬물에 담가진 것처럼 급격하게 식는다.
아마 이때의 교습 덕분에 성룡은 훗날 자신 있게 영화 주제가를 부를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우승을 기뻐하는 제리와 아미> |
<지금 시점으로 보면 AV 배우치곤 군살이 좀 많지?> |
또 하나 재밌는 것은 제리(성룡)의 애인 아미 역을 맡은 크리스틴 드벨(Kristine DeBell)이 포르노 배우라는 사실이다. 그녀가 포르노 배우라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실 난 포르노 배우나 소녀 그룹이나 ‘sex’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본다) 여기저기 군살 가득한 그녀의 몸매가 (요즘 AV 배우들과 비교하면) AV 배우치곤 별로라는 별거 없는 사실이 뭐 쓸거리 없나 방황하는 내 눈에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고전 영화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의 미모를 품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여성의 몸매 유형도 시대의 요구에 따라 유행을 탄다는 것이다. 젖소처럼 풍만한 몸매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고, 젓가락처럼 빼빼 마른 몸매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면 요즘은 ‘S자’라는 곡선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몸매가 유행이랄까? 미의 기준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른 것처럼 완벽한 몸매의 기준도 그럴 것이다. 먼 훗날엔 ‘Z라인’ 같은 몸매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살수호(殺手壕)」는 나쁘지는 않은데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는, 전체적으로 밋밋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얼토당토아니한 신소리나 지껄이고 있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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