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게임 파크(デス・ゲーム・パーク, 2010)
<이렇게 13명으로 시작된 ‘데스 게임’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
13명으로 시작된 생존 게임. 왜 선택되었는지도 모르고, 왜 참여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참가해야만 하는, 다짜고짜 ‘데스 게임’이 시작된다.
그들 중에는 아리따운 아가씨도 있고, 보조기구를 착용할 정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있고, 호흡기 없으면 곧 죽을 것 같은 천식 환자도 있고, 이 망할 놈의 데스 게임이 아니더라도 타인을 못 죽여서 안달인 불량배도 있다. 그리고 기억을 잃은 듯 보이는 두통 환자도 있다.
과연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홍일점, 왠지 끝까지 살아남을 것은 느낌?> |
‘데스 게임’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다고 해서 영화 「배틀 로얄」, 「헝거 게임」을 떠올린다면,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드라마 재생을 멈추고 싶은 지능적이고 극히 합리적인 충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아무리 할 일이 없다고 해서, 차라리 코를 후비며 멍청히 누워있을망정 이따위 드라마에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내적 호소가 두통을 일으킨다.
이 모든 진지하고 새겨들을만한 내면의 충고를 거역하고 끝까지 본 나야말로 ‘데스 게임’의 승자다!
<이 조촐한 게임의 주최자?> |
일본 콘텐츠 특유의 기발함, 참신함, 도발적인 면은 모두 엿 바꿔 먹고 어디서 굴러먹다 온 배우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쓰러운 연기로 가뜩이나 몰입감 없는 연출에 재를 확 뿌리는 배우들로 그래도 이왕에 시작한 이야기는 마무리 짓겠다고 꾸려가는 모습이 (그 근성만큼은 칭찬하고 싶다) 참으로 애처롭다.
영화 「백두산」에 등장하는 리준평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기 드문 배우’들로 꾸려나가는 ‘보기 드문 드라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 여자는 누구?> |
순전히 ‘데스 게임’이라는 솔깃한 소재 때문에 감상한 드라마지만, 빈말로라도 추천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렇더라도 이것은 전적으로 내 감상일 뿐이다. 집안을 두둥실 부유하는 먼지를 하나도 빠짐없이 셀 정도로 시간이 남아돌고, 공원에 쭈그리고 앉아 개미의 일과를 낱낱이 조사할 정도로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열 번이 아니라 만 번을 봐도 무방하다. 내 조언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주가 담겨 있는 것도 아닐 뿐만 아니라 바야흐로 우리는 자유 의지를 가진 자유 동물이지 않은가?
허접한 내 감상이야 어찌 되었든, ‘데스 게임’ 장르를 볼 때마다 고민해 본다. 머리가 좋아야 살아남는 데 유리할까? 싸움을 잘해야 살아남는 데 유리할까? 지식이 많아야 살아남는 데 유리할까? 용맹해야 살아남는 데 유리할까? 잘 생기거나 예뻐야 살아남는 데 유리할까?
답은 모두가 알다시피 이 모든 것을 능히 갖추어야 생존한다. 즉, 엘리트 중의 엘리트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엘리트를 물리치고 영구나 맹구 같은 바보 중의 바보가 살아남는 ‘데스 게임’ 영화는 없을까? 영화에서까지 엘리트만 살아남아야 한다면 내 인내심 자체가 무너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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