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우리는!!(今日から俺は!!劇場版, 2020) | 바짓가랑이 사이에서 돋보이는 치맛자락
<한국엔 조폭 영화가 있다면, 일본엔 불량 학생 영화가 있다?> |
불량 학생 문제가 비단 일본뿐이겠는가? 어느 나라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 가도 불량 학생 한두 명은 존재한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모교와 이웃 중핚교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패싸움하는 그 당시로는 그렇게 진귀한 것도 없는 광경을 멀리서나마 목격했을 정도니까.
어느 정도 액션의 패싸움이었냐고? 글쎄, 겁이 많은 난 여탕 훔쳐보듯 힐끔 보고는 싸움에 휘말리까 무서워 곧장 발길을 돌렸기 때문에 어떤 액션이 난무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다음 날 같은 반 학우 한 명이 오른쪽 팔에 깁스하고 나타난 것은 방금 먹은 위장약처럼 선명하게 기억한다.
<정말 폼 나지 않는가?> |
많은 영화에서도 장르를 불문하고 짬짬이 등장하여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불량 학생. 하지만, 일본은 불량 학생이 들러리로 남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기어코 ‘장인’이라는 말을 들어야 속이 후련해지는 일본인은 불량 학생 연대기를 만들고도 남을 정도로 그들만을 위한 콘텐츠를 창작하기에 여념이 없다.
왜? 누군가에겐 성공의 발판이 되는 학교가 누군가에겐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고 획일화를 강요하는 지옥이라서? 그래서 오늘부터 우리는 폼생폼사의 불량 학생이 되기로 했다?
<파닥파닥 춤을 추는 불량 학생 커플> |
질적 가치를 운운하기에 앞서 오로지 독창성만을 내세우는 B무비는 평범한 식견으론 소화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대단한 식견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교과서적인 개념은 엿 바꿔 먹고 현실과 상식을 깡그리 씹어먹는 B무비를 낄낄거리며 감상하려면 ‘다르다’를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의 ‘다른’ 식견이면 충분하다.
<하시모토 칸나, 특수효과는 아니겠지?> |
「오늘부터 우리는」이 기존의 「크로우즈 제로(クロ-ズ zero)」 같은 선배 불량 영화와 다른 점은 폭주족, 살인, 성(sex)가 없다는 것이다. 서커스의 칼 던지기 묘기에나 적합한 작은 칼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 칼이 비집고 들어가는 부위는 급소를 피한 팔, 다리 등 찔리고 찔려도 안전한 신체뿐이다(물론 아프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폭력 수위는 낮은데, 아마도 이는 남학생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세력 다툼, 패싸움, 맞짱 등에 여학생 몇몇이 (그것도 하시모토 칸나 같은 귀엽고 예쁜) 홍일점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남자들이야 그렇다 쳐도 여자까지 합세해 파이프, 쇠사슬, 사시미칼을 휘두른다면 그 모양새가 너무 형편없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치맛자락 휘날리며...> |
무장경찰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군홧발 같은 투박하고 거친 소리가 사방을 에워싸는 무시무시한 난투극에서 난데없이 들리는 여자의 쌕쌕하는 숨소리는 이채롭다 못해 섹시하기까지 하다. 바짓가랑이들이 휘날리는 그곳에서 해파리처럼 너울너울 춤을 추는 여학생의 치맛자락은 보는 남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다만, 그 비중이 가냘픈 여학생의 팔뚝만큼이나 짧고 얇아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어김없이 스쳐 가는 생각은 '일본은 이런 영화를 잘도 만드는구나' 이다. 그만큼 그들의 상상력은 괴이하다고 할까나? 황당하다고 평가하면 칭찬이 되고, 보는 이가 다 민망할 정도라고 평가하면 극찬이 되는 B무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전력이기도 할 것이다.
혼자 보면 그럭저럭 견딜 만하지만, 절친일지라도 평범한 식견을 가진 사람과 같이 본다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영화. 하지만, 좋고 나쁨과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는 영화적 상상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있다면 선량한 ‘불량 어른’을 위한 건전한 ‘불량 영화’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검색하다가 우연히 들어오게 됬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답글삭제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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