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캠프(Wrong Turn, 2003) | 손바닥 위에 올챙이가 놀고 있어!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면 나쁜 사람!> |
외질대로 외진 산간벽지에 있는 고양이가 기대도 무너질 것처럼 낡고,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더러운 주유소(혹은 휴게소), 그리고 그런 장소에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최소 두 번 이상 똥물을 뒤집어쓰지 않고는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은 흠칫한 비주얼로 마주친 사람을 절로 뒷걸음질을 치게 하는 주유소 직원(혹은 사장).
사람 외모 가지고 수군거리는 것은 상당히 몹쓸 짓이지만, 일단 화면을 보게 되면 군말은 쏙 들어갈 것이다.
<자동차 무덤이 의미하는 것은?> |
아무튼, 막 팬티에 붓칠할 것 같은 기세로 요동치던 똥도 쏙 들어갈 것 같은 굉장한 분위기 때문에 기름 떨어진 차를 밀고 갈지언정 단 0.1초라도 머무르다 갈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주유소를 숭배하듯 둘러싼 폐차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여행객 같은 외지인을 노리는 인간 사냥꾼들이 근처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징후가 아닐까? (왜냐하면 이것은 공포영화니까!) 그렇다면 자동차 무덤은 일종의 전리품이자 오지에서 객사한 이름 모를 사람들의 비석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오지에서 활동하는 인간 사냥꾼의 아지트 근처엔 자동차 무덤이 쓸쓸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이 아니라 「힐즈 아이즈(맞나?)」 같은 영화를 통해 알고 있다.
<크리스와 제시 현실처럼 영리하고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이 살아남는다!> |
하지만 공부에 열중하느냐 영화를 많이 감상하지 못해 잡다한 지식이 부족해 보이는 의대생 크리스는 사방팔방에서 밀려오는 무언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가 무슨 김병만이라도 되는 듯 오지로 들어선다.
사고로 정체된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의 기다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지름길을 찾아 나선 크리스의 턴(Turn)은 매우 매우 잘못된 턴(Wrong Turn)이었다고 영화 제목과 함께 이후 크리스가 겪게 될 유쾌하지 못한 일들이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도 왜 이토록 탁월한 영화 제목이 탁이하게도 ‘데드 캠프’로 둔갑해버렸는지는 하느님도 모를 일이다.
<그들이 상대하는 살인마의 활 실력은 금메달감이다> |
두메산골에서 계속해 사람들이 실종된다는 소식, 더럽고 낡은 주유소, 그 더럽고 낡은 주유소를 무덤처럼 지키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시체와 구별하기 어려운 토박이, 때아닌 장소에 있는 자동차 무덤 등등은 곧 일어날 참극을 예고하는 팸플릿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듯 덜렁대고 멍청해 보이는 등장인물이 가장 먼저 제물이 된다. 또한, 영화는 관객이 크리스처럼 기다리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고려해 뜸 들이지 않고 초장부터 인간 사냥을 시작한다. 감독은 관객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수위는 슬래셔 영화치곤 비교적 온건한 편이다. 영화는 식인을 의미하는 역겨운 장면들과 사람을 죽이는 잔인한 장면 모두 관객의 풍부한 상상력을 찰떡같이 신용해서인지 짧지만 강렬한 한 방으로 처리한다. 이보다는 사냥꾼과 먹잇감의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죽음의 게임이 압권이다. 특히 원숭이라도 된 듯 나무 위에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오래간만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을 느끼게 해준다. 영화를 보고 나니 손바닥 안에 고인 땀 웅덩이에서 올챙이가 놀고 있을 정도다(아마 이 글이 블로그에 게시될 때쯤엔 그 녀석은 개구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끝으로 영화에서 크리스와 짝을 이루는 제시는 자동차 무덤을 보고 다른 사람처럼 경악하기보다는 냉정한 한마디를 던진다.
"어떻게 성공했지?“
제시의 이 지나가는 한 마디는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가를 궁리하고 있던 나의 사고를 비상 정지시키는 일격을 가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사이코패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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