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메어: 야간근무자(Morto Nao Fala, 2018) | 망자가 로또 번호를 알려준다면?
<시체는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을까?> |
시체를 동료를 놀래주는 장난 도구로 활용하고 시체 앞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시체 앞에서 허기를 채워줄 먹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논하는 사람들, 시체를 필요할 때는 사용하고 필요 없을 땐 안중에도 두지 않는 젓가락 같은 일용품 정도로 취급할 정도로 시체에 신물이 난 사람들, 경건함보다는 세속적인 직업정신으로 죽은 자를 능숙하면서도 천박하게 다루는 사람들, 바로 스테니우 같은 영안실의 야간근무자다.
<남편의 애정을 거부하는 아내> |
「나이트메어: 야간근무자(Morto Nao Fala)」는 한국에서는 한때 고소득 아르바이트라고 잘못 알려진 영안실 근무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것도 축구 경기 때문에 서로 싸우고 죽일 정도로 살인율이 높은 브라질에선 스테니우가 근무하는 영안실엔 오뉴월 상한 고기에 구더기 끓듯 매일 누군가에게 살해된 시체로 득실한다.
영화 초반부의 ‘이번엔 다른 폭력 사태’라며 시작하는 라디오 발언은 하수도의 쥐처럼 좀처럼 박멸하기 어려운 브라질의 빈번한 폭력 사태를 암시한다. 높은 범죄율로 악명이 자자한 멕시코보다 살인율이 높은 곳이 브라질이다. 이런 곳에서 영안실은 마땅히 3D업종으로 분류되어야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셈이다.
<원수는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
고장 난 기계 분해하듯 시체를 파헤친다. 그렇게 검시관이 사인을 밝히고 나면 스테니우는 떨어져 나간 살점을 이어붙이고 자리에서 무단으로 이탈한 장기들을 원위치시키고 최종적으로 실로 꿰매는 마무리 과정을 거쳐 시체를 재조립한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스테니우에겐 남모르는 신비로운 재능이 있다. 그는 한국 남자가 군대를 대하는 것처럼 한 번 왔다가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시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원수를 제거하는 데 망자가 준 비밀을 사용하는 스테니우> |
이런저런 사연으로 죽은 망자들의 이런저런 사연을 흘려듣는데 익숙해진 스테니우지만, 그날은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망자는 스테니우의 아내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아내를 가진 남자라면 절대 소홀히 들을 수 없는 벼락같은 정보를 천둥처럼 내려쳤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가 부쩍 늘어난 아내, 마치 원수 대하듯 짜증과 증오가 파도처럼 넘실대는 가증스러운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아내에게 생각이 미치자 스테니우는 같은 상황에 부닥친 대부분 남편처럼 꼭지가 돌고 뚜껑이 열린다. 분노를 이겨내지 못한 스테니우는 망자가 알려준 비밀을 결코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를 어기게 된다.
전체적인 흐름은 그렇게 긴장감 넘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렇게 지루한 것도 아니다. 시체를 다루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만, 죽이는 과정이 생략된 결과물로서의 시체는 공포와 두려움보다는 불쾌감도 없는 비릿한 인상만 남겨줄 뿐이다. 영안실의 야간근무자가 죽은 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소재는 나쁘지 않지만,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은 썩 재밌지도 썩 지루하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면 묘한 영화다. 재밌는 것도 아니고, 지루한 것도 아닌데, 결국 끝까지 보게 하는,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마주칠 수 있는 그런 묘한 뉘앙스를 남기는 영화 중 하나가 「나이트메어: 야간근무자(Morto Nao Fala)」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만약 나라면 어떠했을까? 망자가 1등 로또 번호를 사근사근 속삭인다면 그 천지가 요동칠만한 정보를 소가 경을 듣는 것처럼 한 귀로 흘려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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