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도끼(Hatchet, 2006) | 빅터의 복수에 동참하라!
<할아버지, 말년에 호강하십니다> |
놀라지 말지어다!
수다스러운 남자와 그의 시시껄렁한 친구, 사기꾼 영화감독과 촐랑거리는 중국인 가이드, 가족의 행방을 찾아 제 발로 지옥으로 들어온 무모한 아가씨, 딱 봐도 가장 먼저 죽을 것 같은 뚱뚱보 관광객 부부, 그리고 비록 푼수일지라도 그냥 썩어 버리기엔 안타까운 가슴을 가진 포르노 배우가 당신이 보는 앞에서 피를 분수처럼 퍼붓고,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장바구니에서 흘러나오는 저녁 반찬거리처럼 내장을 쏟아내고, 허약한 남편 몸보신을 위해 준비하는 곰탕의 재료라도 되려는 것처럼 뼈가 발려지고, 많은 사람에게 절 받는 고사상의 돼지머리가 부러운 머리가 몸통으로부터 뛰쳐나간다고 해도 말이다.
<왜 그들은 중국인 가이드를 따라간 것일까?> |
원한을 품지 말지어다!
그가 당신의 머리를 두려움으로 한껏 움츠러든 어깨에서 무 뽑듯 사정없이 뽑아버리고,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달그락거리는 두 다리를 토막 내듯 깔끔하게 절단하고, 임박한 죽음에 질려 어찌할 줄 모른 채 하염없이 휘청이는 두 팔을 육체로부터 해방해주어도 말이다.
<빅터에게 밥을 먹여주는 아빠, 측은지심이 일어나려고 한다> |
왜냐하면, 그에겐 그럴만한 나름의 정당한 분노가 있기 때문이다.
빅터 크라울리(Victor Crowley)라는, 이후로도 장장 3편에 걸쳐 자기 대신 누군가가 시원하게 피를 흘려주고 몸통 역시 신나게 박살 나길 원하는 잔인한 관객의 불온한 마음을 충족시켜주고자 열연하게 될 그의 불쌍하고 불행하고 슬픈 과거는 관객에게 희생자를 애도하는 온정보다는 그의 통렬한 복수극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죄인으로 만들어버린다.
오, 할렐루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알라신이여! 누구든지 그럴 권능이 있다면 우리의 사악한 죄를 사해주소서.
<촬영하면서도 기분 엿 같을 것 같다> |
면접관 앞에 선 수험생처럼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쓰러진 괴물이 회복하도록 놔두고 도망치는 바보들, 총을 폭죽놀이에 쓰는 장난감 정도로만 다룰 줄 아는 허무맹랑한 아가씨, 엄연히 육체를 가진 빅터가 불사의 악마라도 되는 양 불로 조지려는 강박관념 등 「손도끼(Hatchet)」의 엉성한 플롯은 소크라테스가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어떻게도 둘러댈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만큼은 기대 이상으로 보여주는 영화가 또 「손도끼(Hatchet)」이기도 하다. ‘여성 상의 탈의’라는 현실 속 판타지 같은 마디그라(Mardi Gras) 카니발 장면과 이후 뭔가를 더 기대하게 된 관객들을 위해 자신들의 아름다운 두 가슴을 기꺼이 헌납한 두 여배우의 뜨거운 연기가 공포영화 초반에 있을법한 심심한 분위기를 산뜻하고 촉촉하게 적셔준다면, 이후로는 전형적인 못난이 크리처 빅터 크라울리와 불운한 희생자들의 쫓고 쫓기는 화끈한 사냥과 도륙이 지루할 틈 없는 흥분의 시간을 제공한다.
봐도 안 봐도 그만인 영화라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보고 나면 식후에 디저트가 생각나는 것처럼 왠지 모르게 후편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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