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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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주유소의 공포 | 화끈한 아가씨의 화끈한 첫날 밤

영화 리뷰 | 심야 주유소의 공포(Open 24 Hours, 2018) | 화끈한 아가씨의 화끈한 첫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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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주유소의 공포(Open 24 Hours, 2018) | 화끈한 아가씨의 화끈한 첫날 밤

영화 리뷰 | 심야 주유소의 공포(Open 24 Hours, 2018) | 화끈한 아가씨의 화끈한 첫날 밤
<이력서를 작성하는 메리를 차분히 지켜보는 박제 사슴>

영화의 줄거리는 당신이 이 글을 찾은 이유보다 더 간단하다.

나쁜 짓을 일삼던 남자친구 제임스를 화끈하게 불태워 죽일뻔한 화끈한 아가씨 메리가 24시간 주유소 근무 첫날 밤에 일어난 화끈한 일을 보여준다.

영화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그것을 분석하는 우리의 뇌는 평소보다 다소 바쁘다.

기껏해야 여느 공포영화처럼 누군가의 광기의 제물이 된 불쌍한 어린 양이 등장하고, 그 범상한 제물의 범상하지 않은 희생 과정에서 약간의 피와 살점이 터진 물풍선처럼 사방팔방으로 튀어 나가거나, 혹은 수박이 쪼개지듯 대가리가 처참하게 부서지거나, 운이 좋으면 이 두 가지를 모두 구경하는 것일 뿐인데, 왜 우리의 뇌는 천적인 미적분이라도 만난 듯 당황하고, 혼란스러운가!

영화 리뷰 | 심야 주유소의 공포(Open 24 Hours, 2018) | 화끈한 아가씨의 화끈한 첫날 밤
<메리에겐 이 모든 일이 환영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것은 메리가 편집증과 망상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관객은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끔찍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아니면 메리가 보는 환영인지 하는 느닷없는 상황을 분석하느냐 혼란스럽다. 하지만, 더욱 가관인 것은 느긋하게 기다리면 장면이 바뀌면서 당연히 알게 될 사실을 가지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정답을 기필코 맞히겠다고 발악하는 관객의 근성이다. 그 성급함은 마치 시험 종료 시각을 앞둔 수험생 같다. 그 바람에 관객의 뇌는 쓸데없이 혹사당한다.

뭐, 이런 식으로라도 틈틈이 사고 훈련을 해 뇌세포가 괴사하는 것을 막겠다면야 나로서는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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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실은 메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흐른다>

주인공이 겪는 환영, 환청을 이용해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 사이에서의 혼란을 조장하려는 시도는 꽤 익숙한 소재다.

그런데도 「심야 주유소의 공포(Open 24 Hours)」가 꽤 괜찮은 공포영화인 점은 관객이 그런 점을 눈치챌 즘, 그래서 조금은 지루해할 때 영화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분위기를 황급히 전환하는 사건을 터트리면서 클라이맥스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환영을 분석하던 뇌의 개미 다리만큼이나 짧디짧았던 고생은 끝나고, 날렵한 망치가 뺨을 꿰뚫고 묵직한 해머가 머리를 묵사발 만들고 (정말이지 이런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볼 때마다 밟힌 똥처럼 힘없이 뭉개지는 저 머리가 내 머리가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만 든다!) 엷은 핏빛이 도는 휘발유가 난데없이 끼얹어지고, 막판에는 기상천외한 살인 무기로는 역대급이라 할 수 있는 유물이 등장하는 등의 화끈한 난장판에 뇌는 고생 끝에 찾아온 안식을 갖는다.

영화 리뷰 | 심야 주유소의 공포(Open 24 Hours, 2018) | 화끈한 아가씨의 화끈한 첫날 밤
<죽어가는 남자친구를 보는 저 예사롭지 않은 눈빛의 의미는?>

영화 초반부라면 부족한 설명 때문에 환영에 시달리는 메리를 보고 젊은 년이 정신을 어디다 팔아먹었길래 벌써 정신병에 시달리나 하고 짧은 생각을 생각 없이 툭 내뱉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연이 사연이니만큼 메리가 겪는 트라우마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메리가 겪는 환영은 일종의 심리적 방어 기제가 나은 불행한 결과다.

그런데 문제는 메리의 남자친구가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것처럼 메리가 사람이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정말로 괴로워했을까? 아니면 관음증 환자처럼 그것을 즐겼을까 하는 궁금증이다. 물론 나는 전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죽어가는 남자친구를 보는 예사롭지 않은 메리의 눈빛을 보면 설마 하는 생각도 든다. 혹시 영화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을까?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메리는 본의 아니게 불행을 불러오는 아가씨가 되고 말았다. 사람 좋아 보이던 주유소 동료 바비, 친구의 출퇴근까지 챙겨주는 성실하고 예쁜 친구 데비, 보기와는 달리 책임감 있게 메리를 챙겨주던 가석방 담당관 톰, 그리고 신용카드로 메리를 꾀어보려다가 뜻하지 않은 재앙에 비명횡사한 트럭 운전사 등 주유소 사장을 제외하고는 메리와 엮인 모두가 끔찍한 결말을 맞이한다. 막간에 경찰도 등장하지만, 보통 이런 상황에선 경찰도 소용없다. 그냥 살인자의 킬 수를 올려주는 더미에 불과하다.

아마도 메리는 이 모든 일이 자신의 망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영화는 반전을 준비한답시고 메리의 소망대로 끝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까. 현실은 메리에게 일어난 일처럼 참혹하지는 않지만, 메리가 주유소에서 하루 만에 해고당한 것처럼 자비롭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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