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3

헌티드 캠퍼스 |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목소리

영화 리뷰 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 2016) |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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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 2016) |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목소리

영화 리뷰 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 2016) |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목소리
<그들이 보는 것은 무엇일까?>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는 괴이한 능력을 지녔지만, 연애에는 보는 이의 간담을 암 덩어리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서투르기 짝이 없는 소심하고 겁 많은 남자 주인공 야가마 신지가 짝사랑하는 후배를 따라 얼떨결에 가입한 오컬트 연구회에서 이런저런 심령 사건을 해결하면서 결국엔 귀여운 후배와도 잘 맺어진다는, 고만고만한 연애 이야기에 영감(霊感)으로 원혼의 원통한 사연을 풀어준다는 공포 • 미스터리 • 로맨스 짬뽕 정도 되는 영화다.

영화 리뷰 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 2016) |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목소리
<도대체 귀신은 무얼 보고 놀란 것이지?>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야가마 신지가 오컬트 연구회의 일원으로서 심령 사건을 어찌어찌하여 해결하는 에피소드들이 핵심이라 할 만한데,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을 견디다 못해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고 자살한 여학생의 사연을 다룬 첫 번째 에피소드는 하품하던 심금을 미친 듯이 깨우며 눈물샘을 펌프질할 정도로 비통한 것이 꽤 봐줄 만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대로만 나간다면 좋겠다 하는 약간의 흥이 일어났을 정도였다.

영화 리뷰 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 2016) |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목소리
<재밌는 위저보드 놀이 중 한 사람만 시무룩한데?>

하지만, 내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겁쟁이 주인공에게 어설프게 설득당하는 허무맹랑한 원혼이 등장하는 두 번째 에피소드는 잔뜩 부푼 나의 기대를 가시밭 위로 떨어진 애드벌룬처럼 '펑' 하고 터트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현재 17권이나 되는 「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by 櫛木 理宇)라는 원작 소설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골라서 골라 영화로 만들었을 텐데, 겨우 이 정도라니, 씁쓸한 입맛만을 다셔야지 별수 있나?

영화 리뷰 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 2016) |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목소리
<귀여운 연기를 새침하게 소화해내는 島崎遥香(시마자키 하루카)>

그나마 건진 것이 있다면, 귀여운 연기를 새침하게 소화해내는 島崎遥香(시마자키 하루카)를 발견했다는 것 정도? 그리고 하나 더 보탠다면 영화 「모두가 초능력자(映画 みんな!エスパーだよ)」에서 건강미 넘치는 늘씬한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高橋メアリージュン(타카하시 메리준)를 다시 보는 것이 반갑다.

시마자키 하루카의 미약하게 허스키하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음성이 블루투스 신호를 히치하이크해서 헤드폰 진동판을 노곤하게 두드리며 청각을 자극하는 것이 나긋하게 속삭이는 것 같아 듣기 좋다. 듣고 또 들어도 계속 듣고 싶은, 아닌 말로 잔소리라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목소리다. 하지만, 노래 음성은 (그녀는 아이돌 출신이다) 그렇지 못한 것을 보면 그녀는 영화에서 맡은 배역의 성격에 맞추어 짐짓 꾸민 것이리라.

「헌티드 캠퍼스(ホーンテッド・キャンパス)」는 시마자키 하루카 덕분에 일본풍의 귀여운 여배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나름 볼만하겠지만, 진지한 공포 미스터리를 찾는 사람에겐 ‘꽝’이나 다름없는 영화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보여주었던 기세를 그대로 밀고 나갔더라면, 결말도 썩 괜찮을법한데, 남녀 주인공의 착잡한 연애를 밀어주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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