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29

인브레드 | 이것이 바로 더티 호러 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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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브레드(Inbred, 2011) | 이것이 바로 더티 호러 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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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는 상상에 맡긴다>

축구장 잔디처럼 잘 다듬어진 수염을 기른 신사와 순백의 드레스로 우아함을 뽐낸 숙녀가 담소를 나누면서 일꾼이 아침에 짠 신선한 레모네이드를 꺼내 사이좋게 마실 때, 도끼로 장작을 패던 신사의 일꾼이 저벅저벅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얼핏 봐도 지치고 목마른 기색이 역력한 일꾼은 신사에게 정중한 태도로 레모네이드 한 잔을 요청한다. 모처럼 숙녀와의 달콤한 한담이 한낱 일꾼에 불과한 더러운 녀석 때문에 깨진 것이 화가 났을까? 일꾼의 무례함에 기가 찬 신사는 단박에 거절한다.

레모네이드를 거절당한 일꾼은 방금 중단한 장작을 마저 패듯 담담하게 두 사람을 도끼로 내려찍는다. 갈증 때문에 죽을 것 같았던 그가 레모네이드 한 모금을 거절당했을 때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도끼에 찍혀 댕강 절단되고 쩍 벌어진 상처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는 레모네이드 한 병을 채우고도 조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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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박한 아이들, 아쉽게도 그들의 역할은 이것이 끝이다>

이것은 영화 「인브레드(Inbred, 2011)」의 앞 장면으로써 4명의 소년범과 두 명의 관리관이 요크셔 지방의 외딴 마을로 봉사 활동하러 가는 차 안에서 누군가의 스마트폰으로 재생된다. 한 남자가 레모네이드 한 모금 때문에 두 사람을 도끼로 사정없이 내려찍는 토막 이야기는 영화가 어떤 영상으로 관객을 놀라게 할 것인지 대뜸 경고하는 듯하다. 우리 영화는 이렇게 무지막지하니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말이다. 하지만, 경고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우중충한 구름 아래에 단조롭게 펼쳐진 우울한 들판에서 아이들이 십자가에 매달린 사람에게 린치를 가하는 모습을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으로 목격한다. 이것은 낯선 곳에 무단으로 출입한 6명의 비참한 운명을 예고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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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길래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이제 대강 감이 잡히지 않는가? 영화가 어떻게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말이다.

한마디로 영화 「인브레드(Inbred, 2011)」는 욕지기 나도록 더럽고 시궁창처럼 질퍽거리는 마을에서 추하고 덜떨어진 몰골의 마을 사람들이 외지인을 더럽게 요리하는 그런 공포영화다. 마을 사람들은 구역질 나도록 잔인하지만 ─ 누가 인간 아니랄까 봐 ─ 기발한 수단을 동원하여 사람을 잔악하게 죽이는 장면을 마치 아이가 서커스를 구경하듯 넋을 놓고 구경한다.

처절한 절규와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무대는 차마 눈 뜨고 봐줄 만한 광경은 아니지만, 세상 어디에서도 합법적으론 구경할 수 없을 것 같은 지상 최악의 쇼를 공짜로 제공하는 주인장의 관대함, 그리고 온몸이 무대에서 튄 피와 오물로 뒤범벅되는 것도 개의치 않을 정도로 쇼에 몰입할 줄 아는 그들의 마니아적인 기질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토록 그들은 쇼에 열광한다. 마치 우리가 공포영화에 열광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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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상상에 맡긴다>

뭐니뭐니해도 영화 「인브레드(Inbred, 2011)」의 하이라이트는 풍선에 물을 채우는 것과 대동소이한 방법으로 사람을 배를 터트려 죽이는 장면이다. 주유소 주입기 같은 거로 사람의 뱃속에 오물을 잔뜩 채워 넣다 보면 어느새 배는 만삭처럼 부풀어 오른다. 제아무리 폴리펩타이드 세 줄이 단단하게 결합한 구조의 콜라젠으로 이루어진 피부라고 해도 이쯤 되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풍선이 터지듯 뻥 하고 배가 터지면서 살점, 배를 터지게 만든 주범인 오물, 피, 기타 정체를 알 수 없는 온갖 것들이 이때다 싶었는지 사방천지로 재빠르게 유람을 떠난다. 공포영화를 꽤 많이 봐온 나이지만, 사람의 배를 터트려서 죽이는 해괴하고 잔인하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모르게 우습기도 한 묘한 장면은 처음인 것 같다. 다시 봐도 머리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다. 정말 사람을 그렇게 죽일 수 있을까? 정말 사람은 그렇게 죽을 수 있을까? 사람이 동물을 요리하는 기상천외한 방법들만큼이나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참으로 다양하다.

주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드라마 • 영화를 감상하다 보니 영국식 억양은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그럴까? 영국 배우들의 대사가 마치 저능아가 흥분해서 마구 질러대는 소리처럼 귀에 좀 거슬린다. 대화 내용은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억양 차이는 감지한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정상적인 뇌 기능을 갖춘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태어나는 언어와 음악과 관련된 본성 중 하나이니라.

아무튼, 이 영화는 하드코어적인 고어물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더러운 마을에서 더러운 사람들에 의해 더럽게 펼쳐지는, 즐겁게 경악하며 관람할 수 있는 더티하고 호러한 쇼다. 그런데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누가 살아남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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