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3 파라벨룸 | 그를 진정한 액션 배우라 부를 수 있는 이유가 이 영화에 있다
"너도 화났어 존? 너도?
"그래"
보통은 그냥 머릿속에 똥처럼 가득한 잡생각을 날려버리거나 오래된 팬티 끈처럼 하염없이 늘어지는 시간을 보내는 용도로 보는 것이 액션 영화라지만, 존 윅(John Wick) 시리즈는 그게 아니었다. 무심결에 액션이라는 장르의 신기원을 보는 듯하다고 말해버린다면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의 노력과 결실만큼은 칭찬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그런 영화다.
존 윅을 존경한다는 횟집 종업원이 한창 싸우는 도중 내뱉는 뜬금 없는 말처럼 존 윅 3에서 보여준 키아누 리브스의 행동은 느리다. 1편을 찍었을 5년 전보다 느려졌다는 감이 가슴 아프게 확 와닿는다. 아마도 이것은 속도를 중시하는 중국식 무술 액션에 익숙해져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나이를 고려해야 할 문제이기에 결코 흠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는 성룡이나 견자단처럼 평소 무술로 몸을 단련해 온 사람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거의 모든 액션을 그 혼자 소화해냈다는 사실이다. 이제 뭔가 기대해 볼 만한 격투가 시작되었다고 느끼고 손에 땀이 조금씩 차오르려는 찰나에 갑자기 카메라 앵글이 멀어지면서 주연 배우 대신 액션 대역 배우가 느닷없이 난입하는 한국 영화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배우의 마음 가짐이 다르니, 그로부터 나오는 몸짓 하나하나가 격이 틀리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특유의 빛을 발산한다. 존 윅을 연기한 키아누 리브스에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은 눈뜬장님이다.
진정한 액션 배우라면 지나치게 몸을 사리지 않아야 한다. 진정한 액션 배우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액션은 확실하게 연기하고자 하는 욕망을 품어야 한다. 진정한 액션 배우라면 자신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액션조차 연기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 배우에게서 이런 점을 찾으라고 하라면, 난 차라리 모래사장에서 뛰어들어서 바늘을 찾겠다.
이렇듯 영화를 보면 순간적으로 사람의 혼을 빼 먹는 액션만큼이나 깊고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것이 바로 키아누 리브스의 열정과 의지다. 액션 영화에 주연을 맡은 액션 배우이니만큼 액션 하나로 승부를 보겠다는 고집과도 같은 그 열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개똥 같은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앞으로 영화 따위는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다.
개연성 따위는 묻지도 말라 식의 호탕한 승부, 마치 배틀그라운드 지존이 펼치는 듯한 확실한 킬(Kill), 통념과 상식을 압살시키는 통쾌한 진행 등 이 모든 것은 존 윅은 오직 액션만을 위해 태어난 영화임을 박진감 있게 어필한다. 한편 그것은 키아누 리브스가 이 영화를 맡으면서 스스로 다짐한 각오이기도 할 것이다.
왜 한국에선 이런 액션 영화가 나오지 않는 걸까? 배우들이 너무 몸을 사려서? 대역들이 대충 때워도 볼 사람들은 다 보니까? 아니면 대역들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안쓰러워서? 한국 영화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내가 볼 땐 한두 명의 무술 감독이 한국의 영화계를 오래전부터 우려먹어 온 심히 우려할만한 작금의 상황에선 더는 기대해볼 것도 없다. 웬만한 것은 특수효과로 얼렁뚱땅 넘기려는 지나친 편리성 추구도 문제다. 그리고 배우들도 게으르다. 자기에게 익숙하고 잘 맞는 반찬만 골라 먹으려고 한다. 도대체가 변화가 없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유명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은 변화가 거의 없다. 주연급 배우들의 이미지에 맞추어 등장인물을 각색하는 듯싶다. 그래서 캐스팅이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마디로 빌리 밥 손톤(William Robert Thornton) 같은 배우가 매우 매우 드물다.
오늘도 이야기가 어김없이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읽는 사람은 난감해지고, 쓰는 사람은 곤란해지기 일쑤다. 하여튼, 존 윅 시리즈는 액션이라는 장르에 국한할 필요 없이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키아누 리브스의 박력 있는 열연과 액션의 흐름을 단 한 프레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절도 있는 연출이 기가 막힌 짝을 이루어 역대급으로 남을만한 액션을 창조해냈다. 물론 두 마리의 충견과 한 쌍의 남녀가 한 팀을 이루어 아주 조화롭게 펼치는 전투 장면도 묘미다.
끝으로 존 윅 3을 보면서 이번 편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 때문에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보통은 3편에서 끝을 맺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주 다행스럽게도 그것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코로나 때문에 2022년으로 개봉이 연기된 4편은 지금까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하이 테이블’에 대한 무지막지한 복수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 존 윅(John Wick)은 엄청나게 화가 났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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