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6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 | 상상력의 부재가 다른 상상력을 부추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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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Color Out of Space, 2019) | 상상력의 부재가 또 다른 상상력을 부추기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야"

불안정한 인터넷으로 고객을 잃을까 봐 노심초사하는 아내 테레사, 아내가 수술한 이후 성관계를 갖지 못해 시무룩한 남편 나단, 엄마의 이교도적인 주술 의식으로 건강을 기원하는 큰딸 라비니아, 아웃사이더 에즈라와 어울리며 대마를 피우는 큰아들 베니, 어떤 특색을 묘사하기엔 아직 어리기만 한 막내 잭(낯이 익어 알아보니 드라마 「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에서 아역으로 출연한 줄리안 힐리아드(Julian Hilliard)). 이들 가드너 가족이 시골로 이사 오기 전까진 단란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가드너 가족은 시골 생활에 서서히 염증을 느끼며 조금만 어긋나도 폭발할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분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다. 그날은 설문 조사를 나섰던 수문학자 워드가 우연히 라비니아의 의식을 방해한 날이기도 하고, 베니가 알파카가 사는 헛간에서 몰래 대마초를 피우다 라비니아에게 딱 걸린 날이기도 하고, 가드너 부부가 장장 6개월 만에 사랑을 나누려는 날이기도 한 날 밤에 저택 앞마당에 유성이 벼락처럼 내리꽂히는 사건이 발단되어 가드너 가족은 끝끝내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는,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Color Out of Space, 2019)」는 그런 내용의 영화다.

SF 소설가 H.P. 러브 크래프트(H. P. Lovecraft)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읽지 못해 가드너 가족을 파탄으로 몰아가는 외계생명체(혹은 외계 물질?)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지만, 영화에서는 뚜렷한 형체가 없는 대신 지구상에서는 볼 수 없는 ─ 마치 영화 「아바타(Avatar, 2009)」에 등장하는 아바타 행성을 보는 듯한 ─ 기묘한 색채를 흩뿌리며 주변 생물에 영향을 끼치는 기이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기이한 존재는 마치 마루타 생체 실험이라도 하듯 서로 다른 동물 종들을 살아 있는 상태에서 곤죽처럼 그냥 합쳐버림으로써 이도 저도 아닌 괴물 같은 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Color Out of Space)」의 실체가 없는 듯한 외계생명체에 대한 두루뭉술한 묘사와 그로 말미암은 흐릿한 존재감은 똑 부러지게 말해 커다란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호기심 많은 시청자에게 이상야릇한 갖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기이한 존재는 외계인의 장난감 같은 도구는 아닐까? 그래서 가드너 가족에게 벌어진 재앙과도 같은 일이 사실은 어떤 외계인이 우리가 폭죽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뭔가를 우주로 쏘아 올려 지루함을 달래려는 그 무심한 심보에서 비롯된 일은 아닐까?

아니면, 좀 더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지구로 보내진 실험용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문득 발동한 잔인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잠자리와 나비의 날개를 하나씩 뜯은 다음 서로 바꾸어 붙이려는 원초적인 생체 실험처럼 외계인들도 호기심 삼아 처음 보는 지구상의 동물들을 이리저리 붙여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지구 아이의 실험체가 100% 죽음으로 귀결되는 것과는 달리 지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더 우수한 외계인(혹은 외계인 아이?)의 실험은 우리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기괴한 생명체를 만들어놓기는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애초에 이상한 일은 하나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운석이 떨어지고 나서 일어난 가드너 가족의 불상사는 사실 오염된 물 때문에 일어난 정신병리학적인 증상일지도 모른다. 동물들의 변이는 운석에서 나온 방사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야’라는 나단의 말처럼 혼자 겪는 환영은 미쳤다는 증거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함께 겪는 환영은 현실인 것이다(바로 종교처럼!). 가드너 가족에겐 불행히도 두 가지 일이 우연히 겹쳤을 뿐이다. 하지만, 번개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흡수한 운석이 폭발하며 그 주변을 초토화함으로써 이 모든 것은 영원히 비밀에 파묻혀버렸다.

동명의 원작 소설은 로즈웰 사건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20년대 나왔다.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혹은 지구의 어떤 종과 비슷할지에 대한 상상이 인류의 고루한 공상 속에서 실체가 있는 굳건한 형태로 잡아가기 전이라서 「컬러 아웃 오브 스페이스(Color Out of Space, 2019)」의 외계생명체는 특별한 형태를 띠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상상력의 부재가 또 다른 상상력을 부추기니 실로 기이한 인연이다.

앞뒤 재볼 것 없이 사람을 마구잡이로 끌어당기는 그런 재미는 없지만, 호수에 퍼지는 물결 같은 잔잔한 감흥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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