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1

중독노래방 | 똥통에서 피어나는 가련한 난초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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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노래방(Karaoke Crazies, 2016) | 똥통에서 피어나는 가련한 난초 같은 영화

세상에는 참 엿 같은 영화들이 많다. 사람을 생선 토막 내듯 난도질하는 영화부터 보여줄 듯하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안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떨어지는 연기력을 어떻게든 외모로 메꾸어보려고 갖은 발광을 다 하는 배우들이 작당하는 영화까지, 엿 같은 영화라도 그 뚜껑을 열어놓고 보면 천차만별이니 세상은 참 엿 같은 곳이다.

「중독노래방(Karaoke Crazies, 2016)」도 엿 같은 영화다. 할 일 없이 온종일 스마트폰 화면만 마주 보며 마치 무뇌충이라도 되려는 것처럼 뇌 속을 깡그리 비우는 와중에 뭔가를 쓰고 싶다는 욕구를 마음속에 떠오르게 한다는 점에서도 엿 같지만, 가뜩이나 싱숭생숭한 나의 정서를 한층 더 두텁고 깊게 짓누르는 감개를 무량하게 주입한다는 점에서 엿 같다. 그리고 기자 • 평론가의 평점도 내게는 엿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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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하늘이 점지한 운명인가. ‘중독노래방’엔 남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그 면도날 같은 비밀에 깊게 파인 상처에서 스며 나오는 고통을 남몰래 감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뭔가에 홀린 듯 모여든다. 아마도 그들은 서로의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익숙한 피고름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끌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외로운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고 해서 외로움이 덜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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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얼음 덩어리가 한곳에 모인다고 해서 따뜻해지지 않듯 외롭고 고독하고 남모른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단합 대회라도 열듯 한곳에 모인다고 해서 덜 외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상처가 치유된다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오히려 그 반대로 서로의 상처 구멍을 들여다보는 연민 어린 행위 자체가 잊은 듯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면서 이제라도 막 아물 것 같았던 상처를 헤집어놓는 자학이 되기도 한다. 사람의 기억이란 녀석은 그렇게 때때로 우리를 배반한다. 혹은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인내해 온 고통을 덮을 수 있는 더 큰 고통으로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영화처럼, 그리고 알다시피 세상은 이들이 행복해지도록 그냥 놔두질 않는다. 왜? 세상은 참으로 엿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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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독노래방(Karaoke Crazies, 2016)」은 보란 듯이 하늘을 독점하고 있는 중국산 먼지들이 멋들어지게 장식해놓은 우중충한 하늘처럼 한순간 나의 마음을 우울함의 극락으로 밀어 넣는다. 한편으론 따지고 보면 그렇게 내세울 것도 없는 듯한 자신들의 삶에 도취해, 그리고 그것만이 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기고만장한 채 타인의 상처를 드잡이하듯 흔들어놓는 다수를 향해 울분을 금치 못한다.

왜일까? 내가 그 다수에 끼지 못한 패배감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영화 속 인물들을 향한 지극한 동정심 때문일까? 알 수가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화가 그렇게 끝났기 때문이다.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가뜩이나 시무룩해진 나의 기분은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사람처럼 감당할 수 없는 암담함에 짓눌려 살려달라고 소리 없이 아우성치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그리고 그 뜨거운 감상이 채 식기 전에 사라지고 떠오르기를 반복하는 상념을 두서없이 써 내려가고 있자니 뭔가 체한듯한 기분이 풀리기는커녕 묘하게도 마음이 답답해진다. 어제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본문에 사용된 이미지 저작권은 영화 「중독노래방(Karaoke Crazies, 2016)」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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