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F가 된다(すべてがFになる, 2014) | 범인 찾기가 전부는 아니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재밌게 읽은 소설에서 받은 감개를 다시 한 번 더 만나는 선물과도 같은 기쁨은 모름지기 독서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싶다. 모리 히로시(森博嗣)의 ‘S(사이카와) & M(모에)’ 시리즈 10권을 모두 섭력한 나에겐 드라마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연말 보너스보다 더 반가운 선물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가 창조한 개성미 넘치는 인물을 어떤 배우가 어떻게 맡았는지, 그래서 작가가 묘사한 이미지와 얼마나 잘 매칭되는지 품평하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원작 소설 리뷰는 >> 「모든 것이 F가 된다 | 삼중 밀실 미스터리」
사실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S & M 시리즈 중간 정도 읽을 때였을 것이다. 하릴없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도중 우연히 드라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운이 좋게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상과 자막을 몽땅 구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드라마는 원작 10편 전부를 영상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이 중에서 5편만 선별했다. 물론 이 5편에는 S & M 시리즈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면서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기도 한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유한과 극소의 빵』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두 편이 원작처럼 드라마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고 있다.
남성적이고 무뚝뚝한 이미지로 통하는 구니에다 조교(미즈사와 에레나)와 속은 지적이고 냉철한 이성으로 똘똘 뭉쳤지만, 겉은 어딘지 모르게 후줄근한 사이카와 교수(아야노 고)는 금방 익숙해졌다. 하지만, 도도하고 똘똘하고 당돌하면서도 한편으론 우아하기도 한 니시노소노 모에(타케이 에미)는 끝까지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고 말하는 것이 내 심정을 더 적합하게 표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원작을 보면서 상상한 모에는 얼굴이나 몸매 모두 갸름한 스타일일 것이라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는 여성일 것이라고 ─ 내 멋대로 ─ 상상하고 있었는데, 드라마에 등장한 모에는 너무 통통하다(사실 난 마른 여자보다는 통통한 여자를 더 좋아한다). 또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모에는 그녀의 컴퓨터 같은 민첩한 두뇌 능력이 유발하는 차가운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원작을 읽으면서 상상한 등장인물들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비교 관찰일 뿐이다.
모리 히로시의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감상하는 데는 크게 부족할 것은 없어 보일 정도로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 수준은 평이하다. 다만, S & M 시리즈 특유의 사고력을 발전시키는 맛은 밋밋하다. 내가 모리 히로시의 S & M 시리즈를 추켜세우는 이유는 추리와 상상의 나래를 한껏 펼치면서 자신만의 가설을 세워나갈 수 있는 지적 의지와 그 프로세스를 진지하게 즐기게끔 하는 최상의 여건을 소설이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즉, 범인 맞추기 같은 고전적인 게임보다는 추리와 가설의 프로세스를 진득하게 이행하고, 그 사고 과정이 스파크처럼 일으키는 짜릿짜릿한 지적 쾌감을 모리 히로시의 소설에서는 맛볼 수 있지만, 아쉽게도 드라마에서는 맛보기 어려웠다.
아마,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압축해서 보여주어야 하고, 또 영상의 연속성이라는 불변의 특성은 시청자가 짬짬이 사고할 틈(재생을 멈추고 추리에 빠지는 시청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려나?)을 허락할 수 없는 구조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드라마는 지적 수준이 균질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한 매체이다 보니 이야기를 쉽게 쉽게 풀어나가야 보는 사람도 쉽게 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이래서 TV는 바보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바보들이 보는 것은 모두가 이해할 수 있지만, 천재들이 보는 것은 모두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천재하는 것은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내겐 생애 최고의 추리소설 중 하나로 남을 모리 히로시의 원작을 본 사람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아이템이다. 그리고 만약 원작을 보려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드라마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원작을 보고 그 원작에 해당하는 드라마를 볼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원작 S & M 시리즈 10편에 대한 리뷰는 차후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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