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온 파이어(Sky on Fire, 2016) | 혼잡한 이야기, 소박한 자동차 액션
“왜 하늘을 막았을까? 그냥 영원히 살게 하지.” - 지아
“멍청이, 인구가 너무 많아지잖아!” - 제니
지아와 제니. 두 사람은 이복남매지만, 거친 오빠 지아는 세상 그 누구보다 연약한 동생 제니를 끔찍이도 아낀다. 그러던 어느 날, 지아는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동생 제니가 말기 암을 선고받는 것도 모자라 일반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제니를 치료할 방법을 찾아 남매는 대만을 떠나 홍콩에 도착한다. 지아는 어떻게든 동생을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동생을 마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여 병원 로비에 도착한다. 하지만, 바쁘고 거만한 의사들은 별볼일없는 남매를 잠시 만나줄 시간도 없었고 그럴 인정의 여유도 없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그곳을 찾은 남매를 맞이한 것은 냉혹한 현실을 다시금 깨닫는 것뿐이었다.
한편, 남매가 로비의 안내대에서 안내원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을 때,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는 미래의 의료 시설이라 불리는 초고층 빌딩 ‘스카이 원’으로 운송 중이던 ‘체외 줄기세포’를 실은 트럭을 두고 두 팀 간의 싸움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한 팀은 트럭을 도로에서 강탈해 병원까지 몰고 온 무장강도들이었고, 다른 한 팀은 트럭에 장치한 추적장치를 쫓아 따라온 ‘스카이 원’의 보안팀이었다.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한 지아는 트럭에 뭔가 중요한 것이 실린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는 어부지리로 트럭을 탈취하여 동생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온다.
트럭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올 때 무장강도팀의 일원인 지완도 아슬아슬하게 ‘스카이 원’의 보안팀을 따돌리고 트럭에 올라타는 데 성공한다. 지완은 ‘스카이 원’의 소유자 탕이 5년 전 화재 사건을 일으켜 아버지 판 교수를 죽이고 연구 노트를 빼돌린 덕분에 ‘체외 줄기세포’ 치료 기술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완과 판 교수의 제자들은 복수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지아는 지완의 사연보다 동생의 치료가 더 중요했다. 지아는 ‘스카이 원’ 측의 설득에 넘어가 동생을 치료해 주는 대가로 지완을 넘기기로 약속하고, 탕은 청부업자를 고용해 지완을 제거하기로 하는데….
최신 의료 기술을 둘러싼 이권 다툼과 음모, 배신, 그리고 어떻게든 하나뿐인 동생을 살리려는 오빠의 애절한 사랑을 담은 영화다. 할리우드 자동차 액션 장면처럼 화려하고 웅장하진 않지만, 기존의 중국 영화처럼 지나치게 컴퓨터 그래픽이 의존하지 않는 진지하면서도 소박한 리얼 자동차 액션이 꽤 볼만한 영화 「스카이 온 파이어(冲天火, 2016)」. 또한, (진짜인지 컴퓨터 그래픽인지는 모르겠지만) 「홍번구(紅番區: Rumble In The Bronx, 1995)」에서 성룡이 실제로 연기한 빌딩 옥상에서 옆 빌딩 옥상으로 점프하는 아찔한 액션 장면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 영화 「타워(Tower, 2012)」를 떠올리게 하는 ‘스카이 원’이 무너지는 마지막 장면은 탕 한 사람을 심판하는 것치고는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꼴이라 지나친 응징이 아닌가 싶다. 또한, 승용차 한 대에 담을 정도의 폭탄으로 초고층 빌딩이 무너질 수 있다면 정말 테러리스트들에겐 대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그런 폭탄이 존재하고 그 폭탄으로 초고층 빌딩을 한 방에 무너트릴 수 있는지 폭탄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아무튼, 「스카이 온 파이어」는 5년 전 화재 사건의 진실과 복수, 동생을 살리려는 오빠의 지순한 사랑, 청부업자가 일으키는 액션, 신기술이 가져올 이권과 신념을 지키려는 양심이 일으키는 갈등과 배신 등 막상 벌어놓은 일은 많지만, 미로를 헤매며 정처 없이 부유하는 영혼처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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