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Siam Square, 2017) | 학원가에 얽히고설킨 우정, 괴담, 사랑
"귀신보다 무서운 게 소문이야." - 닛
소위 태국의 ‘시부야'라고 불리는 '시암 스퀘어(Siam Square)'는 반세기 동안 방콕의 중심지였다. 대형 쇼핑센터와 인기있는 상점과 레스토랑이 밀집된 지역인 그곳에는 경쟁이 치열한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많은 수의 학원이 있다. 그에 따라 지역에는 학원과 집, 그리고 거리를 오가고 때론 방황하는 10대들이 즐비하다. 한편으로 그곳은 황혼녘에 밀려드는 시커먼 어둠처럼 도시 전설과 학원 괴담이 어둠 속에 스며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 사이였던 메이와 주블랙이 절교하던 날 밤, 갑자기 시암 스퀘어에 정전이 발생한다. 메이가 떠나고 나서 혼자 남아 있던 주블랙이 있던 교실도 정전으로 한순간에 검은 장막에 휩싸인다. 주블랙의 신랄한 고백을 듣고 충격과 슬픔에 싸여 있던 메이는 학원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턱과 함께 화장실로 들어서다가 문가에 쓰려져 있던 낯선 소녀를 발견한다.
한편, 30년 전에 학원에서 사라졌던 소녀의 사악한 영혼이 다시 돌아와 사람들을 데려간다는 괴담을 농담 삼아 주고받던 학원생들은 자신들의 친구 한 명이 갑자기 죽게 되자 단지 구름처럼 떠도는 소문으로만 생각하던 괴담을 진지하게 파고들게 된다. 그들은 실제로 과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게 되는데….
「시암(Siam Square, 2017)」은 본격적인 공포 영화라기보다는 우정, 괴담, 사랑을 둘러싼 10대들의 활기 넘치는 다사다난한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한창 자라나는 10대에게 들려줄 법한 인생의 교훈도 제법 들어 있고, 장르에 충실해지려는 듯 오싹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가슴 뭉클한 장면도 역시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영화 「시암」에서 10대를 연기한 10명의 배우도 (촬영 당시) 대부분 20살 안팎이라 청소년물의 풋풋한 이미지를 한층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 하지만, 10명의 10대를 모두 중심으로 몰아 세우려는 지나치게 복잡한 이야기, 그런 복잡한 이야기에 함몰된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의 설익은 연기 등으로 영화가 관객의 시선을 잡기에는 꽤 힘겨운 과업이 될 것 같다.
아무튼, 영화 「시암」처럼 잊힐듯한 작은 사건에 약간의 살이 붙어 소문으로 퍼져 나가고, 그것이 반복될수록 더 많은 살이 붙어 더욱더 그럴듯한 이야기로 완성되어 가고, 그렇게 소문에 소문이 더해짐으로써 사람들은 소문을 진짜 일어났던 일처럼 믿게 되고, 그렇게 도시 괴담이 완성된다면, 정말 귀신보다 무서운 것이 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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