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작전(Greedy, 1994) | 탐욕에 잠식되어 가는 자의 쓸쓸한 뒷모습
"우선 삼촌 생일 파티에 처음 온 날, 이런 일이 일어날지는 꿈에도 몰랐어요. 저는 재산을 노린 게 아니었어요" - 대니
"나도 알아" - 엉클 조
예선을 5위 안으로 통과에 텔레비전 중계 앞에서 펼쳐지는 본선에 참가해보는 것이 꿈인 볼링 선수 대니가 손목 부상 때문에 결국 꿈을 접고 마는 어느 날, 뜻밖에 방문객이 대니를 찾아온다. 대니를 찾아온 사람은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던 대니의 친척들이 고용한 탐정이었고, 친척들은 갑부 ‘엉클 조’의 생일날 대니를 깜짝 선물로 준비하고 싶었다.
오랜 세월 ‘엉클 조’의 재산을 호시탐탐 노골적으로 노리고 있었던 친척들은 최근 ‘엉클 조’가 젊고 섹시한 간호사 몰리에게 푹 빠져 있자 경계심을 느낀 나머지 몰리의 맞상대로 대니를 떠올렸던 것이다. 대니의 아버지 다니엘은 친척 중 유일하게 ‘엉클 조’의 탐욕과 재산을 경멸하면서 일절 연락을 끊은 사람이었지만, 어렸을 때 대니는 ‘엉클 조’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유일한 아이였다. 친척들은 만약 대니의 활약으로 몰리가 아닌 자신들 중 하나가 재산을 상속받는다면 대니에게도 얼마간 나눠줄 생각이었다.
탐정으로부터 자세한 내막을 듣고는 각다귀 같은 친척들에 둘러싸인 ‘엉클 조’를 진심으로 동정했던 대니. 그러나 ‘엉클 조’를 만나고, 그리고 삼촌이 갑자기 나타난 피자배달원 몰리에게 전 재산을 줄 것 같은 기미가 보이자 대니는 여자 친구인 로빈의 경멸을 받으면서까지 상속 싸움에 진지하게 끼어들게 되는데….
「상속 작전(Greedy, 1994)」은 졸음 앞에 세월 앞에 장사 없듯 돈 앞에서도 장사 없다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룬 코미디 영화지만, ‘엉클 조’를 둘러싼 모기떼 같은 친척들과 물에 빠지면 당연히 물에 젖듯 초심을 잃고 서서히 돈에 대한 탐욕에 지배되어 가는 대니의 쓸쓸한 뒷모습에서 돈이 가진 힘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져만 가는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동시에 만약 내가 그와 같은 상황에 부닥친다면 태연자약하게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상속 재산과 엮어 있다는 그런 상황 자체가 남들이 보기엔 즐거워 보일 수 있는 (어쨌듯 로또보다는 확률이 높지 않겠는가?) 처지일지도 모르지만, 만약 당신이 대니나 ‘엉클 조’의 친척인데 몰리에게 전 재산이 상속된다면 과연 남은 세월 동안 그 일을 잊고 살 수 있을까?
나 같으면 어디서 굴러먹던 개뼈다귀 같은 생면부지의 여자가 내가 받을 수도 있는 재산을 꿀꺽하려고 한다면, 분을 식히고자 머리 깎고 입산하거나 분에 못이겨 입에 게거품 흘리면서 칼을 들고 설칠 것 같다. 영화 「상속 작전」처럼 2천5백만 달러 정도의 재산이 오가는 상황이라면 한두 명쯤 죽어나가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상황이지만, 「상속 작전」은 '코미디' 영화라서 그런지 차마 ‘살인’은 일어나지 않는다. 마지막에 눈물겨운 반전 드라마가 펼쳐지긴 하지만, 역시 재산과 돈을 둘러싼 다툼은 어떻게 풀어나가든 그리 즐겁지도, 그리 감동적이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양로원에 버려지기 싫다는 ‘엉클 조’의 견해를 들어보면 그냥 괴팍한 노인네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생전에 재산 전부가 자식들에게 분배된 것 때문에 내 외할머니는 쓸쓸하게 말년을 보내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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