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센트(The Descent, 2005) | 숨 막히게 하는 극도의 폐쇄감
"우리가 이곳을 정복해서 이름 붙여주길 원했거든. 너의 이름을 생각했어" - 주노
"네 이름이겠지" - 사라
1년 전 끔찍한 자동차 사고로 한순간에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잃은 사라는 친구들의 초대로 노스캐롤라이나의 애팔래치아산맥으로 향한다. 이번 모임은 가족을 잃은 사라의 우울하고 슬픈 기분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는 친구들의 배려로 마련된 동굴 탐험이 메인이었다. 사라가 울창한 숲 속에 있는 오두막에 베스와 함께 도착하자 주노, 샘, 레베카, 홀리는 이미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간만에 한자리에 모인 여섯 명의 여자들은 술과 수다로 회포를 풀며 늦은 밤을 보낸다.
다음 날 일찍 모험을 떠난 이들은 이번 탐험을 계획한 주노의 안내로 무한한 하늘을 향해 아가리를 쩍 벌린 깊숙한 동굴 입구를 발견하고는 밧줄을 이용해 능숙한 솜씨로 동굴 바닥에 안착한다. 그러고는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만한 통로를 발견하고는 한 명씩 통로를 기어나갈 때, 마지막으로 통과하던 사라가 그만 좁은 통로에 몸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사라는 빠져나왔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들이 빠져나온 통로가 붕괴하면서 그만 막히고 만다. 한편, 사라는 동굴의 깊숙한 곳으로부터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친구들은 출구가 어디냐고 탐사를 계획한 주노를 닦달하지만, 애초에 계획했던 완전히 탐사된 ‘보레함’이라는 동굴 대신에 유명세를 타고자 알려지지 않은 동굴로 친구들을 이끈 주노는 그 때문에 구출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인정한다. 어쩔 수 없이 본능과 감각, 그리고 그동안 익힌 지식에 의존하여 출구를 찾아나가던 이들은 이 동굴 속에 자신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는데….
어렸을 때 다락방 갚은 어둡고 좁은 공간에 갇혀 공포에 떨었거나, 혹은 건물이 붕괴된 사고로 말미암은 등 밀실 공포증 같은 종류의 트라우마나 그런 비슷한 증상이 있는 사람에겐 절대 추천할 수 없는, 영화를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숨 막히게 하는 극도의 폐쇄감과 불에 구워지는 오징어처럼 온몸을 오그라들게 하는 어둠 속의 공포를 매우 잘 연출한 영화. 다음 편으로 연결되는 암시로 마무리된 결말 역시 과히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런 영화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저런 멋진 자연경관을 가진 나라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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