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 1997) | 만약 차원의 문을 연다면 무엇이 건너올까?
"어디에 갔었고 뭘 봤는지 뭘 담아 왔는지 그 누가 알겠어요?"
"지옥으로부터?"
7년 전 태양계를 탐사하다 해왕성 근처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이벤트 호라이즌 호로부터 희미한 구조 신호가 수신된다. 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혹시 생존자는 없는지 조사하고자 구조선 루이스 앤 클락 호가 파견된다.
밀런 선장이 지휘하는 클락 호에는 이벤트 호라이즌을 제작한 밀러 박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밀러 박사는 호라이즌 호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우주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차원 이동 장치를 실험 중이었다고 설명한다.
해왕성 궤도에서 발견된 이벤트 호라이즌 호에는 생존자는 없었고, 대신 구조 요원들은 참혹했던 학살의 현장을 발견한다. 한편, 구조 요원들은 두려움과 후회로 가득한 과거의 트라우마가 너무나 현실 같은 환각으로 나타나는 무시무시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내 생각으로는 상당히 저평가된? 아니면 숨겨진 SF 공포 영화 명작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 20여 년 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특수 효과와 무대 장치는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다른 영화에서 이런저런 소재를 빌려왔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았지만, 우주 건너 미지의 영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사람의 트라우마를 통해 증폭시킨 점이 흥미롭다. 영화는 어둠의 공포를 안고 사는 사람에게 어떤 계기로 그 공포가 현실로 새어나오면 그것이 바로 지옥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만약 우주 건너편에 지구와는 다른 생명력이 존재한다면, 과연 그 생명력의 도덕적 기준은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면 인류가 마냥 우주로전파를 쏘아대는 것이 그리 현명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그 전파를 수신할 생명체가 무슨 짓을 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는 짐작도 할 수 없다.
개봉 전 관람객 테스트 중에서 기절한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충격적인 고어 장면이 있었다고 하지만, 당연히 정식 개봉작에는 삭제되었다. 정식 개봉 후 보통은 빠진 영상이 포함된 ‘무삭제판’이 나오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누락 영상이 실수로 완전히 소실됨으로써 ‘무삭제판’에 대한 기대는 영영 사자려 버렸다.
다른 리뷰: 「이벤트 호라이즌 | 지옥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악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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