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꾹!(Cuckoo, 2024) | 아무튼 그녀는 용감했다!
한적한 리조트에 숨겨진 비밀
<그레첸의 알바 장소인 리조트> |
17세 그레첸은 재혼한 아빠를 따라 독일 알프스 산간의 한 리조트로 이사한다. 아빠는 새 아내 베스와 베스의 어린 딸 알마와 함께 휴양지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엄마와 함께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그레첸은 미국에서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그녀는 미국에 남겨두고 온 집의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어 오늘도 미국으로 전화를 건다. 그레첸은 돈을 모아 미국으로 돌아갈 날을 학수고대하며 알프샤텐 리조트에서 소소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한편, 알프샤텐 리조트의 주인 쾨니히는 그레첸 가족에게 께름직할 정도로 친절한 것인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다. 특히 그는 그레첸의 말 못 하는 이복동생 알마에게 유별난 관심을 보인다. 그레첸은 아무리 돈이 많다지만, 밤에는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손님이 없는 한가한 리조트를 운영하는 쾨니히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한적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에서 구름처럼 한가롭게 아르바이트하던 어느 날 밤 그레첸에게 예상치 못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는 마을에 숨겨진 엄청난 비밀을 둘러싼 혈투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샤브샤브와 호모 뻐꾸기
<알마와 유난히 친한 쾨니히> |
홈플러스에서 사 온 즉석식품 샤브샤브를 조리하면서, 어느 일본 드라마에서 본 전골냄비에 담긴 맑은 국물에 고기가 ‘아, 뜨거워’ 할 틈도 없이 살짝 데쳐 먹던 깔끔하고 담백한 음식을 기대했는데, 이건 국물이 육개장처럼 시뻘건 것이 사천풍 '훠궈(火锅)’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50% 할인이라는 문구에 현혹된 나머지 어떤 음식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나의 불찰을 한탄하고 있을 때, 뜬금없게도 얼마 전에 감상하고 나서 바로 기억 한구석으로 내팽개친 ‘호모 뻐꾸기’가 떠올랐다.
도대체 ‘호모 뻐꾸기’가 뭐란 말인가?
멸종 위기종의 역설
<그레첸과 쾨니히> |
굳이 알프스산맥이 아니더라도 영화 배경처럼 너르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병풍처럼 두른 아늑하고 한적한 곳에서 살면 인성이 더럽고 추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연을 아끼고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숭고한 의식과 책임감이 강요하지 않아도 절로 생길 것이다. 고로 리조트 사장 쾨니히가 멸종 위기종에 유별난 애착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나도 그처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면, 멸종 위기종 보호 운동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기부금 정도는 낼 의향은 있다.
그런데 이 양반아, 지구상에 이미 멸종위기 종들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 없는 종을 굳이 만들어 가면서까지, 멸종해도 괜찮은 종을, 아니 멸종했으면 좋은 종을 보호하려는 저의가 뭐야. 별 이쁘지도 않은 것을.
없는 종을 일부러 만들어 놓고, 멸종 위기종이라고 주장하면 ‘진짜 멸종 위기종’들은 뭐가 되는 건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영화다. 아니면 내가 놓친 심각한 무언가가 있을지도. 그렇다 하더라도 알게 뭐람. 일단 재미가 없는데.
호모 뻐꾸기: 공포와 코미디의 경계
<이산으로 가면 뻐꾹 뻐꾹 저산으로 가면 뻐뻐꾹 뻐꾹 어허~> |
공포영화에서 크리처의 존재는 공포와 긴장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서 종종 관객의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과 능력으로 관객들에게 시각적 충격과 심리적 공포를 제공한다. 이러한 생물체는 영화의 플롯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등장인물들의 생존 본능을 시험하고, 그들의 두려움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호모 뻐꾸기’는? 고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고성이 뻐꾸기 유전자를 물려받은 뻐꾸기 인간의 울음소리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기야 뻐꾸기 인간이 ‘뻐꾹뻐꾹’ 울면서 쫓아오면 너무 웃긴 나머지 길바닥에서 나뒹굴다가 배꼽이 빠져 죽을 것이다. 요즘 관객들은 내성이 있어서 그냥 소리만 냅다 지르는 식으론 아무런 감흥도 전해 줄 수 없다. 아무리 공포영화라지만, 인과관계가 간편식의 방부제처럼 조금이라도 함유되어 있어야 관객들은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그리고 뻐꾸기 울음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은데!
이보다는 감독은 뻐꾸기의 특성인 ‘탁란’에서 착안한 뭔가를 무시무시한 것으로 보여주려고 한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크리처의 외모도 별로고 필살기가 와닿는 것도 아니고 탄생 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도 딱히 이렇다 할 것도 없는 것이 공포보다는 오히려 코미디에 가까운 느낌이다. 감독이 뻐꾸기의 '탁란'이라는 습성을 더 잘 살렸다면, 더 강력한 심리적 공포를 전달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비디오’로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AI에 묻다, ‘탁란’으로 공포영화 줄거리를 만든다면?
<인간 뻐꾸기와 혈투 끝에 만신창이가 된 그레첸> |
영화는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이 마을에서는 수년간 알 수 없는 이유로 아기들이 태어날 때마다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더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마을 사람들은 이들이 자신들이 낳은 자식이 아니라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이 현상에 의문을 품고 조사를 시작하는 젊은 엄마입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아이와 자신의 아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마을 전체에 걸쳐 음모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마을의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과거에 이 마을에는 '인간 뻐꾸기'라는 존재가 살고 있었고, 이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다른 가정에 몰래 맡기는 '탁란'을 통해 마을을 점차 장악해 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를 되찾고 마을을 구하기 위해 이 비밀스러운 존재들과 맞서 싸우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진실을 밝혀내려는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과 심리적 공포, 그리고 인간의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으며,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미스터리와 서스펜스를 제공합니다.
(AI 줄거리에 한마디 보태면, 한 마을을 장악한 유서 깊은 가문이,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탁란’ 기법으로 마을 주민들의 아이를 자신들의 유전자가 섞인 아이로 바꿔치기해 왔다. 그래서 그 마을 사람들의 외모가 친형제처럼 서로 닮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보다 유전 질환의 발병률도 높다)
마치면서
<녹초가 된 알마를 보살피는 그레첸> |
AI가 창작한 줄거리가 영화 줄거리보다 더 재밌어 보인다.
아무튼, 영화 「뻐꾹!(Cuckoo, 2024)」을 보면서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스위스의 랜드마크처럼 여겨졌던 알프스산맥이 사실은 독일까지 걸쳐있어서 독일에서도 알프스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는 것! 지리에 무지한 나로서는 꽤 신선한 지식이었다. 중국에서도 백두산에 갈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려나?
아무튼, 그나마 감동적인 것은 데면데면하고 서먹서먹했던 그레첸과 알마가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면서 극적으로 회복되는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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