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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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녹정기(鹿鼎记, 2008)

드라마 녹정기(鹿鼎记,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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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드라마 녹정기' 감상

1984년 녹정기의 위소보(양조위)와 강희제(유덕화)
<1984년 녹정기의 위소보(양조위)와 강희제(유덕화)>

김용의 무협소설 『녹정기』를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 중 두 번째로 감상한 작품.

TDMB에서만 6개 작품이 검색될 정도로 드라마 녹정기는 꽤 있다. 그중 1984년 작품은 양조위(梁朝伟), 유덕화(刘德华)라는 1990년대 홍콩 영화계를 이끈 두 대배우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양조위가 위소보 역을 맡았고, 유덕화는 건륭제 역을 맡았으니 두 사람 모두 주연을 맡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1984년 녹정기는 양조위, 유덕화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

아무튼, 녹정기 감상 포인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위소보의 ‘일곱 빛깔 일곱 마누라’다. 그저 예쁘기만 하고 성격은 비슷비슷한 여자들이 모여있으면 시끄럽기만 하고 이렇다 할 흥미로움은 없기 마련인데, 잔머리만큼이나 여자를 고르는 안목도 뛰어난 위소보는 비슷한 구석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서로 특색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일곱 여자를 마누라로 만듦으로써 여복만으로 따지면 제천대성을 이룬 셈이다.

12년 격차가 나는 만큼 ‘2008년 작품은 2020년 작품보다 다소 엉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조금 했는데, 완전한 기우였다. 특수 효과를 빼고는 전반적으로 충분히 볼만한 작품이다. 의상, 소품, 세트도 상당히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맡은 역할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낼 정도로 좋다. 또한, 이런 사극에서 지나치기 쉬운 사운드트랙도 공들였다는 것이 2008년 작품의 장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일곱 빛깔의 일곱 마누라

위소보의 일곱 마누라

원작이 같은 만큼 2020년 녹정기와 2008년 녹정기에 등장하는 위소보의 일곱 마누라는 성격이나 인상은 서로 매우 닮았다. 마치 2008년 작품을 참고해서 2020년 작품의 배우를 캐스팅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드라마 녹정기(鹿鼎记, 2020)

다이나믹 꼬마 듀오

어린 강희제와 어린 위소보

2020년 작품과는 달리 드라마 초반을 장식하는 위소보(王成阳, 왕청양)와 강희제(史磊, 시레이)의 어린 시절만을 맡은 아역 배우가 별도로 캐스팅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두 꼬맹이 녀석의 연기가 선배 배우들 뺨치고도 남을 정도라 드라마 초반엔 이 두 장난꾸러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했다.

참고로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이후로도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궁극의 남성 판타지

위소보의 마누라들을 보고 기겁하는 관리들

남성의 섹스 판타지를 완성함으로써 모든 남성의 선망이 대상이 된 위소보 역은 황샤오밍이(黄晓明)이 맡았다. 덩치가 큰 감이 없지 않아 있어 위소보 역에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지는 않지만, 밉살스러울 정도로 교활한 연기가 나쁘지 않다.

위소보는 글자도 모르는 일자무식에 무공도 없다. 그렇다고 배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몸을 파는 기녀의 사생아로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위소보는 사회 계급의 밑바닥을 차지하는 천민이다. 하지만, 그는 혓바닥을 놀리는 기술만큼은 천하제일 고수다. 무식하지만, 의리만큼은 중시한다. 재물을 모을 줄 알지만, 써야 할 땐 호탕하게 쓸 줄도 안다.

이런 장점들이 묘하게 엮이면서 그는 ‘황제 자리’를 탐내는 것 말곤 부러워할 것이 없는 천하제일 위소보가 된다.

충과 의, 둘 다 완벽할 수는 없다!

떠난 위소보를 그리워하는 강희제

천하의 위소보를 부처님 손바닥 위에 놓고 요리조리 요리하는 유일한 한 사람 강희제 역은 종한량(钟汉良)이 열연했다.

그는 위소보가 충과 의리를 모두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위소보를 능력 있는 신하로서, 의리 있는 친구로서 곁에 두기를 원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위소보를 벼랑 끝으로 내몰게 된다.

출세를 선택할까? 아니면 관직과 재물을 버리고 의리를 선택할까? 교활하지만, 한신의 고사를 이해 못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은 위소보가 선택하는 길은?

위소보를 강희에게 던져 준 사람

어린 위소보와 모십팔

오늘날의 위소보를 만든 숨은 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모십팔(茅十八) 역은 자오샤오루이(赵小锐)가 맡았다.

모십팔은 초반에 반짝, 막판에 반짝 등장하는 단역이지만, 그는 위소보와 강희제 관계의 시작과 끝을 매듭짓는 인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위소보는 모십팔의 일에 연루되어 북경으로 행차하게 되고, 그럼으로써 어린 강희제와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위소보는 저잣거리에서 참수당하는 모십팔의 목숨을 구하는 과정에서 강희제와 인연을 끊을 것을 결심하게 된다.

뒤끝까지 좋았던 사람은 많지 않다

위소보 대가족 사진

드라마는 첫 회 시작 부분에, 그리고 마지막 회 끝에 강희제가 6차례나 강남에 내려간 진짜 이유는 치수를 핑계 삼아 위소보를 찾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당연히 사실무근인 내용이지만, 이런 픽션을 두 차례나 삽입하며 강조한 이유는 아무래도 지위와 신분을 초월한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을 어필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만약 위소보가 마음을 바꿔 황궁에 남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위험한 상황에 부닥칠 때마다 기발하기도 하고 교활하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한 꾀를 시기적절하게 구사해 공을 세운 위소보는 황제의 총애를 받는 만큼 선망의 대상이자 질투의 대상이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명재상 중 전시전종(全始全終)한 재상이 몇 사람이나 될까?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 등 청나라의 황금기인 강건성세(康建盛世) 동안 세 황제를 섬긴 장정옥이 걸어온 살얼음판을 생각하면 군주를 섬기는 일은 호랑이를 옆에 두는 것과 같다는 속담에 결코 거짓 따위가 있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황제의 비밀을 많이 알고 있고, 공적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도록 많은 위소보가 토사구팽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혹은 황제의 비호를 받더라도 이후 벌어질 24명 황자 간의 암투에서 위소보가 과연 무사히 삼아 남을 것이라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위소보가 몸뚱어리 위에 얹혀 있는 대가리를 끝까지 보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물러날 때를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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