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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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온천여관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영화 리뷰 |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Secrets in the Hot Spring,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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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영화 리뷰 |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Secrets in the Hot Spring,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20살의 고등학생,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경우?>

고등학교를 5년이나 다닐 정도로 학창 생활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20살 청년 샤오진(장팅후, 张庭瑚)이 곧 죽을 사람처럼 청승 떠는 조부모 성화에 못 이겨 조부모가 경영하는 시골 온천 여관으로 소환되어 겪는 우당탕 좌충우돌을 담은 코미디 영화. 요즘 디아블로2, 다옥 이후로 이렇게 재미난 게임이 있었을까 하는 탄사가 절로 날 정도로 원신 플레이에 푹 빠져 있는 걱정스러운 상황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 본 영화임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웠다고 할까나?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여관’은 한국 도시 중 어딜 가나 음침한 골목을 시든 꽃처럼 침울하게 장식한 ‘잠깐 쉬었다’ 가는 그런 여관이 아니라 며칠 동안 제대로 쉬고 가는 진짜 여관을 말하지만,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영락없이 샤오진이 물려받게 생긴 ‘OO 온천 여관’은 귀신조차 격이 한없이 떨어질까 봐 피해 갈 것 같은 그런 내력을 두루 갖춘 여관이다.

영화 리뷰 |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Secrets in the Hot Spring,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여관을 본 샤오진 일당의 표정>
영화 리뷰 |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Secrets in the Hot Spring,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샤오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한 번을 보고 두 번을 봐도 분명히 유치하고 썰렁한 이야기와 장면들이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심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샤오진의) 할머니(추미미, 朱咪咪)와 할아버지의 시종일관 굽히지 않는 진지함에 있다.

샤오진 일당의 과장되고 유치하고 당돌한 언동을 재롱떠는 손자 구경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는 두 사람의 능청스러움이야말로 영화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이 ‘코미디’라는 장르라고 당당히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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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사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샤오진의 할아버지>
영화 리뷰 |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Secrets in the Hot Spring,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흥취를 더하고자 농구공을 한 손으로 터트린 괴력의 여인도 등장하지만...>

이외에 최소 30대 중후반 이상으로 유추할 수 있는 홍콩 영화 세대에게 이름은 몰라도 얼굴만큼은 친숙한 인물인 나가영(罗家英, 샤오진 할아버지 역)과의 깜짝 만남도 영화의 이런저런 단점을 잠재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성룡의 「중안조」, 주성치의 「서유기」 시리즈, 「도신 2」 등 1990년대 홍콩 영화에서 주연보다는 주로 조연으로 열연했던 그의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를 오랜만에 다시 보니 왠지 모르게 감개무량하다.

영화 리뷰 |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Secrets in the Hot Spring,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이처럼 놀랄 장면은 절대 등장하지 않으니 안심>
영화 리뷰 | 귀신온천여관(切小金家的旅館, Secrets in the Hot Spring, 2017) |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
<시작은 우당탕, 결말은 훈훈하게>

내가 보기에 「귀신온천여관」의 볼만한 점은 이야기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OO 온천 여관’!

겉보기엔 너무 낡고 더러워 공짜로 쉬었다 가라 해도 잠시라도 머물고 싶지 않은 그런 여관이지만, 물건도 사람처럼 겉보기만으론 판단할 수 없는 것. 특히 이번처럼 세월의 녹과 사람의 꿈이 단단히 슬어있는 경우는 더더욱. 왜냐하면, 삐까번쩍해야만 좋은 것이고, 최신이고, 유행이라고 칭송받는 작금에 ‘OO 온천 여관’은 ‘독보적인 낙후‘ 또한 하나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음을,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취향은 참으로 알쏭달쏭하다는 새삼스러운 사실을 일깨워준다. 물론 ’더러움’과 ’낡음‘은 반드시 구분해야만 하지만 말이다.

따뜻한 공포 영화도 아니고, 무서운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유쾌한 가족 영화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오가잡탕처럼 보이지만, 샤오진이 여관을 계륵 같은 처치 곤란한 물건으로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 엄마 아빠와 함께 여관 미니어처를 가지고 인형 놀이하듯 함께 놀면서 미래를 그렸던 가족의 꿈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는 순간만큼은 약간은 뭉클한 감동을 전달받을 수 있는 수준의 영화는 된다.

80 • 90년대 홍콩 코미디 영화 같은 단순하지만 참신하고, 터무니없지만 독창적인 그런 영화에는 한껏 못 미치지만, 할머니 • 할아버지의 간능스러운 표정 연기가 나름 볼만한 흥취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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