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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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소년탐정단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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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이런 여자가 마누라라면 집 안에선 피곤해도 집 밖에선 든든할 것 같다>

제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 있듯 ‘담임 선생과 제자가 작당하여 마을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추리물’, 이라고 별 의미 없는 한 줄로 요약할 수도 있는 드라마지만,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나는 오오지로의 시노부란 말이야!! 얕봤다간 큰코다칠 거야!!”

라고 대놓고 으름장 놓는 여선생의 대활약을 넋을 잃고 보고 있노라면, ‘아, 나도 초등학교 때 저런 선생이 담임이었다면, 얼마나 재밌었을까?’하는 생뚱맞은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양념장에 풍덩 빠진 갈비처럼 푹 잠긴 자신을 보면서 실소를 머금고 마는 그런 유쾌한 드라마다.

여기에 담임 선생의 억척스러운 작태를 보며 뒷북치듯 한마디씩 툭툭 내뱉는 아이들의 평가는 갈비양념에 빠질 수 없는 배즙처럼 시원하고 달곰하다. 그 아비에 그 아들이라니, 그 담임의 그 제자들이랄까?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때론 지나친 호기심은 화를 불러들인다!>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신문해야 할 상대에게 신문을 당하는 형사 신도>

무엇보다 별로 순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이기는 한 제자들에게 ‘저렇게 드센 여자가 과연 시집이나 갈 수 있을까?’ 하는 맹랑한 걱정거리를 안기는 억척스럽고 왈가닥인 여선생(타케우치 시노부)의 대활극을 감질나게 연기한 타베 미카코(多部未華子)의 밀린 이자 받으러 온 야쿠자나 지을법한 오만상 수준의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참고로 타베 미카코의 낯이 익는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녀는 영화 「심야식당(映画 深夜食堂, 2015)」에서 시골에서 막 상경한 미치루 역을 맡기도 했다. 미치루 역시 억척스러운 성격의 인물로 기억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부릅뜬 눈의 매서운 눈매만으로도 앞에 있는 몇 사람 정도는 그 즉시 결딴내고 말 것 같은 무지막지한 인상을 남자가 펼쳐 보인다면 당연히 목숨을 보전하고자 자리를 피해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지만,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지으니 묘하게 끌린다는 것이다.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시노부 두고 벌어지는 경쟁, 과연 승자는 누구?>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견원지간이었던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녀의 분노가 쓰나미처럼 서린 험상궂은 인상에서 짜릿한 배덕감을 느끼는 것은 나만은 아닌 것 같다. 형사치고는 조금 지나치게 잘생긴 신도와 복스러운 코가 귀여운 혼마는 근성과 활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치는 그녀를 두고 라이벌전을 벌인다.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이 주 이벤트라면 그녀를 두고 벌어지는 삼각관계, 즉 그녀를 신문해야 하는 직분에 있지만, 오히려 그녀에게 심문당하는 순박한 형사 신도와 ‘엘리트’와 ‘큰 키’라는 실속 있는 간판을 내세우는 혼마의 사랑 쟁탈전은 작은 이벤트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꽤 볼만하다.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나는 오오지로의 시노부란 말이야!! 얕봤다간 큰코다칠 거야!!>
드라마 리뷰 |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 2012) | 괄괄한 여선생과 맹랑한 제자들
<우린 나니와 소년탐정단이란 말이야! 얕봤다간 큰코다치려나?>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 친구를 험담하는 얄미운 아이, 하는 짓이 능청스럽고 맹랑한 아이, 벌써 냉소적인 싸늘한 미소를 입가에 달고 다니는 염세적인 아이 등 그 선생의 그 제자답게 얕봤다간 제대로 큰코다칠 것 같은 아이답지 않은 아이들과 얕봤다간 정말로 큰코다치는 여선생이 함께 살인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은 제법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알고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 원작이란다. 싹수가 있는 원작에서 싹수가 있는 드라마가 나왔다고 할까나?

「나니와 소년탐정단(浪花少年探偵団)」은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살해당한 자에게 면목이 서지 않을 정도로 명랑하고 유가족들 앞에 낯이 서지 않을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 드라마다. 아무래도 여주인공의 괄괄한 성격도 한몫했겠지만, ‘천진난만’의 상징인 아이들을 그녀의 들러리로 자리매김한 것도 적중했다고 본다. 한편으론, 내세울 것이 없어 동심마저 내다 파는 저질 예능 프로처럼 어린이의 순수함을 상업적으로 보기 좋게 이용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암만 허구라 해도 사람이 살해당한 살인 사건에 마치 숨바꼭질 놀이하듯 어린이를 엮이게 하다니, 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소년탐정단이 다룰 만한 사건이 꼭 살인 사건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튼, 시노부와 소년탐정단의 찰떡같은 궁합은 학생은 담임 선생을 닮는다는 별로 신빙성 없어 보이는 경구로 설명하기보다는 모처럼 죽이 맞는 녀석들끼리 잘 만났다는 인연의 승리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중요한 것은 그 죽이 맞는 녀석들의 활약이 대책 없이 재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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