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츠 | 왜 살인이 일어난 집에 살면 안 되는 거지?

헤이츠(House At The End Of The Street, 2012) | 왜 살인이 일어난 집에 살면 안 되는 거지?

<살인이 일어날 집처럼 생겼나?>

공포영화에서 일어나는 주요 이벤트가 진행되는 장소가 집이 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저주받은 집, 둘째는 귀신 들린 집, 그리고 끝으로 셋째는 살인이 일어난 집.

공포영화라고 부르기엔 석연한 점보다 석연치 않은 점이 더 많은 「헤이츠(House At The End Of The Street)」는 저주받은 집도 아니고 귀신 들린 집도 아닌 살인이 일어난 집을 주요 무대로 한다.

<그 집이 생각보다 가까운 것에 뜨악한 모녀>

살인 사건 때문에 내려간 집값을 십분 이용해 이사 온 새 주민. 현지 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새 주민은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을 것이라고 제멋대로 짐작하지만, 사실은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새 주민이 살인 사건이 일어난 집에 산다는 이유로, 혹은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냉대받는 이웃을 빌어먹을 동정심으로 가까이했다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며 개고생한다는 이야기.

공포영화와 관련한 교과서에 있을법한 레퍼토리지 않은가? 아니면 영화 「헤이츠」에서만 일어나는 전대미문의 엽기 사건인가?

<빨간 인주가 묻은 망치로 도장 찍으러 돌진!>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못질도 못 할 것 같은 이쁘장한 소녀가 난데없이 휘두르는 망치에 소녀의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이 끽소리 제대로 한 번 못 지르고 희생된다. 마치 망치로 못질은 못 해도 사람 정도는 거뜬히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혹은 뼛속 깊이 사무친 원한이라도 갚으려는 듯 소녀의 망치질은 거침이 없다.

그리고 4년 후, 살인 사건 때문에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웃들의 불평불만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엘리사와 그녀의 엄마 사라가 바로 그 옆집으로 이사 온다.

이후의 이야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듯 앞에서 언급한 그 ‘레퍼토리’대로 잘 흘러갈 것이다.

<엘리사와 라이언>

공포 스릴러라고 해서 장대비처럼 피가 퍼붓고 벚꽃이 한창일 때처럼 살점이 여기저기 흩날리고 좀비들이 즐겨 먹는 오장육부가 땅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그런 무지막지한 영화는 아니다(난 이웃들의 선입관이 사실임을 증명하듯 대량 학살이 일어나길 기대했지만, 아마 이런 기대가 어긋나서 나의 혹평이 작렬하는지도). 그것보단 딸과 엄마의 불안정한 관계, 그리고 살얼음처럼 깨지기 쉬운 이 모녀 사이에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엘리사를 꿀처럼 유혹할 외로움을 온몸에 덕지덕지 바른 채 불쑥 끼어든 (그 험악한 망치질이 일어났던 집에 사는) 낯선 이웃과의 삼각관계를 중점으로 삼은 일종의 심리 스릴러라고 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본다고 해도 임팩트가 없는 영화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모녀 사이에 끼어든 라이언만큼이나 정체성이 모호한 영화라고 할까나? 아니면 라이언을 중심으로 한 사이코패스 스릴러인가? 내가 놓친 것이 많을지도.

물론 막판 반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기 앞에서 겸연쩍게 내뱉는 ‘까꿍’만큼이나 밋밋한 반전이다. 또는 이 반전에 아무리 높은 점수를 주더라도 그 지루한 과정을 보상할 정도는 안 될 것이다. 나의 이 모든 불평불만에도 불구하고 평온한 공포 스릴러를 찾는 관객에겐 더할 나위 없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왜 살인이 일어난 집에서는 살면 안 되는 거지? 왜 부모님이 살해당한 집에선 살면 안 되는 거지? 살인 사건 때문에 집값이 내려간다면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까? 이런 잡스러운 상념들만 남는다.

아,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빼먹었다. 엘리사 역을 맡은 배우의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는다 했더니 「헝거게임(The Hunger Games)」에서 캣니스 에버딘을 열연한 그 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