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4

오랜만에 찾은 윈도우 8.1에 낭패당한 사연

오랜만에 찾은 윈도우 8.1에 낭패당한 사연

Windows-8.1-found-after-a-long-time-frustrates-me
<이 모든 것이 이 녀석 때문이다!>

Windows 10 2016 LTSB에 오기까지...

윈도우 7을 오랫동안 사용하다가 윈도우 서버 2016과 윈도우 10으로 넘어온 나다. 중간에 윈도우 8과 윈도우 8.1이 있었지만, 뜬금없이 등장한 메트로 인터페이스에 대한 당혹감 때문에 가뿐하게 건너띄웠다.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윈도우 8.1을 딱 한 번 사용해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에서 와서 정확하게 기억할 순 없지만 아마도) 윈도우 8.1의 메모리 관리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바람에 그것은 아주 짧은 인연으로 끝났다. 윈도우 8.1과 형제지간인 윈도우 서버 2012 R2는 블루투스를 사용할 수 없어 포기했다. 윈도우 서버 2016은 서버 특유의 가벼움과 블루투스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이때는 A6-4400M, 즉 듀얼코어를 사용하던 때였고 작년에 중국에서 공수한 A10-4600M으로 APU를 업그레이드한 이후로는 굳이 서버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져 Windows 10 Enterprise 2016 LTSB에 정착했다.

(데스크톱 용도로 사용했을 때) 윈도우 서버 2016이 기존 윈도우 서버보다 좋은 점은 블루투스 지원인데, 사실 이것을 ‘지원’이라고 말하기는 참으로 모호하다. 왜냐하면, 될 때보다 안 될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윈도우 부팅 직후에는 잘 작동하지만, (노트북 특성상 재부팅이나 시스템 종료보다는 절전모드 사용이 빈번한데) 절전모드에서 깨어나면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반의 반쪽자리 블루투스 지원인 셈이다(이 문제가 다른 컴퓨터에서도 발생하는지는 모르겠다). 윈도우 10에서는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좀 있다가 이야기할 것이다.

끝나지 않는 Windows 10 버그들

일단 반년 넘게 Windows 10 2016 LTSB를 그럭저럭 잘 사용해왔다. 여기서‘그럭저럭’에 유독 강조한 이유는 다들 알다시피 윈도우 10은 자잘한 버그가 많기로 유명하고, 나 역시 그런 버그에 전혀 시달리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시달림이 노트북을 집어 던질 정도로 엄청난 분노를 초래할 결정적인 버그도 아니니 참으로 윈도우 10의 버그는 절묘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몇 가지를 예를 들면(이 버그들은 2016 LTSB에만 해당하는 사항일 수도),

1. 창 크기와 위치가 고정되지 않는 버그.

2. 절전모드에서 깨어나면 간혹 블루투스가 먹통이 되는 버그.

3. 탐색기에서 ‘F2’(이름 변경) 단축키가 간혹 먹히지 않는 버그.

4. 블루투스가 켜져 있으면 무선랜 연결이 안 되는 버그(이것은 2019년 6월 업데이트 후 생긴 증상).

5. 블루투스가 켜져 있으면 휴대전화 연결을 (예를 들면 휴대전화 저장소) 인식하지 못하는 버그(이 역시 2019년 6월 업데이트 후 생긴 증상).

6. 검색창에서 '가장 정확(Best Match)'이 작동하지 않음.

기타 더 있겠지만, 일단 내가 겪고 있는 주요 증상들 몇 가지를 열거해봤다. 이 중에서 1번이 제일 짜증 난다. 그리고 5번은 다소 불편하다.

Windows-8.1-found-after-a-long-time-frustrates-me
<Windows 10 2016 LTSB PCMark 7>
Windows-8.1-found-after-a-long-time-frustrates-me
<Windows 8.1 PCMark 7>

소울워커 렉, 윈도우 8.1로 해결되다?

이런 와중에 소울워커(Soul Worker)라는 MORPG 온라인 게임을 접하게 되었다. 참고로 소울워커는 저사양에서 돌아갈 만한 게임을 찾다가 우연히 찾은 게임이다. 어차피 몇 주 심심풀이나 기분전환 삼아 즐기다 그만둘 게임이기에 게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고자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레임이 괜찮게 나오다 몹이 몰리거나 몹이 몰린 상태에서 스킬을 난사하는 장면에서는 프레임 드랍이 아니라 프레임 자체가 끊기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서버렉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구글링해보니 이 현상은 사양과 관계없이 일어나는 소울워커의 고질적인 서버 문제, 혹은 클라이언트 최적화 문제로 보이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재밌게 게임을 즐기는데 프레임 드랍도 아니고 프레임이 스톱모션 제작하는 것처럼 뚝뚝 끊기는 것은 (특히 소울워커처럼 컨트롤 재미가 쏠쏠한 게임은) 사용자 처지에선 게임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키는 병폐다. 옵션을 최소로 낮춰도, 한동안 잊고 있었던 라데온 프로(Radeon Pro)의 멱살을 잡고 아무리 늘어져 봐도 차도는 전혀 없었다.

소울워커 끊김 현상을 어떻게든 완화해보려고 윈도우의 샅바를 부여잡고 씨름하는 와중에 아주 오래전에 본 기사 한 토막이 떠올랐다. 왜 하필 이 기사가 이때 떠올랐는지는 ‘기억’과 ‘무의식’의 영원한 미스터리다. 아무튼, 갑자기 떠오른 케케묵은 기사 내용은 윈도우 8.1은 AMD APU에 대해 최적화 작업이 이루어져 거의 10%에 가까운 성능 향상을 이루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HDD에 VHD를 생성하여 윈도우 8.1을 설치해봤다(오랜만에 모터로 구동되는 HDD에 윈도우를 설치하면서 느낀 것은 SSD의 위대함이란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것!).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치 소소한 업그레이드라도 한 것처럼 소울워커가 (윈도우 10보다) 훨씬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끊김 현상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순간 오, 이래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벤치마크는 결국 숫자놀음이란 말인가?

Windows-8.1-found-after-a-long-time-frustrates-me
<Windows 8.1에서 Stack 업로드 속도>
Windows-8.1-found-after-a-long-time-frustrates-me
<Windows10 2016 LTSB에서 Stack 업로드 속도(TCP 수신창 자동 조정 패치 전)>

항상 구관이 명관인 것은 아니다!

너무 기쁜 마음에 이것저것 젤 필요 없이 부랴부랴 Windows 10 2016 LTSB를 (늘 하던 대로)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로 백업하고, 윈도우 8.1로 다운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로써 윈도우 8.1은 두 번째 실사용에 들어간 셈이다.

윈도우 8.1을 대략 일주일 동안 사용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Windows 10 2016 LTSB의 버그들은 경험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기에 특이한 점은 윈도우 10보다 윈도우 8.1의 업로드 속도가 무척이나 뛰어났다는 것이다. 윈도우 10 같은 경우 zippyshare와 Stack 업로드 속도가 200k~400k였는데, 윈도우 8.1은 놀랍게도 제 속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놀라움도 잠시 곧 엄청난 난관에 부딪혔으니 바로 불과 4일 사이에 저승사자 같은 블루스크린과 세 번이나 마주했다는 것이다!

SYSTEM_THREAD_EXCEPTION_NOT_HANDLED - 두 번

MEMORY_MANAGEMENT - 한 번

제아무리 Windows 10이 자잘한 버그가 많다지만, 그래도 안정성만큼은 나름 훌륭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윈도우 10 사용하다가 블루스크린을 만나는 경우는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는데, 윈도우 8.1은 새로 설치하고 사용하기 시작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블루스크린을 토해내니 아무리 게임이 원활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성능보다는 안정성을 중시하는 나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미련 없이 PE로 부팅한 다음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를 가동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놀랄만한 일과 마주했다. 단지 아크로니스 트루 이미지로 백업하고 복구했을 뿐인데, 창 크기와 위치가 고정되지 않는 버그가 깜쪽같이 해결되었다. 그사이 윈도우 DNA가 돌연변이라도 일으킨 것일까? 하지만, 나머지 버그들은 그대로다. 그리고 (삽질의 삽질을 거듭한 만만장야 같은 과정은 생략하고) 소울워커 렉 문제와 업로드 속도 문제도 해결했다. 게임 성능 문제는 코어파킹(Core Parking)을 끄고 SRS Audio Sandbox를 해제한 다음 리얼텍 사운드 드라이버를 사용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업로드 속도 문제는 TCP 수신 창 자동 수준을 ‘highlyrestricted’로 설정하니 마법처럼 업로드 속도가 되살아났다.

마치면서...

잠깐의 외도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 있다면 벤치마크는 결코 숫자놀이가 아니라는 것. 즉, 이번 경우에는 PCMark 7 점수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던 만큼 두 운영체제의 성능 차이도 사람이 체감할 정도로 클 수가 없다는 현실을 진즉에 깨우쳤어야 했다. 소울워커의 끊김 현상을 운영체제 탓으로 돌리지 않고, 윈도우 설정 문제에서 찾았더라면 고생도 그만큼 덜했을 것이다(하지만, 윈도우 8.1을 테스트해봄으로써 윈도우 10 설정이 어딘가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의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윈도우 7이라면 몰라도 윈도우 8.1은 (최소한 내 앞 노트북 앞에서만큼은) 절대 명관이 될 수 없다는 쓰디쓴 경험.

이대로라면 윈도우 10 LTSB 2016을 연장지원이 만료되는 2026년 그날까지 사용해야만 할 것 같다. 6개월 주기도 번거롭지만, 나올 때마다 덤으로 괴상한 버그 한 보따리씩 가져오는 것 같은 (LTSB가 아닌 일반) 윈도우 10은 영 미덥지가 않다. 지긋지긋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윈도우 10을 완벽하게 대체할 만한 OS는 없고, 기존 윈도우보다 윈도우 10이 여러모로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하루빨리 리눅스에서 윈도우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구동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0 comments:

댓글 쓰기

댓글은 검토 후 게재됩니다.
본문이나 댓글을 정독하신 후 신중히 작성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