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마스크를 청소기 필터로 재활용하기
도시 환경도 흉흉하고 그에 따라 인심도 흉흉해지는 혼탁한 세상에 공기마저도 흉흉하다. 어느덧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렸다. 참으로 안타깝고 서글프고 짜증 나는 현실이지만, 마땅히 나의 눈을 즐겁게 해주어야 할 푸른 하늘을 시위라도 하듯 가로막고 서서 황달 걸린 사람의 얼굴처럼 하늘을 누리끼리하게 채운 미세먼지들은 다름 아닌 우리가 누리는 안락함과 편리함이 낳은 쓰레기들이라 할 수 있으니 딱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이제는 지역에 따라 공기의 질도 차이가 나니, 산업화 이전 시대에는 꿈도 꾸지 못할 불평등이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예전에 어느 SF 영화에서 어둡고 음침한 도시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산성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장면을 보면서 세상이 아무리 공해에 찌들어도 설마 저런 날이 진짜 올까 하고 코웃음 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아직 그런 날은 오지 않았지만 대신 마스크가 보편화될 정도로 공기가 오염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빨간 마스크’ 괴담이 은근히 우리를 겁먹게 할 정도로 ‘마스크’는 부정적이고 음산한 이미지를 발산했다. 환자가 아닌데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뭔가 켕기는 것이 있거나, 아니면 얼굴에 보기 흉한 흉터가 있거나, 아니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못생겼거나, 이도 아니면 수배자일까? 하는 짐작이 당연시될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하나의 패션이자 소품, 그리고 시대의 절망적인 공기질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아무튼, 사정이 이러하니 미세먼지 농도가 거리에 나서자마자 목을 칼칼하게 만들 정도로 진득한 날에는 ─ 안경에 서리가 끼는 부작용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되도록 피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도 ─ 부득이하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이렇게 사용하다 버린, 자신의 임무를 나름 완료했음에도 칙칙한 하늘과는 달리 여전히 혼자 깨끗한 척하는 마스크를 보면 얄궂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저가형의 직사각형 형태의 마스크가 필터로 장착하기 좋다> |
그래서 몇 번 사용한 미세먼지 마스크를 진공청소기 필터로 사용해봤는데, 2~3개월 사용 후 상태를 확인해 보니 사진처럼 시커먼 때가 낀 것을 보면 그래도 뭔가를 걸러주는 효과는 있는 것 같다. 요즘 진공청소기에는 미세먼지까지 걸러주는 ‘헤파필터’가 장착되어 있지만, 내가 쓰는 구닥다리는 카스텔라처럼 마냥 푹신푹신하기만 이름뿐인 필터가 있을 뿐이다. 인체공학적인 고가의 마스크보다는 인체공학적이지 않은 저가형 마스크가 장착하기 쉽고, KF80을 초과하는 마스크는 청소기의 흡입력을 심히 방해할 우려가 있기에 KF80 이하의 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어디 굴뚝 청소라도 하고 온 것 같은 시커먼 때!> |
<언젠가는 실외에서 단 하루 사용한 마스크가 숯검정이 될 날이 올지도!> |
몇 번 쓰다 만 미세먼지 마스크를 청소기 필터로 재활용하는 것은 전문가에 의해 검증된 방법은 아니지만, 대략 6개월 정도 사용해 보니 청소기 흡입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문제 되는 점은 없었다. 혹시 또 아는가? 정말로 집안의 미세먼지도 걸러내 주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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