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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4일 일요일

중국 인터넷에서 하루아침에 말살된 가수 ~ 리지(李志)

중국 음원 사이트 하루아침에 사라진 노래들

중국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리지(Li Zhi, 李志)라는 중국 가수가 인터넷에서 사라졌다는 황당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歌手李志的微博、微信以及音乐页面都已无法查看,原因未知」. 2019년 4월 12일, QQ 뮤직 등 중국의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그의 모든 노래가 삭제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런 가수가 존재했었다는 설명도 사라졌다. 웨이보와 위챗에서도 그의 계정이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단 하루아침에 한 사람의 존재가 한 국가의 인터넷망에서 깨끗이 제거되었다. 뉴스에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난 리지라는 가수는 전혀 모른다. 다만, 중국어 위키피디아에 설명에 따르면 그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공연했을 정도로 유명한 독립 음악가라고 한다.

가수 리지는 모르지만, 국외에도 이름을 알린 유명 가수가 그가 태어난 모국의 인터넷에서 철저하게 말살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몇 자 적어보게 된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도 사회적 통념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존재한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말도 안 되는 검열의 기준을 들이대며 어처구니없는 금지곡을 양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리지의 경우처럼 가수의 존재와 그가 창작한 모든 노래를 한 사회에서 완전히 말살시켜고 하지는 않았다. 현대 인터넷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중국 인터넷상에서 리지의 존재가 제거된 것은 중국 사회에서 그의 존재를 제거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의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수 리지는 그들에게 무엇을 밉보였을까?

과연 그가 무슨 잘못을 저질러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것일까? 위 뉴스에 달린 안타까움과 의혹으로 뒤섞인 수많은 댓글을 보면, 그에게 마약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음악가가 마약 같은 약물 문제로 구설에 오르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한국에도 마약 문제로 입건된 가수가 한두 명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없단 말인가? 마약에 취해 영감을 얻어 부른 노래를 들으면 중독이라도 된단 말인가? 중국에서 마약은 한국에서와같이 불법이므로, 리지라는 가수가 마약을 불법으로 먹었다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 하지만, 그는 감옥에 갇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그의 언동이나 노래 가사가 그들의 심기에 거슬렀다는 뜻이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말이다. 몇몇 독립 음악가들의 언행이 거칠기는 하다. 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에 크게 물의를 일으킬 정도로 과하지 않다면 그것은 단지 ‘표현의 자유’일 뿐이다. 몇몇 가사에서 (구글 번역으로 보면) ‘마오’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는 은근히 ‘우상’을 비판했던 것도 같다. 톈안먼 광장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오싹한 눈빛으로 중국 인민을 감시하는 그분의 초상화가 여전히 보란 듯이 걸려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로 그가 ‘마오’를 비난, 혹은 비판하려는 의도로 그런 가사를 지었다면, (인민을 근심 걱정하는 양심적인 마음에서 대기근을 정당하게 비판했던 펑더화이와 류사오치의 끔찍한 결말에서 볼 수 있듯) 이것은 그 누구도 면죄 받을 수 없는 불경죄이자 괘씸죄에 해당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 인터넷에서 그가 ‘삭제’된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사진 출처: https://www.voachinese.com>

여전히 자유에 대한 탄압이 횡횡하는 곳

중국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나라다. 한때 폭군의 독재가 유행했던 과거에나 있을법한 일을 잊을만하면 저질러 사람을 놀래주는 곳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쌓아 올린 수많은 부와 지식, 기술은 어디다 엿 바꿔 먹었단 말인가? 왜 중국은 경제 발전이 인권이나 의식, 그리고 정치의 진보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그들에게 그 많은 부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부만 쌓는다고 사회주의 이상이 저절로 실현된단 말인가? 어떻게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나의 둔탁한 머리로서는 그밖에 다른 것은 떠올릴 수가 없다) 한 가수의 창작물을 완전히 소멸시키려는 야만적인 시도를 정말로 실행에 옮길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21세기에도 예술적 창작물이 나치의 홀로코스트처럼 권력에 의해 무참히 학살당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알다가도 모를 나라 중국이지만, (리지의 사건으로 새삼스레 다시 떠올리게 된 사실이지만) 한국에도 여전히 금지곡이 존재하는 사실은 씁쓰레한 뒷말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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