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가족(THE ODD FAMILY, 2018) | 이보게, 좀비 한 명 키워보게나
준걸: 아 뭐 하는 거여 시방!
남주: 아 갑자기 달려오니께
준걸: 아니 갑, 뭐 맛 들였어?
남주: 아 놀래서~
준걸: 아니 괜찮아유?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 같은 병맛과 「웜 바디스(Warm Bodies, 2013)」의 좀비 로맨스가 짬뽕되어 그 무엇이 될 듯도 했을 법한, 그리고 불순물을 거르지 않은 거친 상상력이 뻗어나는 것을 기꺼이 즐겁게 영광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지혜와 불굴의 용기를 가진 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런 영화다.
한국인이 짜장면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잃어버린 강아지를 다시 만난 것만큼이나 반가운 영화다. 내가 지금까지 본 영화들은 파괴적이고 잔인하고 되돌릴 수도 없는 무시무시한 존재로서 좀비 바이러스를 묘사했는데, 「기묘한 가족」의 좀비 바이러스는 반짝이긴 하지만, 사람에게 젊음을 되찾아주는 묘약이다. 그 무엇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좀비의 왕성한 활동성을 회춘의 묘약으로 진화시켰으니 기가 막힌 반전이다. 비록 일시적이긴 하지만, 역대 좀비 바이러스 중에서 가장 ‘행복한 잠복기’와 가장 '유쾌한 부작용'을 가진 녀석임에는 분명하다.
조지 A. 로메로 감독이 일찍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2 - 시체들의 새벽(George A. Romero's Dawn Of The Dead, 1978)」에서 무의식, 무뇌충 상태에서도 쇼핑몰로 몰려드는 좀비를 통해 소비지상주의에 빠져 허덕이는 현대인을 날카롭게 풍자했다면, 「기묘한 가족」의 ‘기묘한 가족’들은 돈만 벌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대인의 돈에 대한 무서운 집념을 보여준다. 돈에 환장한 ‘기묘한 가족’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반쯤음 살아 있다고 봐도 무방한 '쫑비'를 회춘 기계로 혹사시키며 일확천금을 꿈꿀 때, 그것은 곧 벌어지게 될 파국을 숨기려는 달콤한 악마의 유혹이자 최후의 만찬이나 다름없다. 결국, 예정된 파멸은 미련 없이 세상을 덮쳐오고 마는데, 이런 아수라장이야말로 좀비 영화에서만 마음 놓고 흐뭇하게 감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지 않은가?
이 영화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기가 막힌 반전은 채식주의자 좀비의 등장이다. 먹성 빼면 진짜 시체(?)나 다름없는 좀비가 가장 좋아하는 대표적인 먹거리는 살아 있는, 그래서 따끈따끈한 피를 질퍽하게 머금은 싱싱한 고기다. 그중에서도 좀비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그 엄청난 사람의 식성으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람의 쭈글쭈글한 뇌다. 남자가 미녀의 호리호리한 몸매에 넋을 잃듯, 좀비는 사람 뇌의 뇌쇄적인 주름에 넋을 잃는다. 그럼에도 어딘지 어설픈 좀비 ‘쫑비’는 오로지 양배추다. 여기에 마요네즈도 아닌 케첩을 끼얹으면 금상첨화다. ‘쫑비’에게 이보다 더한 진수성찬은 없다. ‘쫑비’가 토끼가 당근을 먹듯 양손에 잡힌 양배추를 정신없이 갉아 먹는 모습은 영락없이 사랑스러운 애완동물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어디 한번 좀비 한 마리, 하니 좀비 한 명 키워볼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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