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2

대최면술사 |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순간

The Great Hypnotist 2014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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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최면술사(The Great Hypnotist, 2014) | 속삭임에 귀 기울이는 순간, 당신은 걸려든 것이다

"최면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몽환 상태에 들어가면 환자는 치료사가 누구인지 망각한다는 겁니다" - 쉬루이닝

최면 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 쉬루이닝이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어느 날 옛 스승인 선리 박사가 찾아온다. 선리 박사는 옛 제자에게 어떤 정신과 의사도 치료하지 못한 렌샤오옌이란 환자의 치료를 부탁한다. 선리 박사가 부탁한 환자는 귀신을 보거나 귀신의 말을 듣는 환각, 환청에 시달리고 있었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1

렌샤오옌을 그날의 마지막 환자로 받은 쉬루이닝. 그런데 그녀는 치료실로 들어오라는 의사의 말은 들은 체 만 체하고 복도에 있는 오래된 괘종시계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의아해한 쉬루이닝이 치료실 밖으로 걸어 나와 그녀의 등 뒤에 서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 시계 소리를 들어보라며 속삭인다. 그러고는 뜬금없게도 시계가 느리다면서 시곗바늘을 맞춘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2

첫 만남부터 어딘가 수상쩍은 환자를 맞이한 듯한 기괴한 느낌이 든 쉬루이닝. 그런데 그녀가 보통 환자들과는 어딘지 다르다는 느낌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렌샤오옌 자신이 경험한 귀신 이야기의 맥락은 정신병자치곤 매우 논리적이었으며 쉬루이닝의 독설을 받아넘기는 태도도 이상하리만치 차분했다. 숱한 정신과 의사를 겪은 환자라 그런 것일까? 아무튼, 쉬루이닝은 대화가 무르익으면서 환자가 겪는 트라우마가 정체를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특기인 최면 요법을 시도한다.

The Great Hypnotist 2014 scene 03

중국 영화는 떡칠 화장 같은 CG를 잔뜩 처바르거나 비슷한 이야기를 우려먹고 우려먹어 깊이와 짜임새 있는 연출이 부족하다는 둥 중국 영화에 대한 고루한 선입견을 품고 있다면 이 영화 「대최면술사(催眠大师, 2014)」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반전도 반전이지만, 그 반전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잔뜩 당겨진 고무줄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시종일관 흩트려 놓지 않는 세련된 연출과 치밀하고 옹골진 이야기 구성은 양손 엄지손가락을 모두 치켜세워 '하오'를 연발해도 모자랄 정도로 탄복을 금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대최면술사」는 소리, 영상, 대사 하나 놓칠 수 없도록 집중하게 하는 몰입감 역시 '엄지척'이다.

참고로,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저우하오후이의 『사악한 최면술사』를 영화로 만든 작품으로 멋대로 착각하고는 기대감으로 들떴으나, 막상 보고 나니 전혀 관계없는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환자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이 어딘지 낯이 익은 것 같다 했더니 주성치 영화에 이따금 등장하여 열연을 펼친 막문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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