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파수꾼(Keeper of Darkness, 2015) |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감정', 그리고 사랑
"그들을 화나게 하지 마세요. 사람이나, 귀신이나 존중해야 해요. 귀신도 한때는 사람이었으니까." - 팟
60여 년 전에 죽은 아리따운 처녀 귀신 ‘청’과 함께 사는 길거리 퇴마사 ‘팟’. 그는 다른 퇴마사들처럼 그럴듯한 연기로 사람들을 현혹하거나 돈을 받고 의뢰인이 지목한 사람에게 저주를 거는 사기꾼 퇴마사가 아니라 진짜 악령을 퇴치하는 진짜 퇴마사다. 그에 눈에는 자살, 혹은 살해되는 억울함을 품고 죽는 바람에 환생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드는 수많은 귀신이 현생의 사람들처럼 선명하게 보일 뿐만 아니라, 때론 그런 귀신들과 대화를 나누며 귀신 세계의 동태를 살피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귀신으로부터 가까운 곳에서 악마가 깨어나 길 잃은 영혼들을 잡아먹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을 받는다. 그리고 그 악마에 의해 동료 퇴마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팟’의 예상대로 곧 악마는 ‘팟’ 앞에 나타난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악마는 자신을 돕지 않으면 ‘팟’도 다른 퇴마사들처럼 죽을 것이라고 경고하고는 홀연히 사라진다. ‘팟’은 자신을 취재하러 왔다가 동거하는 귀신 ‘청’에게 혼쭐이 난 기자 ‘퐁지링’에게 인터넷을 뒤져 악마의 정체를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퐁’ 기자가 수고한 덕분에 ‘악마’의 정체와 사인이 밝혀지면서 그가 원하는 복수의 대상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는 자기 가족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아넣은 한 부패 경찰을 죽이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런데 ‘악마’는 ‘팟’과 헤어지기 전에 아리송한 말을 남긴다. ‘그런데 넌 이미 죽어야 했던 사람 아닌가?’. 그렇다. ‘팟’은 죽어야 했던 사람인데 ‘청’의 애정 어린 간섭으로 목숨을 부지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팟’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팟’은 악마의 복수를 대행할 수 있을까?
「어둠의 파수꾼」은 현대판 「천녀유혼(倩女幽魂)」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가슴 뭉클하게 녹아있는 영화다. 한편으론,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품고 죽은 원혼의 복수심을 전통적인 ‘인과응보(因果應報)’ 사상과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가족 간의 사랑, 그리고 역시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모성애로 풀어가는 독특한 퇴마 이야기는 잔혹만 일만 일삼는 여타 귀신 영화와는 다르게 절로 눈가를 눅눅하게 만드는 감동을 자아낸다.
이 모든 것이 이승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사연과 의지할 곳 없이 외롭고 쓸쓸하게 이승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이승을 떠도는 귀신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죽어서도 소멸하지 않는 사랑의 숭고함과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나저나 「어둠의 파수꾼」의 '청' 같은 예쁜 처녀 귀신이라면 내 원기기 모두 소진되고, 영혼이 말라비틀어진다고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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