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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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 | 두 남자의 상극이 빚어내는 한 편의 잔혹사

Drug War 2013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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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전쟁(Drug War, 2013) | 두 남자의 상극이 빚어내는 한 편의 잔혹사

"제발 살려주세요.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형님…. 형님. 죽고 싶지 않아요. 제가 필요하잖아요. 아직 쓸모가 있을 거예요." - 차이톈밍

수많은 범죄영화를 보아왔지만, 「마약전쟁(毒戰 Drug War, 2013)」처럼 살육과 피로 얼룩진 잔혹하고 처참한 결말로 관객을 당혹스럽게 하는 영화는 참말로 오랜만인 것 같다. 「마약전쟁」은 마약 범죄 세계의 비정함을 숨김없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일까? 영화는 일말의 자비심도, 일말의 동정심도 없다.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눈에 익은 등장인물들은 장 반장을 포함해 모조리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아 버린다. 사선이 교차하는 총격전처럼 죽음과 운명의 가혹함이 교차하는 범죄 현장에서 그 누구도 최후의 안식을 비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가혹하게도 이 모든 것이 어떻게든 사형만은 모면하고자 경찰에 자진 협력했던 쥐새끼 같은 한 범죄자에게 농락당한 결과라니, 영화는 무디지만, 살갗 정도는 뚫을 정도로 날이 선 허무함의 삼지창으로 관객의 가슴 한복판을 내리꽂는 격이 아닌가! RottenTomatoes의 높은 점수만 봐도 이 영화가 보는 이마다 각자 다른 무언가를 강렬하게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경우에는 그것이 냉혹한 허무함이었다면, 당신은 무엇인가?

Drug War 2013 scene 01

「마약전쟁」은 마약에 취한 채 자동차를 운전하다 상점으로 돌진하고 마는 차이톈밍이라는 마약 딜러로부터 시작한다. 그는 사고 직전에 자신이 운영하던 마약 제조 공장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폭발하는 바람에 아내와 처남들을 잃었다. 너무 놀란 그는 가족들의 시신을 챙길 겨를도 없이 무작정 차를 타고 도망쳐 나오다 변을 당한 것이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실려간 차이톈밍은 운이 없게도 진하이 마약단속반 반장 장레이와 딱 마주친다. 장 반장은 좀 전에 인체에 마약을 숨겨 밀반입하던 조직을 일망타진하고 그 용의자들의 신체를 검사하고자 병원에 있었던 것인데, 우연히 병원 침대에서 자고 있던 차이톈밍의 용태를 보자마자 마약중독자임을 간파해낸다. 깨어나자마자 경찰의 감시가 붙어 있는 걸 눈치챈 차이톈밍은 민첩하게 병실을 빠져나가는 데까지는 성공하지만, 곧 영안실에서 붙잡히고 만다.

Drug War 2013 scene 02

차이톈밍의 신상을 파악한 경찰은 50g 이상의 필로폰 제조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법률로 압박하고, 곧바로 꼬리를 내린 차이톈밍은 형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자진해서 경찰에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경찰은 그의 정보를 이용하여 마약 밀매 조직의 거물 리전뱌오 일당을 잡아들일 작전을 추진한다. 차이톈밍은 자신이 리전뱌오의 조카 리슈창과 진하이 항구에서 대규모 선박을 보유한 운송업자인 하하를 막 연결해줄 참이었다고 진술한다. 이미 하하에게 전달할 마약이 트럭에 한가득 실린 채 진하이로 향하고 있었다. 장 반장은 리슈창과 하하가 지금까지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에서 착안한, 즉 자신이 ‘리슈창’과 ‘하하’로 위장하여 두 사람을 속이면서 차근차근 리전뱌오에 접근하기로 하는 한편, 차이톈밍이 알려준 벙어리 형제들이 운영하는 또 다른 마약 제조 공장을 급습할 계획도 세운다.

Drug War 2013 scene 03

숨 가쁘게 끊임없이 이어지는 범죄에 민첩하게 대처하는 경찰들의 일사불란함을 대견하게 생각할 여유도 주지 않고, 한편으로는 배우들의 극진한 연기에 감탄할 틈도 주지 않고 궁극스럽게 참혹한 결말로 밀어붙이는 「마약전쟁」이 얄궂기만 하다. 어떻게든 마약 조직 일당을 일망타진하고 싶은 남자의 의지와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은 남자의 의지가 엇갈리며 빚어내는 이 한 편의 잔혹사는 마치 운명의 혹박함을 대변해주는 듯해 소름 돋는다. 그럼에도,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단숨에 정신줄을 놓아버릴 정도로 마약 같은 흡입력을 발휘하는 대단한 영화다.

마지막으로 50g 이상의 필로폰 제조만으로도 사형에 처하는 중국의 법은 역시 무시무시하다. 법이 무시무시하니 사형 방법도 옛날처럼 총살로 할 줄 알았는데, 이건 또 매우 현대적이게도 약물주입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죄가 무거우면 ‘즉시’ 처형할 수 있다. 실제로 마약사범을 운동장에서 공개심판하고 선고 뒤 즉시 장소를 옮겨 처형된 일화가 있다고 한다. 난 공포정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기, 강도나 뇌물, 청탁 등의 공무원 부패 관련 범죄는 계획적인 범죄(즉,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범죄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의도적으로 범죄)는 즉결 처형되었으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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