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4

스트리트 파이터 | 머리를 쓸어올리고 라데꾸!

Future Cops 1993 movie po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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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파이터(初級學校覇王, 1993) | 머리를 쓸어올리고 ‘라데꾸’!

“또 누가 괴롭혔니?” - 대웅 엄마
“개가 그랬어요.” - 대웅
“엄마가 늘 말하듯이 기분이 안 좋으면 숨을 깊게 마시고 '세상은 아름답다'” - 대웅 엄마
“어떠냐?” - 대웅 엄마
“자살할래요.” - 대웅

에이즈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죽어나가는 바람에 남녀 사이의 ‘사랑’조차 법으로 금지된 금욕의 시대지만, 19번째 시리즈까지 제작된 도학위룡(逃學威龍)으로 조금이나마 삶의 위안을 받을 수 있는 2043년의 홍콩. 그런 홍콩의 어느 날, 온갖 사악한 일들을 파렴치하게 저질러왔던 장군이 드디어 체포되고, 재판은 여철웅 판사가 맡게 된다. 이에 장군 측 도당들은 장군을 방면시키려는 대범하고도 기가 막힌 계획을 세우는데, 바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학생 여철웅을 세뇌시켜 자신들의 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경찰의 방해를 무릅쓰고 켄, 사가트, 혼다를 1993년의 홍콩으로 보내는데 성공한다. 장군 도당의 계략을 눈치챈 2043년 홍콩의 비룡특경은 곧바로 베가, 가일, 달심을 과거로 보낸다.

Future Cops 1993 scene 01

무사히 1993년 홍콩에 도착한 세 명의 비룡특경은 여철융 판사가 다녔던 성육강 중학교에 다니는 대웅이라는 한 남학생의 집으로 잠입해 대웅의 친구인 척하며 일부는 학생으로, 그리고 일부는 선생으로 학교에 위장전입한다. 스물여덟 살인데도 아직 학교에 다니는 낙제생 대웅은 매일 같이 불량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도착한 비룍특경의 보호 덕분에 위세를 얻게 된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한 비룡특경은 대웅과 함께 여철웅을 찾기 시작한다.

Future Cops 1993 scene 02

하지만, 비룡특경이 여철웅을 찾아내기 전에 때맞춰 장군의 부하들도 학교에 잠입하고, 장군의 부하들과 비룍특경 사이에 피할 수 없는 치열한 대결이 벌어진다. 학교 선생으로 위장한 켄은 학생으로 위장한 베가에게 나이를 거꾸로 먹게 하여 결국엔 사망하게 하는 무서운 독인 ‘동침’('똥침'이 아님)을 적중시키고, 가일은 혼수상태에 빠진 베가를 살릴 해독약을 구하고자 빗자루 같은 머리를 한껏 쓸어올리며 결전을 다짐한 다음 켄과 일대일 결투를 벌인다. 이렇게 미래에서 온 비룡특경과 장군의 부하들이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며 막상막하의 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교도소에서 탈출한 장군이 부하들을 이끌고 성육강 중학교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로써 싸움의 승부가 크게 장군 측으로 기울이는 듯하자 비룍특경은 최후의 카드를 쓰기로 하는데….

Future Cops 1993 scene 03

내가 좋아하는 최고의 홍콩 미녀 배우 구숙정을 비롯하여 유덕화, 장학우, 곽부성 등 90년대 홍콩 영화계를 휩쓸었던 천왕들이 대거 등장하는, 캐스팅 면에서는 어떤 영화에도 뒤지지 않는 거물급 영화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말이지 대경실색을 할 수밖에 없는 유치에 유치를 거듭하는 졸작이다(위의 세 번째 스크린샷인 영화의 마지막 장면만 봐도 확실히 감이 잡히지 않는가?). 대부분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니만큼, 약간의 아량을 베풀어 유명 배우들의 씁쓸한 젊은 시절 연기를 봐주는 맛도 그럭저럭 음미해볼 만하다. 단, 이들의 팬이라면 말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Street Fighter'라고 알려졌지만, 원래 영어 제목은 'Future Cops'다.

도성대형 - 신가전기(睹城大亨 之 新哥傳奇: Casino Tycoon, 1992)」에서 구숙정과 부부의 인연을 맺으며 비극적인 사별의 아픔을 맛봤던 유덕화가 이 영화에서도 구숙정의 커플로 등장한다. 한편, 성룡이 주연한 「시티 헌터(城市獵人: City Hunter, 1992)」에서 대전 액션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2’를 패러디한 전투 장면을 보면서 (성룡이 아니라) 구숙정이 춘리 코스프레를 맡았으면 정말 끝내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겼었는데, 그 아쉬움이 이 영화에서 속 시원하게 풀어진다.

댓글 2개:

  1. 공교롭게도 시티헌터(성룡)의 감독이 왕정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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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왕정'.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믿고 보는 감독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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