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2

도성대형 - 신가전기 | 죽음이야말로 가장 자비로운 복수!

Casino Tycoon, 1992 movie p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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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대형 - 신가전기(Casino Tycoon, 1992) | 죽음이야말로 가장 자비로운 복수!

"하신, 왜 안 죽이는 거야? 이놈을 죽이려고 그 많은 돈을 쓴 거 아냐?" - 영남
"이미 미쳤어, 이제 누구도 그를 죽이지 못하게 할 거야. 오늘 이후로 그가 배고프면 먹을 걸 주고 추우면 옷을 주겠어. 병이 나면 치료해줄 거야. 넌 (왕창) 꼭 살아야 해. 난 네가 추태를 보이면서 살아가길 원해." - 하신

중개상인이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부유했던 집안은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친구들도 떠나면서 가난한 엄마와 단둘이 남게 된 하신(賀新: 유덕화). 그래도 하신에겐 세상에 둘 도 없는 친구가 있었으니 배우지 못해 무식하고 미련스러웠으나 마음만은 강직하고 착한 곽영남(郭英南: 만자량)이었다. 가난할 대로 가난했지만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격려하며 거칠고 혼란했던 홍콩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힘겨운 발걸음을 내민다.

Casino Tycoon 1992 scene 01

친구 영남이 막노동꾼으로 일하고 있을 때, 성적이 좋아 장학금으로 겨우 대학에 다닐 수 있었던 하신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정락아(程樂兒: 왕조현)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마카오 도박계의 대부로 통하는 아버지를 둔 덕분에 거만한 부잣집 도련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던 부가준 역시 정락아를 좋아하고 있었으니, 두 사람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었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를 등에 업은 부가준의 세력은 학교를 운영하는 외국인 신부도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다. 하신이 정락아를 두고 부가준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쟁탈전을 벌이고 있을 때, 일본이 홍콩을 침략하는 전쟁이 발생한다. 목숨과 인생이 걸린 일이라 사랑 다툼은 잠시 제쳐놓을 수밖에 없었던 하신은 꼭 성공하겠다는 막연한 약속만을 홍콩에 혼자 남은 엄마에게 남긴 채 친구 영남과 함께 학교 신부가 소개해 준 사람을 찾아 마카오로 떠난다.

Casino Tycoon 1992 scene 02

마카오 부두에서 운수 회사의 막노동자로 일하던 두 사람은 악당에게 희롱당할 뻔한 아매(阿妹: 구숙정)를 위기에서 구할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소속된 운수 회사의 사장이자 학교 신부가 소개해준 알폰소 박사의 목숨을 구하는 행운을 얻는다. 이 일로 두 사람은 정식으로 일자리를 얻고, 하신은 알폰소 박사를 구하면서 보여준 용기 덕분에 마카오 도박계의 대부이자 연적이었던 부가준의 아버지인 부노사의 관심도 받게 된다. 기지가 넘칠 뿐만 아니라 대범하기도 한 하신은 나날이 갈수록 두각을 나타내며 어르신들의 신임을 얻지만, 부노사의 심복인 왕창(王昌: 진패)의 악랄하고 비열한 시샘과 질투로 괴롭힘을 받게 되는데….

Casino Tycoon 1992 scene 03

영화 「도성대형 - 신가전기」는 당시 최고의 미녀 배우로 일컬어지던 왕조현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홍콩 여배우) 구숙정 둘 다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 (성룡의 「시티 헌터(City Hunter, 1992)」도 그 중 하나) 중 하나. 영화 속 두 여배우의 결말이 그들의 화사한 미모와는 달리 다소 비참하게 끝난다는 것이 좀 씁쓸하다. 언제봐도 매력적인 유덕화의 젊은 시절 열연도 충분히 주목할만하지만, 최근에도 활동 중인 진패(秦沛,Paul Chun)의 밉살스러운 악역 연기도 일품이다.

화려한 캐스팅과는 달리 「도성대형 - 신가전기」은 부유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몰락한 가정에서 가난하게 자란 한 남자가 기지와 용기를 발휘하여 자수성가한다는, 평범한 성공 드라마 수준이다. 하지만, 하신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왕창의 옹골진 악당 연기와 ‘죽음이야말로 가장 자비로운 복수’라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왕창에 대한 하신의 무자비한 복수는 인상적이다. 영화 마지막에 하신이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마카오 대부로 등극하고 나서, 어린 아들과 함께 마카오를 쓸쓸히 떠나는 (한때 자신이 좋아했던) 정락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미래에 자신에게 위협이 될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장면은 의기로 충만했던 하신의 예고된 변질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을 씁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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