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이용약관 개정과 구글 Blogger
<티스토리 약관개정 안내 메일> |
티스토리 새 이용약관, 광고 개재 추가
얼마 전 난 티스토리를 운영하지는 않지만, 계정을 소유한 한 사용자로서 개정된 티스토리 이용약관을 이메일로 받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그러냐?’하고 넘겼겠지만, 이번엔 구글 애드센스로 광고 이익을 얻는 티스토리 블로거들에겐 뜬금없는 문구가 눈에 띄어 대충 전문을 흩어보았다.
개정된 약관의 핵심은 회사가 서비스 내에 광고를 게재하고 그에 대한 수익 배분은 회사가 정한다는 것인데, 이게 좀 문제가 되는 가 보다. 티스토리 공식 페이지인 「[사전 안내]티스토리 이용약관 개정」 글엔 이미 뿔이 난 티스토리 사용자들의 시한폭탄 같은 댓글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어느 사용자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벌게 되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는데, 이 말은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카카오에도 들어맞는다. 블로그 운영비용은 카카오가 지불하고 광고 수익 대부분은 구글이 가져갔으니까 말이다.
구글 Blogger 사용자로서 티스토리가 부러웠어요!
내가 블로그 생활을 시작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티스토리처럼 자유성이 높은 무료 블로그 서비스는 남아 있질 않다. 그만큼 수익 구조가 좋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티스토리가 살아남은 것은 카카오라는 마르질 않는 물주가 있었기 때문이고, 현재 티스토리를 대신할 수 있는 유일한(?) 서비스(HTML, CSS, 템플릿, 위젯 등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는 면에서)인 블로거(Blogger) 역시 구글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므로 무료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Blogger의 사용자 편의성은 티스토리와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웹프로그래밍은 잘 모르면서 욕심만 잔뜩 부려 이런저런 코드를 마구잡이로 추가하다 보면 내 블로그처럼 가독성 및 로딩 속도 최악의 이도 저도 아닌 블로그가 될 정도로 Blogger는 무료인 대신에 사용자 편의성은 (구글에 버림받았다는 비운으로 울컥할 정도로) 거의 전무후무하다.
티스토리를 운영하지는 않았지만, 티스토리 설정을 대충 흩어봐도 이게 공짜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구색이 잘 갖추어져 있다. 예쁜 무료 템플릿도 많으며 한국 사용자가 많은 만큼 한국어로 된 팁도 많이 찾을 수 있다. 외로운 Blogger 사용자로선 그 모든 것이 정말로 부러웠고, 그런 다양한 기능과 편의성 때문에 또다시 이사 가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도 했다.
또한, 티스토리 같은 경우 서버가 한국에 있어 그런지 구글 Blogger보다 웹페이지 로딩 속도가 빠르다. 웹페이지 로딩 속도는 (개인적으론 매우 미심스러운) SEO(검색 엔진 최적화) 등 구글 검색 순위에 있어 무시 못 할 요소이므로 이 점 또한 티스토리가 Blogger보다 유리하다.
벼룩의 간을 파먹어라!
하지만, 이번 약관개정으로 티스토리로 이사하겠다는 마음은 단념해야 할 듯싶다. 카카오가 티스토리를 디지털 자산을 축적하고 후손에게 전해주는 대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 본다면, 결국 티스토리는 네이버 애드포스트를 따라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애드포스트를 경험한 자로서 애드포스트가 구글 애드센스보다 블로거에게 가져다주는 수익이 낮다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대부분 블로거의 광고 수익은 말 그대로 커피값, 잘해야 치맥값 정도를 유지하는 수준이라 (이 분야에도 당연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존재한다!) 티스토리에 전격적으로 애드포스트가 들어서도 이 때문에 밥을 굶어야 하는 블로거는 없을 것이다.
일단 현재만 놓고 봤을 때 애드센스를 전면 금지한 것도 아니고 그깟 손해 조금 보게 될 걸 가지고 뭘 그렇게 소란 떠냐?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나 같은 많은 영세 블로거의 광고 수익이 보잘것없는 것을 생각하면 카카오의 광고 강제 삽입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일이라 분개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광고 수익이 워낙 적기 때문에 그만큼 그 적은 광고 수익에서 얼마간 더 떨어져 나간다는 생각은 윤 대통령이 재선된다는 악몽만큼이나 끔찍하다.
지금 당장 손해 보게 될 광고 수익의 적고 많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런 기세로 애드포스트처럼 블로거의 광고 수익 모두를 가로챌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카카오는 어떻게 해명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유료화, 또는 유료 블로그 서비스가 만능일까?
개정된 티스토리 약관을 공지한 글에 유료화 찬성에 대한 글도 심심치 않다. 일부는 유료 서비스인 워드프레스로 이사할 것이라고 벌써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대부분 티스토리 사용자는 지금까지 공짜로 써왔으니 그깟 푼돈은 사용료 지급이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현재 상황에 강제 적응하면서 계속 이용하게 될 것이고, 극소수만이 ‘블로그 이사’라는 일생일대의 사업을 일으키려 할 것이다.
웹프로그래밍에 능한 사람이라면, 자유도가 높은 유료 블로거 서비스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경제력 저하, 블로거 사망 등으로 결제가 끊기면 블로그가 사라질 수 있다. 이것은 나처럼 사후에도 내 글이 세상에 남길 원한다는 밉살스럽지 않은 소박한 소망을 품은 블로거라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또한, 현재 이용 중인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파산했을 때도 고려해야 한다. 만약 구글과 카카오라는 회사가 파산한다고 할 때 블로그 같은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구글이나 카카오를 인수하는 회사가 Blogger나 티스토리를 계속 유지해줄까? 아니면 포기할까? 이것은 기업의 경영 철학이나 문화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 • 유럽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이나 사회 공헌 활동을 중요시하는 곳이라면 블로그 가치를 인정해 서비스를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이고, 그렇지 못하고 오직 수익 논리에만 따른다면 그 모든 것이 소멸할 것이다.
구글 Blogger로 이사할 때 유의할 점
<얕볼 수 없는 Blogger 콘텐츠 정책> |
워드프레스는 유료인데다가 도메인 구매/설정 등 이런저런 설정이 부담스러워 무료인 구글 Blogger로 이사할 꿈을 품고 있는 티스토리 사용자가 꽤 있을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구글 Blogger 이사한 경험자로서 몇 마디 해보겠다.
첫째, Blogger의 마지막 공지는 2020년 5월 20일이고, 지금까지 Blogger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기능 추가 같은 큰 변화는 거의 겪지 못했다. 구글에서 크게 신경 쓰는 서비스라는 느낌은 없지만, 적응해서 그런지 딱히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Blogger 사용자는 모두 애드센스로 광고 수익을 챙기고 있으니 구글로선 Blogger를 유지하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Blogger는 아마도 티스토리만큼 수준으로 자유롭게 템플릿, 위젯, 스크립트를 추가하고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티스토리처럼 세분된 별도의 인터페이스는 제공하지 않으므로 Blogger를 꾸미거나 최적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블로거의 웹프로그래밍 능력에 달려 있다. 나처럼 뭣도 모르고 이것저것 코드를 삽입하다 보면 엉망진창이 될 수도 있다.
셋째, Blogger에서 제공하는 무료 템플릿도 조금은 쓸만하고, 써드파티 무료 템플릿도 꽤 있지만, 써드파티 무료 템플릿은 웹페이지 로딩 속도가 느릴 수 있으므로(그런 방식으로 구매를 유도함), 써드파티 무료 템플릿을 사용할 땐 반드시 「Pingdom Website Speed Test」, 「PageSpeed Insights」 같은 웹사이트 로딩 속도 테스트 같은 도구를 통해 블로거 로딩 속도를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다(새 블로그를 개설해 테스트할 것은 권장).
넷째, 가장 중요한 것은 「Blogger 콘텐츠 정책」이다. 구글의 감시망은 엄격하고, 티스토리 사용자가 대거 Blogger로 유입된다면 신고수도 증가할 것이다. 나 역시 1년에 한두 번 심장을 쿵 내려앉게 하는 ‘Blogger 커뮤니티 가이드를 위반’ 경고 메일을 받는다.
“추가 위반 사항이 있을 경우 블로그가 폐쇄될 수 있으므로 블로그 글이 Blogger 가이드를 반드시 준수하도록 전체 콘텐츠를 검토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라는 무시무시한 메일을 받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티스토리 콘텐츠가 Blogger 콘텐츠 정책에 부합하는지 꼼꼼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저작권 위반으로 신고 먹을 가능성이 높은 자료들을 주기적으로 배포, 혹은 가짜 뉴스 유포하는 블로그라면 요주의). 아마도 이 때문에 구글 검색에서 Blogger를 만나보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회사와 사용자 사이의 소통이 구글보다 카카오가 나을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왜 이것이 중요할까? 그것은 콘텐츠 정책 위반으로 블로그가 폐쇄될 때 제대로 항소도 못 해보고 일생 쓴 모든 글을 한순간에 날려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막처럼 느껴졌던 Blogger에 숲이 생기길, 그것도 건전함과 양심과 정직함과 기발함과 창의성으로 울창한 숲이 들어서길 기대해본다(참고로 일본의 ameblo 블로그도 에드센스를 사용할 수 있다).
최근에 발견한 사실인데, 구글 Blogger 댓글은 구글 검색에 노출되지만
티스토리 글 댓글은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
마무리
어찌 되었든 블로그는 현재 중심적이고 즉흥적인 트위터나 인스타그램과는 달리 개인의 자유로운 생각과 다채로운 사상과 다양한 경험/지식을 담은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 사료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먼 훗날 디지털 사관들이 인류 디지털 시대 초기의 생활 양식과 생각들을 가늠할 수 있는 사료들이 이 순간에도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래서 내 바람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회사라면 인류의 디지털 자산을 유지해나간다는 사명감 같은 것을 좀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을 잘 썼건 못 썼건, 블로그가 품은 모든 글엔 베갯잇에 스민 사람의 체취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 추억, 경험, 생각이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테니 그 정도 대우는 받아도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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